1990년 천하장사, 2009년 연예장사 강호동
1990년 천하장사, 2009년 연예장사 강호동
  • 김우성
  • 승인 2009.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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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전 오늘 최연소 천하장사 등극 / 김우성



[인터뷰365 김우성] 1990년 이후에 태어난 세대에게 강호동은 ‘도사’이자 ‘재롱둥이’면서 ‘모험대장’으로 통한다. 그들에게는 운동선수였던 강호동의 이력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 단지 강호동 없는 주말저녁을 상상하기 힘들 뿐이다.

19년 전 오늘은 예능계의 톱스타 강호동이 역대 최연소 민속씨름 천하장사에 등극한 날이다. 1990년 3월 12일 성남실내체육관에서 승리를 확정지은 후 요란한 몸짓과 괴성으로 관중들을 향해 포효하던 때 그의 나이 불과 19세. 통통한 얼굴에 천진난만한 표정은 여느 소년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씨름선수 시절 강호동은 현재 이상의 인기와 명예를 누리고 있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1989년에 이미 그는 마산상고(현 용마고) 직계선배이자 민속씨름 초대 천하장사에 빛나는 황제 이만기를 누르며 씨름판을 술렁이게 했다. 전국 체급별장사씨름대회 백두장사 준결승에서 이만기를 2대0으로 메친 뒤 결승전에서 만난 임용제 마저 3대0으로 완벽하게 제압하며 백두장사 타이틀을 거머쥔 것. ‘포스트 이만기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당시 민속씨름은 야구 축구와 함께 3대 프로스포츠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특히 이만기의 존재란, 비슷한 시대를 풍미한 야구의 선동렬, 축구의 차범근에 비견될 만했다. 물론 전성기 때의 이만기와 대결했으면 세기의 명승부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강호동의 등장 자체만으로도 씨름팬들은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강호동은 최연소 천하장사에 오른 그해 천하장사를 내리 3연패하는 기염을 토한다. 민속씨름 출범 후 8년 동안 누구도 이루지 못한 위업을 한 해에 달성한 것이다. 경기장마다 구름관중을 몰고 다니던 그는 특유의 순발력과 유연성을 앞세워 천하장사 5회, 백두장사 7회라는 대기록을 남기고 4년여의 짧은 프로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최연소 천하장사 기록은 1993년 백승일에 의해 갱신된다. 그도 역시 훗날 강호동의 뒤를 이어 예능계에 진출했다.)

모래판을 떠난 강호동에게 세상은 더 이상 제왕의 자리를 허락하지 않았다. 혹독한 현실 앞에 놓인 그에게 손을 내민 사람이 이경규였음은 익히 알려진 후일담이다. 이경규의 도움으로 MBC 특채 개그맨이 된 강호동은 <오늘은 좋은 날>의 한 코너 ‘소나기’에서 덩치에 맞지 않게 “행님아”라는 유행어를 히트시키며 예능계에 안착했다. 언젠가 그는 연말 시상식 소감을 밝히면서 이경규에 대한 각별한 존경심을 표하기도 했다.

무난한 데뷔 이후 각종 프로그램에 조금씩 얼굴을 내비치기는 했지만, 시청자들에게 ‘연예인 강호동’이 확실히 각인된 건 실로 오랜 시간이 흐른 후다.

샅바를 내려놓은 지 10년째 되던 2002년, 그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강호동의 천생연분> 진행을 맡으며 예능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여기서 그는 스스로를 낮추며 다수의 출연진을 일일이 부각시키는 강약 조절로 단숨에 국민MC로 발돋움한다.




2009년 현재 강호동은 절친한 동료 유재석과 함께 대한민국 예능계를 양분하고 있다. 혹자는 그를 두고 ‘타고난 장사’ ‘타고난 입담꾼’으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전혀 다른 두 개의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 그가 얼마만큼의 땀과 눈물을 감췄을지 어렵지 않게 짐작이 가능하다. 연예계로 진출한 대부분의 운동선수들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망가지기를 서슴지 않으며 기어이 국민들의 입꼬리를 올리고야 마는 예능인 강호동. 그가 펼쳐갈 제 3의 인생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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