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를 외롭지 않게 만들 영화
크리스마스 이브를 외롭지 않게 만들 영화
  • 김우성
  • 승인 2008.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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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에 울려퍼지는 노래 ‘메리 크리스마스’ / 김우성

[인터뷰365 김우성] 올해도 홀로 집에 남은 꼬마는 어디에선가 악당들을 골탕 먹일 것이고, 터보맨 아빠는 제트엔진을 장착하고 이채널 저채널을 옮겨 다닐 것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크리스마스 특선영화의 식상함을 두고 하는 말이다. 크리스마스를 차분하게 보내고 싶은 이들을 위해, 24일 방영되는 조금 특별한 TV영화 한 편을 소개한다.





전쟁의 처참함 속에서도 종교가 지닌 의미, 화해의 가치를 설파하는 영화 <메리 크리스마스>(EBS)는 세계 전쟁사에서 가장 특이한 사건 중 하나인 제1차 세계대전 ‘크리스마스 휴전’ 사건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1차 세계대전은 현대전의 성격을 띤 최초의 전쟁이다. 참전한 군인들이라고 해봤자 평범한 농부가 대부분이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아군적군이 뒤섞여 함께 노래 부르고 선물을 주고받았다는, 이 거짓말 같은 이야기가 가능했던 것도 다분히 전략적이지 못한(?) 병사들의 구성 때문일지 모른다.


영화의 배경은 1차 세계 대전 중 독일군 점령지역. 독일 프랑스 영국군의 숨 막히는 전투가 끊이지 않는 곳이다. 좀처럼 진전이 없는 전세에 각국 병사들은 갈수록 초조함을 느낀다. 그러던 중 독일인 안나는 전장에 있는 남편 니콜라우스를 위해 공연을 준비한다. 전직 오페라스타 니콜라우스와 안나 부부가 독일군 참호에서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자 병사들은 경계를 한다. 하지만 이내 총을 버리고 하나 둘 참호 밖으로 나온다. 어디선가 백파이프 반주가 더해지고, 병사들의 얼굴에는 점점 웃음꽃이 피어나며 박수갈채가 쏟아진다. 한번 마음을 연 그들이 다시금 서로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누는 건 불가능해진다. 이제 세 나라의 군인들은 휴전을 연장해 전장에 널브러져 있는 시신을 수습하고 자국의 폭격 정보를 일러주는 단계에까지 이른다. 각국 사령부는 ‘이적행위’라며 이들을 반역자 취급하지만, 크리스마스 이브의 기억은 그들에게 결코 지워질 수 없는 아름다운 것이었다.



감독 크리스티앙 카리옹(46. 프랑스)은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점령지였던 프랑스 북부 지역 출신으로, 파리가 싫어서 농부가 된 30대 여성의 이야기 <파리에서 온 여자>(2001)로 장편 데뷔하며 주목을 받았다. <메리 크리스마스>는 독일군 테너의 노래가 프랑스 병사들에게 갈채를 받은 일화, 독일군 프랑스군 영국군이 함께 축구를 하고 편지와 크리스마스트리를 나눴다는 기록 등에 감독이 신선한 충격을 받아 철저한 준비 작업을 거쳐 완성한 작품이다.


할리우드식 이야기전개와 기교를 이 영화에 적용하려든다면 대단히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진부한 구성과 작위적 설정 때문인데, 이는 작고 짧은 평화의 소중한 가치를 역설하기 위한 감독의 고집이기도 하다. 특히 우리의 분단대치현실과 맞물려 ‘크리스마스 특선영화’ 이상의 여운을 안겨줄 것이다. 게리 루이스(스코틀랜드), 다이앤 크루거(독일), 다니엘 브륄(독일), 기욤 까네(프랑스) 등 영화 속 실제 국가를 대표하는 배우들의 연기도 조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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