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세 자매 뮤지션 안트리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세 자매 뮤지션 안트리오
  • 김선
  • 승인 2008.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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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 없을 땐 서로 떨어져 있으려 애써요” / 김선




[인터뷰365 김선] “이 단어를 한국어로 뭐라고 표현하죠?”
인터뷰 중간 중간 영어에 맞는 적절한 한국어 표현을 물어보며 노트에 빠짐없이 적는 안 트리오.한국인이어서 자랑스럽고 한국음식이 있어서 행복하다는 안 트리오가 오랜만에 모국을 방문해 크리스마스 시즌을 아름다운 선율로 장식했다.

세 자매로 구성된 피아노 3중주단 안 트리오는 쌍둥이인 마리아(첼로), 루시아(피아노)와 막내 안젤라(바이올린)로 구성된 피아노 트리오다.
서울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 줄리아드 음대를 졸업한 이들은 1987년 시사 주간지 타임에 <미국의 아시아계 천재 소녀들>이라는 커버스토리로 특집기사가 실리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03년에는 피플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50인>의 3위에 뽑히기도 했다.
안 트리오는 팝과 재즈 등을 넘나드는 크로스오버 위주의 현대적인 레퍼토리와 화려한 테크닉으로 이름을 알려왔고, 개성 있는 무대매너와 남다른 패션 감각으로 큰 인기를 끌어왔다.
17일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성황리에 끝내고 잠깐의 휴식을 만끽하고 있는 이들을 만났다.


우리말을 잘해 놀랐다.
어머니 덕분이다. 쉬지 않고 한국어를 사용하게 해 잘은 못하는데 그래도 좀 한다. 어머니가 수필가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글을 많이 읽었다. 대학교 때 신문방송을 전공했던 어머니는 한국에서 신문기자로 활동하셨다. 지금도 뉴욕에서 칼럼리스트로 활동 중이시다. 우리가 투어를 하는 중에도 가끔씩 어머니가 본인이 쓴 글을 이메일로 보내 재미있는지, 제목은 좋은지 묻곤 하신다.

어떻게 해서 세 자매가 함께 음악을 시작하게 됐는가?
마리아) 7살 때 루시아가 피아노를 치고 싶다고 해 레슨을 받게 됐다. 매일 셋이 놀다가 루시아만 피아노 레슨으로 빠지니 심심하더라. 그래서 안젤라와 나도 함께 악기를 배우게 됐다. 원래 자매 중 한명이 뭘 배우면 같이 배우고 싶은 욕심이 있지 않은가.



세 자매가 전공한 악기가 모두 다르다. 장래의 ‘안 트리오’를 결성할 것을 생각해서 선택한 것인가?
마리아 / 안젤라) 하하하. 그건 아니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는 것이나 성격도 모두 틀리기 때문에 똑같은 악기를 하고 싶지 않았던 것뿐이다.

안 트리오란 팀 이름은 어떻게 붙이게 됐나?
너무 단순하고 쉽게 만들어진 이름이다. 주어진 그대로 성을 가지고 자연스럽게 부르게 된 것이다. 안 씨는 단지 우리의 성이니까...

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인가? 1979년에 안 트리오가 결성됐다는 얘기가 있다. 그럼 30년이나 된 건가?
루시아)
하하하. 모든 자료를 믿지 말아라. 투어하면서 함께 다닌 건 10년밖에 안 된다. 대학(미국 뉴욕 줄리아드 음대)을 다닐 때만 해도 패밀리 트리오를 결성하겠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었다. 음악을 해도 따로 활동 할 줄 알았으니깐.
‘안 트리오’는 자연스럽게 결성됐다. 세 자매가 함께 학교를 다니니 학교에서 중요 행사가 있을 때마다 추천을 많이 해주었다. 학교 활동을 많이 하다 보니 외부에서도 초청을 많이 받게 됐고 안 트리오의 앨범을 내고 싶다는 음반 회사의 제의가 들어오더라. 운이 좋았다.
안젤라)
대학교 졸업 후에 바로 음반도 내면서 편하게 음악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는 점은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음악도 하고 아름다운 곳에도 많이 다닐 수 있고... 투어리스트가 아니라 음악을 나눠주면서 세상을 돌아다니니 너무 좋다.

