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사랑에 빠진 말레이시아 라힐라 감독
서울과 사랑에 빠진 말레이시아 라힐라 감독
  • 정연주
  • 승인 2012.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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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자마자 반한 서울의 풍경과 사람들…드라마, 영화 등 3편 촬영

【인터뷰365 김선】말레이시아의 라힐라 알리(Rahila Ali) 감독은 지난 2년 동안 세 작품을 서울에서 촬영했다. 말레이시아의 대표적인 위성채널인 Astro를 통해 방영된 TV 드라마 <남이섬의 부름 The Calling of Nami Island>, 2012년 말레이시아에서의 전국적 대규모 개봉을 앞두고 있는 뮤지컬 코미디 <나는 너를…??? I Have…You???>, 그리고 역시 Astro를 통해 방영된 TV 영화 <흔적 없는 무덤 No Marked Grave>. 세 작품 모두 그녀의 연출 아래 다양한 서울의 모습을 영상에 담아냈다.


라힐라 알리 감독과 서울영상위원회가 처음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TV 시리즈 <남이섬의 부름 The Calling of Nami Island>을 제작할 때였다. 라힐라 알리 감독이 한국관광공사 말레이시아 지사를 통해 서울 촬영에 대한 문의를 해왔다. 급작스런 서울 촬영 계획을 추진하는 말레이시아 제작팀을 지원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으나, 다행히도 제작팀은 무사히 그리고 만족스럽게 촬영을 마치고 돌아갔다. 이때 맺은 인연이 계기가 되어 그 이후에 만들어진 두 작품을 촬영할 때도 서울영상위원회의 제작비 지원, 로케이션 스카우팅 지원과 촬영 지원을 받게 되었다. 5월 개봉을 앞둔 영화 <나는 너를...???>의 막바지 마무리에 한창 바쁜 라힐라 알리 감독을 서면으로 인터뷰 했다.


라힐라 알리 감독
어떻게 한국, 그 중에서도 서울에서 영화와 드라마를 촬영하기로 했나요?
예전에 여행에 대한 TV 프로그램을 만든 적이 있어요. 그때 한국에 처음 오게 되었죠. 아름다운 경관에 반해 서울을 배경으로 한 로맨틱 코미디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또한 TV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한국의 스태프들과 함께 일할 수 있었는데 모두 매우 전문적이었고, 또한 다들 긍정적인 태도로 일에 임했어요. 한국의 영상산업 종사자들은 함께 일하기 좋다는 인상을 받았죠.

말레이시아에 한국 대중문화가 알려져 있나요?
한국 대중문화는 말레이시아에 하나의 현상으로까지 인식될 정도로 매우 인기가 많아요. 한국 드라마, 영화, 음악 등이 말레이시아 방송에 많이 나오거든요. 그래서 말레이시아 방송에서 한국 연예인들이 입는 옷이나 헤어스타일 같은 패션 트렌드도 많이 알려져 있어요. KBS 위성채널도 말레이시아에 나오고요. 또 위성채널의 음악방송에서도 한국 노래, 한국 가수들이 많이 나오고요. 전반적으로 말레이시아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의 생활, 언어, 문화, 음식 그리고 한국 사람들에 대해 관심이 생기면 정보를 얻기 어렵지 않아요. 워낙 많이 알려져 있어 접하기 쉬운 편이죠.

한국에 대한 첫 인상이 어떠셨어요?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서 서울이 특별히 갖는 장점이 있을까요?
위에도 잠깐 말씀 드렸지만 저는 보자마자 서울의 모습에 눈과 마음을 모두 사로잡혀 버린 사람이라서…. 멋진 경관과 좋은 날씨 때문에 어디를 가도 좋았어요. 서울은 아름다운 현대 도시이고 저처럼 새로운 장소, 배경을 찾는 사람들에게 재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멋진 로케이션과 또 예술적 분위기를 갖고 있어요. 도시의 풍경이 사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건 좋은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봄에는 꽃이 피고, 가을에는 우수에 가득한 분위기가 멋지고, 겨울에는 하얀 눈의 도시로 변신한다는 게 영화 하는 사람들에게 여러모로 좋죠.

