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권째 책 펴낸 초인적 저술인 박정진 시인
100권째 책 펴낸 초인적 저술인 박정진 시인
  • 김두호
  • 승인 2009.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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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는 질투 문화다. 문화도 변해야 산다” / 김두호



[인터뷰365 김두호] 한강의 발원지 태백에서 하구인 강화까지 답사하며 쓴 서정, 서사시집 <한강교향시-시로 한강을 거닐다>를 최근 100권 째의 저서목록에 올린 박정진 시인(59)은 상상을 초월하는 다양한 장르의 저술인이다. 대학에서 의예과를 거쳐 국문학을 전공하고 인문학으로 박사가 되었지만 경향신문과 세계일보에서 20여 년간 문화분야 저널리스트로 활동했으니 주직함은 언론인이다. 그는 지금 시와 소설, 수상집을 비롯해 인문 사회 종교 분야의 저서를 매년 평균 5권씩 저술하고 차(茶) 전문잡지를 만들면서 한양대에서 겸임교수로 강의를 하고 있다.


사례가 드문 박정진 시인의 정력적인 저술활동은 보통사람들의 상상이 미치지 않는 미스터리를 갖게 한다. 다방면의 지식과 능력도 헤아리기 힘들고, 쉬지 않고 집필 작업을 하는 에너지도 측정하기가 쉽지 않다. 글을 써야할 주제가 정해지면 하루 네댓 시간의 수면 외에는 만사를 제쳐두고 글 쓰는데 혼신을 바치며 살고 있다.


지난해에는 <시와 사상>지에 발표된 박 시인의 시 ‘독도’를 울릉도에 있는 독도박물관에서 시비로 건립해 제막식과 함께 시단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지금 101번째의 책을 준비 중인 박정진 시인을 만났다.



출판된 100권의 저서를 보면 시인뿐 아니라 소설가 수필가 비평가 그리고 인문사회학 분야의 전문학자 등 저술활동 영역이 다채롭다. 그중 자신을 소개할 때 어떤 직종을 가장 먼저 선택하는가?

경향신문 문화부 기자로 시작해 세계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거쳐 20여년을 신문사에서 보낸 탓으로 언론인이라는 직업관이 몸에 배어있다. 주 직업은 역시 언론과 시인 쪽이다.


100권의 저서를 장르별로 분류하면 어떤 분야의 책이 가장 많은가?

시집이 13권이고 연작물과 전자북을 포함해 소설이 7권, 종교 역사 인물과 관련한 수상집이 19권, 그밖에 61권이 인문학 분야의 서적들이다. 100권의 책들은 대부분 300쪽이 넘는 분량이다.


그 가운데 베스트셀러나 독자들의 반응이 좋았던 책은 어떤 내용의 책들인가?

역시 소설형식의 책이 많다. 권력사회의 인간도구로 전락한 현대판 황진이의 이야기를 다룬 <서울 황진이>와 박정희 대통령을 소재로 한 <왕과 건달> 같은 것들이 많이 팔린 책들이다. <왕과 건달>은 박대통령만을 나라 살린 인물로 보고 그 주변 사람들을 건달로 묘사한 내용이었다. 반응이 좋아 연작으로 3권까지 썼다.


100권 째 펴낸 <한강교향시-시로 한강을 거닐다>는 서정, 서사시라는 형식이 독특하다. 현장을 답사하며 썼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을 것 같다.

350쪽에 135편의 시를 수록했다. 시에 등장하는 역사용어나 인물 지명 등은 뒤에 주석을 달고 2백여 장의 풍경사진을 곁들여 읽으면서 보고 느끼게 하는 형태의 시집이다. 내용은 어둡고 한탄조(恨歎調)의 노래를 피하고 미래 지향적이면서 긍정적인 현대인의 시각에서 썼다. 물론 시간과 많은 인내와 노력이 필요했다. 다른 책을 쓰면서 해를 두고 틈을 내어 한강 줄기를 찾아다녔다. 세계 대도시의 소문난 강을 두루 보았지만 우리 한강이 세계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강이라는 것을 새삼 확인했다. 구석구석 걸어서 조상의 풍류문화와 역사적 발자취를 밟아보는 것은 고통이 아니라 즐거움이었다.