안 트리오는 팝과 재즈 등을 넘나드는 크로스오버 위주의 연주가로 유명하다. 또한 팝가수, 전자음악연주자, 사진작가 등 다양한 사람들과 작업을 해왔다. 정통 클래식이라는 장르를 넘어 이런 다양한 음악적 교류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에서는 클래식음악은 오래된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흔히 일반적으로 불리는 ‘정통적’인 클래식이라는 것은 모차르트나 바흐시대 때 보면 그 당시의 대중문화였다. 예전에는 모차르트가 그 시대의 팝스타이자 락 스타였지 않은가. 그들의 곡에 맞춰 사람들이 춤도 췄으니 말이다.
우리는 21세기의 소리를 모아서 들려주는 것이 현대 클래식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음악의 장르가 많이 무너지고 있지 않는가. 팝 아티스트가 영화음악이나 클래식한 오페라를 쓰고, 클래식 연주자들이 팝 싱어와 연주를 한다. 세계가 하나가 되어가듯 음악이란 장르도 하나가 되어가는 것 같다. 우리는 클래식의 이런 다양한 면들을 많이 들려드리고 싶다.

안 트리오가 이상적으로 생각하고 추구하는 진정한 음악세계는 무엇인가?
세상과 소통하는 음악을 하고 싶다. 우리의 음악을 통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고 느끼게 해주고 싶다. ‘안 트리오’만을 위해 작곡되거나 편곡된 곡들을 중심으로 연주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여러 장르의 음악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
최근에 발매된 앨범 <내가 좋아하는 불면증 환자를 위한 자장가>에서도 모든 수록곡이 우리 그룹을 위해 쓰여진 곡이다. 우리가 원하는 소리와 원하는 곡들을 넣고 싶다는 생각에 프로듀싱도 직접 했다.
(안 트리오는 2006년 EMI를 떠나 세 자매의 첫 글자를 딴 독립 음반 레이블 L.A.M.P를 설립해 <내가 좋아하는 불면증 환자를 위한 자장가>를 발매했고 미국 빌보드 차트 8위를 기록한 바 있다. 당시 음반은 한국에서만 발매됐으나, 이번에는 RCA Red Seal과 인터내셔널 계약을 맺고 전 세계에서 판매 중이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 들려드린 작곡가 겸 바이올리니스트 켄지 번치의 <댄스밴드>, 재즈의 거장 펫 메시니의 <유령>등도 다 우리를 위해 작곡된 곡이다.



<유령>이란 곡 이름이 독특하다. 영어로도 유령(Yu Ryung)으로 발음되던데. 한국어인가?
그렇다. 원래 제목을 <대리운전수>로 하려고 했다가 조금은 더 멋져 보이는 <유령>으로 정하게 됐다.
펫 메시니는 한국을 자주 방문한 터라 한국문화에 굉장히 관심이 많은 음악가다. <유령>은 우연히 신문에서 한국의 대리운전기사에 대한 기사를 읽게 된 펫 메시니가 이들의 애환을 담아 쓴 곡이다. 대리운전기사가 고용한 사람들을 데려다주고 돌아갈 때의 느낌을 담았다. 그래서인지 왠지 한국적인 한(恨)이 느껴지는 슬픈 곡이기도 하다.

펫 메시니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는가?
평소 펫 메시니의 팬이었다. 마리아가 펫 메시니에게 곡 제안을 했더니 메시니가 “실내악을 쓴 적이 없어서 피아노 트리오를 몇 년 공부한 뒤 써주겠다”고 하더라. 워낙 완벽한 분이라 오래 걸릴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바로 주말이 지나고 전화가 오더니 곡을 다 썼다고 하셔서 너무 놀랐다. 우리 제안을 들은 그날 밤에 바로 썼다더라.