한국에서 촬영한 세 작품에 대해서 소개해 주세요.
가장 처음 서울에서 촬영하게 된 TV 드라마 <남이섬의 부름 The Calling of Nami Island>은 새로운 삶을 찾아 한국에 오게 된 말레이시아 여인에 대한 이야기예요. 남편의 불륜과 그로 인한 여러가지 힘든 일로 인해 말레이시아에서의 생활에 지친 여자 주인공이 어린 아들과 함께 한국에 와요. 한국에서 운명적으로 자기도 몰랐던 쌍둥이 여동생을 만나게 되고, 진정한 사랑과 행복의 의미에 대해서 깨닫게 됩니다. 많은 말레이시아 사람들, 특히 말레이시아 여성들이 한국에 가는 것과 또 한국에서 생활하는 것을 꿈꾸고 바라고 있어요. 그런 점을 캐릭터에 반영했습니다. 영화, 드라마 감독은 사람들이 꿈꾸는 것을 드라마를 통해서 대신 이뤄줄 수 있잖아요. 비록 현실이 아닌 드라마일지라도 사람들은 대리만족을 하고요.
그 다음으로 <나는 너를...??? I Have…You???>을 젊은이들 이야기입니다. 젊은 사람들, 특히 대학생들이 사랑과 꿈을 찾아가는 내용은 언제나, 어디서나 통하는 이야기잖아요. 아름다운 정원, 멋진 건물 같은 로맨틱한 무드를 이끌어내는 장소를 보고 로맨틱 코미디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로맨틱한 배경에 K-Pop이 곁들여지면 멋질 것 같지 않나요. 이 영화는 한국적 스토리 라인으로 소년이 소녀를 만나는데 둘이 처음에는 서로를 너무너무 싫어하다 결국엔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에요.
마지막으로 <흔적 없는 무덤 No Marked Grave>은 서울에서 유학 중인 젊은 말레이시아인 청년과 한국인 여자친구의 죽음에 이르는 비극적인 관계에 대한 영화예요. TV 영화로 제작되었는데 말레이시아 작품으로는 매우 특별한 작품입니다. 한국 호러 영화적인 색채가 많이 담겼어요.


한국적 스토리 라인으로 구성된 젊은이들의 이야기 <나는 너를...???>


촬영을 도와 준 한국 파트너는 어떻게 만났나요?
한국에서 촬영은 하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서 한국관광공사 말레이시아 지사에 도움을 요청했어요. <남이섬의 부름>의 기획 프로듀서인 말레이시아의 인기가수 마위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관광 홍보대사’여서 한국관광공사와 좋은 관계를 맺어오고 있어 제일 먼저 연락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한국관광공사 말레이시아 지사에서 서울영상위원회를 소개해 주셨고요. 촬영을 바로 며칠 앞두고 급하게 준비 했는데도 불구하고 서울영상위원회에서 좋은 프러덕션 서비스 회사를 연결해 줬고, 그래서 <남이섬의 부름>을 서울에서 잘 촬영할 수 있게 되었죠.

촬영은 어떠셨나요? 외국에서 촬영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텐데.
다행히도 지금까지는 다 재능 있고 좋은 사람들만 만나서 한국에서 촬영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았어요. 각 스태프들 모두 자기 분야에 전문가들이라서 매우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었어요. 다만 역시 어려운 점은 아무래도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할 수 있어요. 모든 한국 스태프들이 영어를 하는 건 아니어서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다소 있었습니다. 장차 한국어를 배울 계획이 있는데 제가 한국어를 하게 된다면 앞으로는 좀 더 쉽게 한국 스태프들과 일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원하는 로케이션은 바로바로 찾을 수 있었나요?
뭐 그런 적도 있었고, 아닌 적도 있었고요.

