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l 아내가 딴 남자와 결혼하는 것이 섹스의 진화?
Book l 아내가 딴 남자와 결혼하는 것이 섹스의 진화?
  • 마리
  • 승인 2007.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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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 섹스의 진화 / 마리


[인터뷰365 마리 객원기자] 순서를 따지자면 이렇다. 먼저 <섹스의진화>를 읽었다. 원제는 ' Why is Sex Fun? ' 인데 다 읽고 나서야 번역가 혹은 출판사의 고민이 잠시 느껴졌다. 내용을 직접적으로 함축 하는게 만약 제목이라면 좀 재미없긴 해도 <섹스의진화>가 맞긴 하다.


저자는 켐브리지 박사학위 소유자이고, 캘리포니아 대학 지리학과 생리학교수라는데 소설가 뺨치는 글 솜씨까지 있다. 무엇보다 이름이 돈 좀 될 것 같다. 제러드 다이아몬드. 이 책은 읽는 재미도 있고 내용도 알차다. 요약해 보자면, 분명 동물이고 포유류에 속하는 인간이 왜 수천의 종과는 다른 섹스 형태를 갖게 되었는가. 왜 그렇게 진화했을까. 그로 인해 인간사회의 모습이 이렇게 되었으면, 앞으로는 이렇게 될 수도 있지 않냐? 뭐 그런 얘기다.


이 책은 곳곳에서 이런 질문을 던지고 있다. 대부분의 동물이 발정기 때만, 종족번식을 위한 본능으로 짝짓기를 하는데 왜 인간은 시도 때도 없이 할까? 그리고 대부분 동물은 임신을 할 수 있는 그날을 아는데, 하다못해 인간과 가장 가까운 종인 침팬지암컷도 엉덩이주변색이 변하는데, 인간의 암컷은 수컷들은 커녕 자기 자신마저도 배란일을 왜 모를까?(그로인해 배란측정기계가 발명되도록 하기 위해서??? ) 왜 그렇게 진화되었을까?


그리고 살날이 창창한데 왜 인간의 암컷만이 폐경이 되어 임신 그만 - 이런게 생기는 걸까? 여자의 가슴크기와 남자의 음경크기가 의미하는 건 무엇인가? 크다고 모유양이 많은 건 아니고 크다고 정자량이 많은 게 아닌데 그노무게 커진 이유는 무엇인가? 등등이다.


아니 그냥 그게 당연한거지 그 이유랄께 뭐있어? 라는 생각이 단박 들었다면... 굳이 돈들여 이 책 읽지 말고 그냥 스포츠뉴스와 드라마 속에 묻혀 행복하게 사면 된다. 이 책은 이런 꼭지들을 (계속 말하지만) 재미있게, 그리고 과학적으로(에이..그게 말이나 되? 이런 말 듣지 않도록) 설명해주고 있다.



그다음으로 읽은 책이 <아내가 결혼했다> 이다. 사실 이 책은 너무 많이 알려졌기에 왠만하면 살 것 같은데, 나의 경우는 그 제목에서 주는 뻔한 스토리에 계속 주저주저 했던 책이다.


이 대목에서 나는 책에 대한 정보를 서점 외에는 전혀 취득할 수 없는 일반인이란 점을 말하고 싶다. 출판 등등 계통에 종사함으로 인해 신간에 대해 쉽게 접하거나, 공짜로 리뷰할 수 있는 혜택이 없기 때문에... 거창하게 말할 필요 없이 내 돈주고 사야 하기 때문에, 책 선택은 매번 고민이 될 수 밖에 없다.


잠시 말이 샜다... 어쨌든 그녀를 잃느니 반이라도 갖겠다. 라는 영화 <글루미 썬데이>를 예로 들지 않아도, 개방혼 또는 서로를 독점하지 않는 다자간 사랑이란 의미의 폴리아모리도 요즘엔 별로 쇼킹하지 않는 단어가 된 마당이라서.


그리고 나로 말하면 비록 그렇게 여럿과 관계하며 살긴 어려울 것 같지만(나는 한명도 귀찮을 때가 많기에), 그렇다고 그렇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입장이다. 그리고 설사 내가 이상하다 하더라도 그들이 좋다는데 내돈 뜯기는 거 아닌 이상 그게 뭐라 할 문제는 아니지 않는가... 일도 많아 죽겠는데 말이다.


그런데 뭘 새삼 그런 주제로 책을 쓰고 난리야... 그런데 상을 탔다나? 저자가 67년생 박현욱이라는데 사회학전공이라 그런지 뭐가 날카롭다나? 그러면서 문체가 경쾌하고 어쩌고.


