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을 위한 동화] 나는 나, 그냥 곰이란 말이에요!
[어른들을 위한 동화] 나는 나, 그냥 곰이란 말이에요!
  • 이 달
  • 승인 2008.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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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람들은 나더러 곰이 아니라 한다 / 이 달




[인터뷰365 이 달] 나뭇잎이 떨어지고 기러기 떼가 남쪽으로 날아가는 가을

곰아저씨는 겨울이 스며드는 것을 느꼈어요.

곰아저씨는 벌써부터 아주 피곤했습니다.



곰아저씨는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동굴 속에 누워 겨울잠에 들었습니다. 곧 눈이 내리고 겨울이 찾아왔지요.

곰아저씨가 잠든 사이 숲 속에는 엄청난 일이 벌어졌습니다. 기계를 몰고 온 사람들은 나무들을 베어 내고 건물을 지었습니다.

곰아저씨는 아무 것도 모르고 동굴 속에서 계속 잠만 잤습니다.



봄이 되자 사람들은 공장을 다 지었고 곰아저씨는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곰아저씨는 천천히 동굴 입구를 향해 기어갔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곰아저씨가 잠든 사이 숲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습니다.

곰아저씨는 숲이 있던 곳에 서있는 공장을 놀라서 바라보았습니다.

그때 공장장이 달려왔습니다.



‘이봐 당신, 여기서 뭐하는 거야. 빨리 자리에 가서 일해!’

공장장은 소리쳤습니다.

‘저 죄송합니다만, 저는 곰인데요.’

곰아저씨는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곰이라고? 웃기지마, 이 게으름뱅이!’



공장장은 곰아저씨를 인사과장에게 끌고 갔지요.

‘저는 곰입니다. 보면 아시잖아요.’

‘내가 무얼 보든 그건 내 마음이야. 내 눈에 당신은 면도도 안 한 더러운 게으름뱅이로 보이는군!’

인사과장은 곰아저씨를 전무에게 보냈고 전무는 다시 부사장에게 보냈습니다. 부사장은 곰아저씨를 사장에게 보냈습니다.



사장은 곰아저씨의 말을 조용히 귀 기울여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자네가 곰이란 말이지?’

‘예, 그렇습니다. 이제야 저를 이해해 줄 분을 만났군요.’

‘글쎄. 자네가 정말 곰이라면 나한테 증명해 보게.’

‘증명이요?’

‘그래. 자네가 진짜 곰이라면 동물원이나 서커스단에 있어야지.’



사장은 곰아저씨를 차에 태우고 동물원으로 갔습니다. 동물원의 곰들은 말했습니다.

‘이 친구는 진짜 곰이 아닙니다. 곰이 차를 타고 돌아다닌다니 말이 되나요? 진짜 곰은 우리처럼 철창 안에 살고 있는 법이지요.’

곰아저씨는 화가 잔뜩 나서 소리 쳤습니다.
‘말도 안되는 소리예요. 저는 곰입니다!분명히 곰이라구요!’


사장은 곰아저씨를 데리고 서커스단을 찾아갔습니다. 서커스단 곰들은 말했습니다.

‘보기에는 곰처럼 생겼네요. 하지만 곰이라면 관중석에 앉아 있을 리가 있나요. 진짜 곰은 춤을 출 수 있지요.’

‘어, 나는 춤을 못추는데.’ 곰아저씨는 걱정스럽게 말했습니다. 모두가 곰아저씨를 비웃었습니다.

‘넌 곰 가죽을 뒤집어 쓴 털복숭이 게으름뱅이야!’



공장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곰아저씨는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난 분명히 알고 있는데, 내가 곰이라는 걸. 도대체 왜 사람들은 그걸 모르는 걸까?’



곰아저씨는 공장장이 주는 작업복을 받아 입었습니다. 그리고 공장장이 시키는 대로 면도를 했습니다.



곰아저씨는 다른 일꾼들과 마찬가지로 출퇴근 카드에 출근도장을 찍고 공장장이 시키는 대로 자기 자리에 앉아 일을 했습니다.

이렇게 곰아저씨는 공장 일꾼이 되었습니다. 날마다 다른 일꾼들과 기계 앞에 서서 일을 했지요.



