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마의 꿈과 환상과 현실
유리마의 꿈과 환상과 현실
  • 김두호
  • 승인 2008.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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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돈키호테도 사기꾼도 아니었다 / 김두호



[인터뷰365 김두호] 1980년 미스 프랑스였던 아름다운 미녀 브리지트 쇼케(당시 27세)양을 아내로 맞이해 많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던 무명의 서울 남자 유리마(본명 유재승/ 당시 33세 / 서울 용산구 서계동 거주) 이야기는 지금 돌이켜봐도 미스터리한 인간의 운명과 인연의 세계를 신기하게 던져준 드라마 같은 실화였다.

행여 그의 이야기가 아직도 세간에 회자되는지 궁금해 검색창을 체크해보니 그의 이름이 많이 떠 있다. 글 중에는 돈키호테나 사기꾼일 거라는 시선도 있다. 그를 직접 알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간혹 TV나 신문 잡지 매체에서 그의 이야기를 접하고 그런 의혹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유리마 씨와 쇼케 양의 이야기를 필자는 그들의 이야기가 알려지기 전부터 소상하게 알고 있다. 바로 필자의 옆자리에 앉은 선배기자(김앙섭 씨 / 현재 씨족문제연구소장)가 처음으로 터뜨린 특종 기사였기 때문이다. 그 선배가 누구에겐가 제보를 받고 유리마를 만나기 시작했을 때 다들 도대체 정신나간 청년을 취재하느라 헛발길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배자신이나 곁에 앉아 자초지종 돌아가는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필자나 마찬가지 심사였다. 소문이 사실로 이어져 그 기사를 처음 보도하고 그들이 결혼까지 한 뒤 밝힌 그 선배의 고백부터 옮겨보자.


<81년 12월 4일 초겨울 퇴근준비를 하고 있던 나는 한 통의 제보를 받았다. 무직에 무명의 젊은이가 80년 서울에서 개최된 미스유니버스대회에 참가한 미스 프랑스 쇼케 양과 연인이 되어 뜨겁게 사랑을 나누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설마 그럴 리가 있겠느냐고 생각하면서 한편은 호기심이 일어났다.

땅거미가 짙게 깔리고 있는 서울서부역 앞의 비탈길을 올라 유리마 씨가 산다는 집으로 뛰었다. 그런데 주인공은 첫 대면부터 황당한 말을 쏟아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마르스입니다. 16살 때 하늘의 계시를 받았어요. 노란머리 파란 눈에 어깨띠를 두른 여신이 나를 찾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래서 나의 여신을 찾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고 그동안 전국의 심산유곡과 절이나 교회를 찾아다녔어요. 14년 만에 나는 내가 찾던 사람을 만났어요.

80년 7월에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된 미스유니버스대회에 갔다가 미스 프랑스 띠를 두른 브리지트 쇼케 양을 보고 첫눈에 내가 찾던 여인임을 알았습니다.’


그 뒤 그녀의 주소를 확인해 자신의 계시 받은 이야기와 간절한 그리움을 띄우기 시작해 백여 통의 편지를 주고받다가 장래를 약속했다는 것이다. 처음 연애이야기가 기사화되었으나 아무도 그 청년의 이야기를 믿지 않았지만 신부의 고향인 알리에의 토레토 성당에서 결혼한다는 사실이 기사화 되자 이윽고 모든 매체들이 앞다투어 좇아오기 시작했다.>


꿈은 실현 가능한 이상과 전혀 불가능한 몽상까지 모두를 내포하고 있다. 신화를 읽고 신화의 주인공이 된 착각 속에서 살았으니 그의 꿈은 후자에 속한다. 그런데 그는 그 몽상을 실현 가능한 꿈으로 생각하고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처지에 프랑스어 등 7개국 언어를 익히며 자신의 여신을 찾아 헤맸다는 얘기다. 집광을 하면 렌즈의 초점에서 불길이 일어나듯이 비록 터무니없고 불가능한 공상도 이루어진다는 집념을 갖게 되면 일종의 기적같은 일도 일어난다는 것을 실증한 사례였다. 단지 혼자만이 인정하는, 신화속의 주인공으로 착각하고 살았던 점이 비정상이긴 했지만 가족이나 친지들에게 비친 그의 사고나 언행은 보통 사람과 같이 정상적이었다.

결국 꿈이 이루어지긴 했으나 몽상의 세계와 현실은 천지 차이가 있었다. 결혼은 꿈이 아니고 현실이다. 프랑스의 미녀를 아내로 맞이해 행복하게 살려면 그녀에게 걸맞는 신분과 생활환경을 가져야 하는 것인데 환상밖에 가진 것이 없는, 아마도 오래 지탱할 수 없는 여건들이 쉽게 이혼으로 이어진 것 같다. 지금은 그녀와 헤어져 어느 도시의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를 냉정한 세상의 이치로 따지지 말고 측은하게 이해하는 쪽으로 생각을 해보면 결코 그의 결혼행위에 사기성이 있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바보스럽게 몽환적으로 살았고 기적같이 지극히 순수한 사랑으로 꿈이 이루어졌으나 결과가 불행해져 여자를 우롱하고 속인 것처럼 인식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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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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