그래도 안샀다. 뭐 딱히 나올게 없는 주제야. 하면서.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축구 얘기가 무지 많이 나온다한다. 피구가 바르셀로나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후 누캄프에서 경기를 할 때 배신자에 대한 야유로 관중들은 경기장에 이것저것 마구 던졌는데 심지어 돼지머리까지 던졌다고 한다. 그걸 던지고자 들고 간 정성이 대단하다. 뭐 그런 얘기들이 엄청 많이 나온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 사버렸다. 만약 나를 실망시킨다면 앞으로 한 달 동안은 절대 한국작가 책은 안 살 것이다...하는 독한 생각까지 하면서.


그런데 읽고 나니, <섹스의진화>와 연결되는 점이 있어 나는 무지 흥미로운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되었다. 몸에 가죽을 걸치던 시절의 인간은 원래 집단혼 체제였는데(일부다처건, 일처다부건, 집단적 난교이던) 워낙에 혼자 먹고 살 수 있을라면 지독히도 오래 걸리는 인간의 아이를 기르기 위한 목표로 일부일처제로 진화되어갔다고 한다.(그게 정말 그런거 였냐고? 아 교수님이 그렇다 하시는데 읽어보고 질문하시던지) 모든 생물은 자신의 유전자를 계속 이어가는 종족번식의 본능이 심하게 표현하면 생존의 목표라고도 한다.


그 와중에 힘들게 낳은 아이를 내 팽개쳐서 죽여 버릴 수 는 없으니까, 내 아이를 좀 더 잘 키워내려는 노력이 결국 일부일처제까지 만들어냈다는 논리인데... 흠, 그렇다면 내 유전자를 살려내는데 있어 아무 문제가 없어진다고 가정하면,(어디까지나 가정이다) 굳이 일부일처일 필요가 없다는 역 이론이 존재하고 있는 것 아닌가?


게다가 요즈음에는 모든 동물의 수컷들이 본능으로 가지고 있다는. '내 씨 퍼뜨리기' 에 대한 욕구가 전혀 없는 인간의 수컷들이 생겨나고 있다. 심지어 하찮은 사마귀까지도 암컷에게 교미 도중 암컷이 힘내라고 지 몸을 밥으로 줘 가며 지 씨를 퍼뜨리려고 노력하는데도 말이다.(사마귀 미안~ )


<아내가 결혼했다> 에서 그 문제의 아내는 나는 너도 사랑하지만 왠지 쟤도 사랑한다. 근데 꼭 한사람만 선택하라고 하는 걸 받아들일 수 없다. 다자간의 사랑은 왜 안된다고 하냐고 호소한다.(그래서 결국 남편설득에 성공한다.) 두 남자와의 결혼생활 중 생긴 아이에 대해서도, 누구 아이인지 알려고 하지 않는 걸 원칙으로 한다. 누구의 유전자가 계승되었는가에 집착하지 말자는 얘기다. 어차피 여자는 어떤 남자의 아기를 낳던지, 그 아기는 자신의 유전자가 50%는 계승된다. 그러나 남자의 경우 아내가 다른 남자의 아이를 낳아서, 자기와 같이 기르자고 덤비면, 자신의 유전자는 단 1%로도 전달시키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숙제를 안 한 것 같을 지도 모른다.(정말 그것이 숙제라면)


어쨌든 인간의 생활은 변하고 있다. 남편 없이도 혼자 아이를 길러낼 수 있는 환경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여기서 길러낼 수 있다는 것은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안 굶기고 살려낸다는 것에 일단 근본을 두고 있다) 아이에게 수유를 하는 동안 남편이 고기라도 잡아다 주지 않으면 큰일인 옛날과는 달라졌다는 말이다. 그러다 보니, 한반도 그 긴 역사에도 불구하고 하필 고작 몇 백년 이었던 조선의 문화를 소중히 물려받은 탓에 전 세계적으로 남녀관계에 있어서는 완고한 사상으로 이름 날리는 우리나라에서 폴리아모리 관련 책이 나와서, 상 받고 베스트셀러 되었다니까... 것도 참 생각해 볼 일이다.


<아내가 결혼했다>를 읽고 나서(혹은 그 제목만 듣고서도) 세상 참 말세다. 하고 혀를 끌끌 찬 적이 있다면, <섹스의 진화> 와 함께 다시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그리고 , 아직도 그 단어 자체가 난감하게 느껴지는 '욕구' 라는 것에 대해서도 잠시 시간을 내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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