어떤 로케이션지가 가장 마음에 들고 또 어디가 제일 별로였는지요. 가장 촬영하기 용이했던 로케이션과 어려웠던 로케이션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세요.
가장 좋았던 장소는 서울의 여러 공원들이요. 상암동에 있는 하늘공원과 어린이대공원에서 촬영을 했어요. 특히 어린이대공원은 한창 벚꽃이 만발해 있어서 매우 아름다웠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라 특별했고요. 또 <나는 너를...???>의 메인 배경이 되었던 경희대학교 캠퍼스도 최고의 로케이션이었어요. 한국의 대학 분위기를 아주 잘 그려낼 수 있는 아름다운 캠퍼스였어요. 가장 촬영하기 좋았던 곳도 경희대학교였어요. 반면 공원들과 에버랜드에서의 촬영은 매우 힘들었어요. 아무래도 사람들이 많으니까. 가장 별로였던 로케이션은 굳이 꼽자면 청계천이요.

로케이션을 정하고, 촬영 허가를 얻고 하는 일은 어떻게 진행하셨나요? 원하는 로케이션에서는 다 촬영이 가능하셨던가요?
한국 측 프러덕션 서비스 회사에서 촬영장 섭외하고 허가 얻는 일을 다 알아서 잘 해주셔서 저는 특별히 뭐가 힘들었다든가 아쉬웠든가 한 적은 없었어요. 다만 역시 처음에 생각했던 촬영지가 섭외가 안되어서 촬영지를 변경해야 할 경우, 제작비가 늘게 되는데 그게 너무 비싸게 느껴지긴 했어요. 아무래도 해외촬영이니까요. 말레이시아보다 서울 물가가 일단 비싼데다 환율도 생각하고 하면 또 모든 시간이 다 돈이라. 그리고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원하는 로케이션에서 다 촬영할 수는 없었어요. 다음 번 프로젝트를 찍을 땐 원하는 촬영지 모두에서 촬영이 가능하면 좋겠어요.


서울에서 <나는 너를>를 촬영하고 있는 라힐라 감독의 스태프들


스태프 구성은 어떻게 하셨나요?
각 팀의 감독 예를 들면 촬영 감독, 조명 감독 등은 말레이시아에서 함께 서울로 왔고, 각 팀의 스태프들은 한국에서 고용했습니다. 한국 스태프들과 함께 일하는 건 위에서도 여러 번 말했지만 참 좋았어요.

아까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로 인한 무슨 에피소드라도 있었나요?
우선 촬영할 때 의사소통 문제로 인해 몇 번의 사고가 있었죠. 실력 있는 통역을 고용하면 막을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외국어뿐만 아니라 영화 촬영과 관련된 용어들을 잘 알고 있고, 촬영 과정과 기술적인 부분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요. 일단 촬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또 영화 현장에서 어떤 단어들이 쓰이는지 등을 잘 모르는 통역이 말을 전한다면, 불가피하게 혼동이 생길 수 있으리라 봅니다.

말레이시아 스태프들과 한국 스태프들이 함께 일하는 건 어땠나요? 언어 말고 문화적인 차이나 그런 어려움은 없으셨는지요? 말레이시아는 다양한 인종들이 함께 모여 사는 곳이어서, 이미 다양한 문화를 접하는데 다들 익숙하답니다. 말레이시아와 한국 두 나라 모두 다른 나라의 문화와 전통을 이해하고 알려고 노력하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때때로 현장에서 서로 상대 나라의 언어를 가르쳐주고, 배우고 또 서로의 다른 음식을 먹어보고 하면서 재미있게 촬영했어요. 일할 때도 서로 서로의 방식을 배워가면서 유연하게 접근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한국과 말레이시아가 비슷해요.
혹 말레이시아에서 촬영하게 되거나, 한국에서 촬영하는 말레이시아 제작팀과 일할 때를 위한 팁을 드린다면, 말레이시아 인구의 70%는 무슬림이에요. 그래서 종교적인 이유로 할랄 음식을 먹어야 하고 또 기도할 장소가 필요하기도 하다는 점만 이해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문화적인 차이는 서로 이해하려는 마음과 커뮤니케이션으로 극복될 수 있어요. 각자 맡은 일을 잘 끝마치려는 목적을 공유하고 있다면 말입니다.