한강유역에서 시인의 눈으로 찾아낸 가장 아름다운 곳은 어디라고 생각하는가?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팔당 양수리 부근을 가장 많이 찾아갔다. 새벽과 해질 무렵, 그리고 눈이나 비가 올 때 풍경은 그림과 같다. 양수리 강가에서 봄비가 살며시 내리고 안개가 자욱이 피어오를 무렵 파란색 머리를 강물로 풀어내린 버드나무를 바라보면 눈물이 난다. 자연이 애절한 여자의 모습으로 다가서고 시상이 황홀하게 떠오른다.



왕성한 집필의욕은 언제부터 시작됐는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 문화시찰단으로 그곳에 갔다가 교통사고로 죽을 고비를 넘긴 일이 있다. 귀국해서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6개월간 치료를 받는 동안 우리 생명이 언제 어디서 끝날지 모른다는 것을 심오하게 생각한 적이 있다. 그때, 내가 남길 것은 알고 배워왔던 글 쓰는 직업이니 책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앉아서 글을 쓰는 소설가도 한 해 한두 권의 책을 내기가 벅차다고 한다. 집필에 소모되는 시간과 체력 등을 어떻게 활용하고 지탱하는가?

주제가 떠오르면 그날부터 펜을 잡는다. 지금은 자판을 두들기지만...

글을 쓰기 시작하면 모든 외부활동을 잠정적으로 중단하고 집중한다. 잠은 새벽 2시까지 미루거나 12시에 자면 네댓 시간 자고 깨어나서 글을 쓴다. 체력을 유지하는 힘은 오랜 단전호흡 운동 덕이다.

단전호흡은 한국형 요가인데 제대로 하면 3∼5분은 호흡을 멈출 수 있다. 신체의 피로를 풀어주면서 에너지를 최소한 줄이는 운동이 단전호흡 운동이다.

피곤하면 머리 정수리를 압박하거나 양손바닥을 마찰시켜 뜨거워지면 얼굴을 마찰하고 눈과 귀 사이나 통증이 오는 부위를 압박해주면 피로가 풀린다. 피곤할 때 두 팔과 다리를 쭉 뻗어 기지개를 펴는 운동도 효과적이다.

몸은 자연스럽게 굴러가게 만드는 것이 건강비법이다. 몸이 원하는 것, 배고프면 밥을 먹듯 아픈 곳을 주물러 주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것이 몸을 자연스럽게 다스리는 길이다.


저술활동 외에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차(茶)와 관련된 전문잡지의 편집주간을 맡고 있고 한양대에서 겸임교수로 문화인류학 강의를 하고 있다.


대학에서 전공이 그 쪽인가?

박사과정은 영남대에서 인류학을 했지만 대학 입학은 의사가 되려고 한양대 의예과를 다녔다. 그러다가 박목월 시인을 만나 국문과로 옮겨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돈을 벌기 위해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버리고 문화를 배워 사람을 일깨우겠다는 제법 큰 포부를 생각한 것이었다. 1976년에 신문사에 입사하고 1992년에 월간 <현대시>를 통해 데뷔해 시를 쓰기 시작했다.


시작활동은 박목월 시인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인가? 당신의 삶에서 영향을 끼친 인물이나 책이 있다면?

당연히 제자의 한사람으로 박목월 선생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또 다른 사람은 <문화의 유형>을 펴낸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크뢰버인데 복식사를 통해 인류문화의 변화를 분석한 그의 저서를 읽고 감명을 많이 받았다. 문화란 한마디로 그 시대의 유행이다. 문화가 발전하는 데는 유행이 앞장을 선다. 문화도 변화해야 죽지 않고 살아난다는 생각이다.


우리 역사를 문화인류학의 시각에서 분석한다면 한마디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가?

질투의 문화다. 사색당파 싸움이 모두 질투문화의 산물이다. 그게 힘이 되고 발전도 할 수 있지만 집안싸움에 국력이 소진되어 바깥으로 뻗어나가지 못한다. 질투문화는 여성적이다. 좋게 보면 평화주의 문화지만 여성적인 문화는 가부장(남자)의 종속감에서 주인정신이 약하다. 여성주의 문화이기 때문에 외세에 당한 피해도 많고 한도 많다.