은방울꽃이 피었다 지고 여름의 들판에 천둥과 비바람이 몰아치고 지나간 뒤 가을이 되었습니다.

곰아저씨는 기러기떼가 남쪽으로 줄지어 날아가는 것을 쳐다보았습니다.



곰아저씨는 자꾸만 피곤했습니다.

‘눈이 곧 올 것 같은데’ 곰아저씨는 하품을 하며 생각 했습니다.

아침에도 곰아저씨는 일어날 수가 없었고 일을 하다가도 기계 앞에서 자꾸 잠들어 버렸습니다.

‘이 게으름뱅이! 썩 꺼져 버려! 당신은 오늘로 해고야!’

공장장이 씩씩거리며 소리쳤습니다.

‘해고라고요? 그럼 아무 데나 가도 된다는 말씀인가요? 아무도 절 붙잡지 않는 거죠?’

곰아저씨는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당장 꺼져! 다시는 이 근처에 얼씬거리지도 마!’

곰아저씨는 공장장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얼른 짐을 챙겨 공장 문을 나섰습니다.



곰아저씨는 하루 종일 걷고 밤새 걷고 다음 날도 계속 걸었습니다. 눈이 쏟아졌습니다. 곰아저씨는 고속도로 옆 모텔에 들어갔습니다.

‘제가 지금 무척 피곤해서 방을 하나 얻으려고요.’ 곰아저씨는 공손하게 말했습니다.

모텔직원은 곰아저씨를 위아래로 훑어보았습니다.
우리 모텔에서는 곰에게 방을 내주지 않습니다.’

‘뭐라구요?’ 모텔직원이 다시 말했습니다. ‘우리 모텔은 곰에게는 절대로 방을 내줄 수 없습니다.’

‘지금 곰이라고 하셨나요? 그러니까 제가 곰이라는 거지요?’



곰아저씨는 몸을 돌려 모텔을 나왔습니다. 그리고 쏟아지는 눈발을 헤치며 천천히 숲을 향해 들어갔습니다.

곰아저씨는 걷고 걷다가 어느 동굴 앞에 쭈그리고 앉았습니다.



‘아, 이렇게 졸리지 않다면 좋겠는데. 앞으로 어떻게 할지 생각해야 하는데...’ 곰아저씨는 하품을 했습니다.

곰아저씨는 온 몸이 하얗게 되도록 눈을 맞으며 한참을 앉아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뭔가 중요한 것을 잊고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뭘까...’ 곰아저씨는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그게 뭐였지? 뭔가 잊고 있는 것 같은데...’




뭐든지 이해를 한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이해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자신만의 엄청난 오류일 수도 있다.

아이들은 이해하지 않고도 자신이 알아야 할 것을 정확하게 알아낸다.


자기에게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어른들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섣부른 판단으로 '이해'를 운운하며 저지해서는 안된다.


몇몇 아이들이 이 책의 핵심을 간단명료하게 파악하는 것을 보았다.

곰아저씨는 곰인데 자꾸 사람들이 아니라고 하는 거잖아요. 곰인데. 그래서 면도하고 일하잖아요.

하지만 결국 동굴로 가서 겨울잠 자야 돼요. 곰아저씨는 곰이니까요.

정말, 원헌드레드퍼팩트 정답이다.


난 곰인 채로 살고 싶다. 왜, 나는 곰이니까.

그런데 자꾸 다른 사람들은 나에게 너는 곰이 아니야! 라고 강요한다.

넌 여우야, 넌 호랑이야, 넌 토끼야.

사람들은 자기들이 원하는 모습을 나에게 씌운다.

난 여우가 되고, 난 호랑이가 되고, 난 토끼가 된다.


내가 과연 여우일까 호랑이일까 토끼일까를 고민할 필요도 없다.

진정한 나의 모습은 이미 곰이니까. 그것들은 모두 상관 없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곰이 아니다.

곰이었다가, 곰이고 싶었다가, 곰이 아니게 되었다가, 곰이었다는 것을 잊어버린다.

곰인 내가 곰인 나를 잊어버리게 되었을 때 사람들은 드디어 말한다.

넌 곰이야!


난 곰일까? 곰이었을까? 곰이고 싶었을까? 다시 곰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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