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제국주의자 시각으로 본 식민지 인도 ‘슬럼독 밀리어네어’
영국 제국주의자 시각으로 본 식민지 인도 ‘슬럼독 밀리어네어’
  • 서인숙
  • 승인 2009.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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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요깃거리로 전락한 인도 빈민가 현실 / 서인숙



[인터뷰365 서인숙] 2009년 할리우드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등 8개 부문을 석권하며 올해 최대의 화제작으로 급부상한 영화가 바로 <슬럼독 밀리어네어 Slumdog Millionaire>이다. 아카데미를 거머쥔 것 이외에도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다른 여러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수상실적만 해도 무려 88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 평단과 관객들이 이 영화에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 서점가에도 일찌감치 영화의 성공과 함께 이미 서구권 베스트셀러였던 원작 소설이 베스트셀러 코너에 자리 잡고 있다.

영화 제목을 우리말로 옮겨보면, ‘빈민가 개의 백만장자 되기’ 쯤으로 번역될 수 있을 것이다. 제목에서 말해주듯, 영화는 인도 빈민가 고아 출신인 18살 자말이 온갖 인생 역경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텔레비전 인기 퀴즈 쇼에서 당당히 백만 달러의 상금을 거머쥐는 인생역전의 성공 스토리이다.

스토리는 단순하지만 이 스토리를 엮는 이야기 구성방식(플롯)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자말이 참여한 퀴즈쇼와 자말의 지나간 삶을 현재와 과거 그리고 대과거, 세 개의 시제를 씨줄과 날줄로 교차시키면서 현란하게 넘나들며 팽팽한 긴장감을 준다.

거기다 영국 출신의 대니 보일 감독의 감각적이면서도 경쾌한 연출 스타일은 영화를 한층 더 역동적으로 살려낸다. 10년 전, <트레인스포팅>이라는 도발적인 영화로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던 대니 보일의 감각적인 영상이 여전히 건재함을 입증한 셈이다.



그런데 인도 빈민가에서 자말의 삶은 비루하고 비참하고 혹독하기 이를 데 없지만 주인공의 삶을 바라보는 관객의 마음은 슬프지도 아프지도 않다. 관객은 비교적 편안한 마음으로 자말의 고단한 삶을 즐겁게 감상할 수 있다. 대니 보일의 리드미컬하고 박진감 있는 영상이 주인공의 고단한 인생이 전해주는 무거운 중압감을 가볍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자말의 인생 스토리는 고난의 연속일지라도 영화는 결코 무겁거나 심각하지 않다. 스크린 속의 주인공은 온갖 고초를 겪는데 인도 빈민가의 현실은 한낱 눈요깃거리로 전락하고 만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영화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아이러니는 감독 대니 보일이 주인공 자말이 겪는 잔인한 삶에 동화되지 않은 채 타자의 시선으로 거리를 둔 결과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대니 보일이 영국 제국주의자의 시선으로 식민지였던 인도의 현실을 냉정하고 냉담하게 바라보았기에 자말의 비천한 삶의 무게를 희석시킬 수 있는 경쾌한 영화스타일이 가능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시종일관 아무리 인생이 혹독할지라도 착하게 산다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으리라는 현실성 없는 희망을 영화를 통해 심어줄 수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성냥갑처럼 따닥따닥 붙어있는 인도 빈민가의 판자촌이 미국인들에게는 이국적 정취일 수 있겠지만 인도와 비슷하게 빈민 국가에서 경제부흥의 기적을 일으킨 우리에게는 낡고 식상한 정경일 수밖에 없다.

영화에서의 극심한 빈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이상적인 삶을 만들어 내기 위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는 필수 불가결한 조건이 된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경제가 불황일수록 열심히 살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 스토리’가 대중에게 특히 감동을 준다는 속설을 상기시키는 영화이다.

혹 이 영화를 보면서 크게 감동 받는다면, 할리우드에서 작품성과 오락성을 인정받은 영화라는 사대주의적인 경외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그리고 서구의 식민주의자와 동일한 제국주의적인 의식에 이미 동화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자기 자신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충고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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