현대사회에서도 그 문화는 반복되고 있다. 좌파가 출몰하고 득세하게 되어 있다. 좌파가 들어서면 생산성이 떨어지고 하향 평준화되면서 벌어 둔 것 까먹는다. 박정희 대통령도 좌파적 사고를 가졌으나 우파로 옮겼고 독재를 했다지만, 세종대왕 이상의 변화를 가져온 인물이다. 밥도 제대로 못 먹는 나라였고 1975년까지 북한보다 GNP가 낮았던 나라를 바꿔 놓았으니 힘들 때마다 그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지난해 울릉도에 있는 독도박물관에서 박 시인의 <독도>시비 제막식을 했다는데 새겨 넣은 시는 어떤 내용인가?

타계한 이종학 초대 박물관장이 나의 시를 선정해 건립을 준비해 왔었다.


대륙의 꿈이 돌고 돌아 끝내

동해에 돌산으로 숨은 섬

바라볼 건 일출이요

들리는 건 파도와 괭이갈매기의 울음소리

깎아지른 암벽은 하늘을 치솟아 외로움을 내 품는데

그 틈새로 자주 빛 참나리 향을 품고 있다

넌 대륙의 마지막 정절

일찍이 너같이 홀로 있다고 이름을 붙인

당돌한 섬은 없었다

넌 우리 의지의 결정

목숨 걸고 절벽에서 꽃을 꺾어

수로부인에게 바친 헌화가의

옛 신선 예 살아있구나

이런 곳에 홀로 피는 꽃이나

그 꽃을 꺾어 바치는 마음이나

이런 곳에 홀로 박힌 몸뚱어리나

모두가 꽃이다.


동해 제일 끝에서 육중한 몸을 흔들어

맨 먼저 잠을 깨워 달려 나와

일출을 온 몸으로 받아 날마다 새롭게 피어나는

암청색 몸뚱어리

넌 우리의 수호신, 동해 용왕되어

나라를 지키고자 산골한

문무대왕이 여기 나와 있구나

홀로 있지만 그 속에 두 세계 감춘

동 섬, 서 섬, 암 바위 수 바위

그대로 석화산이로다

육지로 육지로 달려와

바다와 하늘을 하나로 품는 네 모습이 장하다

해동성인이로다.


1998년 11년 전에 시전문지 <시와 사상>호에 발표하고 나중에 <독도>를 이름으로 시집을 냈다.


지금 준비 중인 책이 있다면 101번째인데 미리 소개할 수 있는가?

2백자 800장 정도 단군시조에 관해 써둔 게 있다. 동국대에서 발행하는 <문학 사학 철학>이라는 인문학술지에 연재를 하고 출간을 할 생각이다. 단군에 관해서는 오래전부터 글을 많이 써왔다. 삼국유사를 통해 전해오는 신화의 역사적인 배경과 태동 동기 등을 깊이 들여다보며 재조명하고 싶다. 하늘에서 내려왔다거나 곰이 관련된 신화지만 그 인물의 실체는 유라시아에서 이동해온 민족의 지도자로 보고 있다. 중동문화와 언어의 원류에 대한 사료를 들여다보면 뜻글자가 문자인 중국과 달리 소리글자의 중동 쪽과 연계된 점이 많다. 옛 나라 이름도 중국은 한글자로 표기하지만 우리는 두 글자로 조합되어 있다. 소리글자는 글자 하나로 뜻이 전달 안 된다.


많은 책을 내자면 자료도 그만큼 필요할 것이다. 개인이 소장한 자료는 얼마나 되는가?

서적만 5천권이 넘는다. 그밖에 스크랩 자료나 국내외에서 수집한 각종 문서류는 헤아릴 수가 없다.



끝으로 가족을 소개해 달라.

아내 (우경옥 /58세)와 두 아들 중 큰아이는 건축가로 활동하고, 둘째는 전자공학을 전공하는 대학 4년생이다.







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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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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