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타닉’ 살아남는 데도 계급이 있다? (13)
‘타이타닉’ 살아남는 데도 계급이 있다? (13)
  • 김다인
  • 승인 2008.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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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 박혀있는 알짜상식 풀어내기 / 김다인





[인터뷰365 김다인] 배에 물이 들어오는 것도 모르는 채 칼은 잭에게 도둑 누명을 씌워 가둬놓게 하고 로즈의 뺨을 때리며 분풀이를 한다. 그때 객실 승무원이 들어와 구명조끼를 입고 갑판으로 올라오라는 말을 전한다. 한편 선장은 모르스부호를 쳐 위급한 상황을 알리라고 지시한다. 갑판으로 나가던 중 로즈는 앤드류를 잡고 묻는다.


로즈 : “빙산을 봤는데 어떤 상황이죠?”

앤드류 :“침몰할 거요. 한 시간 후면 모두 수장될 거요. 발표하면 혼란만 일 테니 빨리 밖으로 나가 구명보트를 타요. 반밖에 없다는 건 알고 있죠?”


생각포인트

=노블레스 오블리주

흔히 노블레스 오블리제라고 말하는데 프랑스어에 충실하게 쓴다면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가 맞는 표기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프랑스 격언으로 ‘고귀한 신분에 따르는 도덕적 책임과 의무’를 뜻한다. 즉 사회적으로 높은 신분의 사람들은 그에 상응하는 도덕적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로마제국의 귀족들을 들 수 있는데, 초기 로마사회에서 귀족들은 공공봉사, 기부, 헌납 등을 활발하게 했다. 이것은 의무인 동시에 명예로 여겨져 자발적이고 경쟁적으로 이뤄졌다. 또 로마 귀족들은 전쟁이 일어나면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헌납하고 칼을 들고 나가 싸우다 죽었다. 로마 귀족들은 이같은 도덕적 책임감이야말로 귀족이 노예와 다른 점이라고 여겼다. 시오노 나나미는 그의 저서 <로마인 이야기>에서 로마제국이 천년 동안 융성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노블레스 오블리주 때문이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갑판 위로 몰려나온 사람들. 선장은 여자와 아이들부터 보트에 태우라고 지시한다. 파티장에서 음악을 연주하던 팀은 승객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연주를 한다. 배의 맨 아랫칸에 머물던 3등실 승객들은 물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셔터를 내린 차단문 앞에서 문을 열라고 아우성을 한다.


3등실 여자아이 : “우린 어쩌죠, 엄마?”

엄마 : “기다려봐, 특등실부터 태우고 우릴 태울 거야.”


아우성 속에 타이타닉에서 쏘는 구명 폭죽은 하늘로 향해 올라가고 구명보트는 아래로 내려진다. 갑판에는 서로 먼저 보트를 타려는 사람들로 아우성이다. 살아남는 것만이 유일한 목표다. 특실의 여자승객들 먼저 태우는데, 그 와중에도 묵과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로즈 모 : “특실 손님만 따로 타는 거 아니에요? 천박한 것과 같이 섞이려니.”


정신없는 사이 이즈메이도 모르는 척 보트에 오른다. 선원이 그를 말없이 주시하지만 그는 시선을 외면한다.


생각포인트

=생명에도 적용되는 계급론

타이타닉이 침몰하기 시작하자 내려진 첫번째 구명보트에는 남자 11명 여자 2명이 타고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중 3명은 일등실에 탔던 백만장자라고 한다. 영화 속에서는 구명보트가 내려지는 중간쯤에 탄 것으로 되어있는 이즈메이는 실은 첫번째 구명보트에 탔다는 기록도 있다.

불안해하는 어린 아이에게 엄마는 “특등실 승객부터 태우고 우릴 태울 거”라고 안심시킨다. 이것은 엄마의 경험에서 우러난 삶의 질서다. 돈 많은 사람이 먼저이고 돈 없는 사람이 나중이라는 자본주의적 사고다. 실제로 타이타닉호 여성 승객 가운데 3등석 승객은 65%, 2등석은 16%가 사망한 데 반해 1등석 승객은 3%만 사망했다고 한다. 당시 3등석 승객의 대부분은 꿈을 안고 미국으로 건너가려던 이주자들이었다.

칼 맑스는 ‘인간의 역사는 계급 투쟁의 역사’라고 했다. 막스 베버는 ‘계급은 삶의 기회(life chance)'라고 정의했다. 계급의 차이가 삶에서 가치있는 것을 차지할 수 있는 기회를 결정한다는 뜻이다. 타이타닉호 승객 구출과정에 있어서도 계급의 차이는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시네마 스터디’는 국내외 잘 알려진 영화를 텍스트로 해서 그 속에 담겨진 여러 가지 상식 포인트를 찾아내는 작업입니다. 그 포인트는 역사적인 것이 될 수도 있고 문학적인 것이 될 수도 있고 잡학적인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단, 아주 쉽고 재미있게요. 워낙은 중학생들이 재미있게 논술공부를 할 수 있게 하는 방법으로 만든 것이지만, 그냥 영화를 통해 일반 상식 얻기 또는 영화 재미있게 뜯어보기로 여겨도 될 것입니다. 첫 번째 스터디 <왕의 남자>에 이어 이번에는 <타이타닉>을 텍스트로 합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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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인

영화평론가. 인쇄매체의 전성기이던 8,90년대에 영화전문지 스크린과 프리미어 편집장을 지냈으며, 굿데이신문 엔터테인먼트부장, 사회부장, LA특파원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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