한국인 아티스트와 함께 작업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앨범에도 프로듀서 겸 가수 박진영, 미국의 한국계 보컬리스트 수지 서(Susie Suh)가 참여했다. 이번 크리스마스 내한 공연 때도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일렉트로니카 뮤지션 강주노와 뉴욕에 유학 중인 작곡가 겸 가수 윤상 등 한국 아티스트와 함께 무대에 섰는데.
세계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아티스트들이 많다.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이 강한 탓인지 한국인이라는 존재감이 크게 와 닿는다. 우리도 한국인으로서 이들과 함께 일하고 싶다. 한국인이 잘하면 같이 일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2년 만의 내한 공연이었다. 다른 저명한 한국계 음악인들에 비해 내한 공연이 너무 뜸한 것 같다.
벌써 2년이 됐나. 2년이 정말 빨리 간다. 이렇게 조금씩 기간을 두어서 팬들을 찾아뵈어야 우리를 그리워하고 기다리지 않을까 싶다.

곡 선택은 어떻게 하는가?
셋 다 마음에 드는 음악이어야 연주를 한다. 한 명이라도 동의하지 않으면 안한다.

셋이라서 어떤가?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을 텐데.
안젤라)
자매다 보니 쉽게 싸우고 쉽게 풀어진다. 하지만 가족이니깐 무슨 일이 있던지 서로 힘이 되는 것 같다.
루시아)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예의를 차려서 ‘이것 좀 고쳐주세요’가 아니라 ‘이거 고쳐’ 이렇게 짧게 얘기해도 다 알아들으니깐. 하하하. 같이 연주하고 연습하니 더 즐겁다.
마리아)
비행기를 갈아타면서 10시간씩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아무래도 가족이다 보니 편하다. 아프거나 힘들 때 도와줄 수 있으니깐 가족이 이래서 중요하구나란 생각도 들더라. 함께 투어를 하면서 하고 싶은 음악을 들려드릴 수 있으니깐 너무 자유롭다.



음악회 일정이 없을 때는 어떻게 지내나?
휴식을 취하려고 한다. 사실 몇 년 전부터 여름과 겨울시즌에 두 번은 꼭 휴식시간을 가지려고 하고 있다. 휴식이 있어야 충분히 연습도 하고 생각할 시간도 생기니깐. 하지만 그것마저 여의치 않다.

휴식을 취할 때도 함께 지내나?
사실 1년 내내 투어가 잡혀 있어서 자매들이 떨어져 있는 시간은 극히 드물다. 하지만 시간이 생기면 서로 떨어져 지내려 노력한다. 각기 다른 나라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서로의 사생활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어떻게 보낼 계획인가. 연주회 외에 한국에서 다른 일정이 있는가?
서울에 계신 외할머니와 함께 보내기로 약속했다. 이번 내한에 어머니도 동행했다.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지만 아마도 함께 1박2일 여행을 갈 것 같다. 한국에 대해 더 잘 알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 26일에 출국할 예정이다.

술은 자주 마시는가?
별로 많이 마시지 않는다. 주위 한국친구들은 술을 많이 마시면 마음속에 있는 말도 하고 금방 친해진다고들 말하더라. 미국 뉴욕에 소주와 막걸리가 현재 굉장히 유행이다. 어느 바에 가도 소주로 칵테일을 만들어 마신다. 한국 음식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한국적 요소들이 미국에서 인기를 얻으니깐 너무 좋다. 한국에 왔으니 막걸리를 먹어보고 싶다.

세 자매가 패셔니스타로 유명하다. 세계적인 잡지 보그나 GQ에서 커버스토리의 모델로도 서지 않았나?
(손사레를 치며) 절대 그런 거 아니다. 세상에 멋진 아티스트들이 얼마나 많은데... 잡지 속 모델은 아티스트로서 선 것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

안 트리오가 결성이 안됐다면 무얼 하고 있었을 것 같은가?
루시아)
피아노를 가르치거나, 세계 여행을 다녔겠지. 여행하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 음악투어와 여행한 것을 합치면 가본 나라가 60개국이 넘는다.



인생에서 음악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음악은 인생에서 가장 사랑하는 부분이지만 전부는 아니다. 내 인생을 사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예술가가 된 것이 운이 많아서 됐다고 생각한다. 상황이 안됐다면 먹고 사는데 급급했을 것이다. 우리는 행운을 많이 타고 난 자매다. 함께 나누면서 행복하게 사는 게 최종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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