서울에서 <나는 너를>를 촬영하고 있는 라힐라 감독의 스태프들

음식에 대해서 잠깐 말씀하셨는데요. 현장에서는 한국 음식을 드셨나요 아니면 말레이시아 음식을 따로 공수해다 드셨는지요?
사실 모든 음식을 다 먹었어요. 중요한 건 할랄 음식이어야 한다는 거죠. 할랄 음식이 무엇이냐면, 무슬림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아요. 반면 양고기, 쇠고기, 닭고기와 해산물 등은 먹을 수 있는데 먹을 수 있는 고기라 해도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도살된 것이라야 할랄 음식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요. 그래서 따로 요리사가 있었어요. 한국 음식 중에서는 국수나 밥, 생선 같은 건 먹을 수 있었습니다.

말레이시아에서 영화를 찍는 것과 한국에서 영화를 찍는 건 어떻게 다른가요?
제게 있어 영화를 만들고 드라마를 만드는 일은 어디서나 비슷해요. 어느 나라에서 찍느냐에 따라 조금씩 다른 점이 있겠지만 다 극복할 수 있어요. 다만 한국에서는 다른 로케이션에서 다른 분위기를 연출할 수도 있고, 기술이나 방식도 배울 수 있고. 한국에서 영화나 드라마를 찍는 건 제게 더 넓은 지평을 열어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서울영상위원회의 인센티브 지원은 도움이 되셨는지요?
서울영상위원회의 로케이션 스카우팅 지원과 제작비 지원은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물론 규칙도 있고 제한도 있지만 다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었어요.

처음에 서울에서 촬영한 라힐라 알리 감독님의 세 작품에 대해서 얘기해 주셨는데요. 말레이시아에서의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나는 너를…???> 뺀 나머지 두 작품이 모두 TV를 통해 이미 방영이 되었어요. 두 작품 모두 아주 좋은 반응을 얻었어요. 시청률도 잘 나왔고, 말레이시아 시청자들은 그들의 눈을 사로잡은 ‘서울’이라는 배경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했고요.


<남이섬의 부름> 촬영을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라힐라 감독 팀. 라힐라 감독은 맨 왼쪽에 아이를 안고 서있다.


다시 서울에 다른 작품을 가지고 오실 계획은 없으신가요? 다른 말레이시아 영화인들에게 하시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들려주세요.
물론 다시 한국에 오고 싶어요. 실제로 다른 여러 프로젝트들을 지금 검토하고 있고, 또 기획 하고 있습니다. 다음 번에도 꼭 서울영상위원회의 지원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제가 서울에서 촬영한 경험은 이미 제 말레이시아 동료들에게 좋은 선례가 되었고, 그들이 제 작품들을 통해 서울 촬영에 대한 영감을 받았으리라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지금 이 글을 읽고 있을 한국의 영화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한국과 말레이시아 간의 문화적 교류 및 통합은 정치인들이 아닌, 즉 규정된 어떠한 법률과 규칙에 의해서가 아닌 우리와 같은 예술가들에 의해 자율적으로, 또 자연스럽게 일어날 때에 더욱 아름다워 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예술가들의 더 많은 참여와 노력이 필요하겠죠. 한국과 말레이시아 간의 문화적 교류가 아직까지는 미약한 단계이지만 지속적인 관계 유지를 통해 더 많은 소통의 기회들을 가져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정연주 서울영상위원회 국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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