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 하늘로 솟구쳐오른 장생과 공길 (19) <끝>
‘왕의 남자’ 하늘로 솟구쳐오른 장생과 공길 (19) <끝>
  • 김다인
  • 승인 2008.11.2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 속에 박혀있는 알짜상식 풀어내기 / 김다인


#19 눈먼 광대의 비상


[인터뷰365 김다인] 연산과 녹수가 앉아있고 눈먼 광대 장생은 다시 줄을 탄다. 장생이 위태롭게 줄에 오르고 이어 줄에 오른 공길과 사설을 노는 중에 궁궐 문이 열리고 반정군이 들어오는 커트들이 인서트된다. 연산군의 마지막을 알리는 시공 초월 교차편집이다. 피 젖은 붕대로 눈을 감싼 광대 장생과 그의 동반자 공길이 줄 위에서 한판 논다.


공길 : “넌 죽어 다시 태어나면 뭐가 되고프냐? 양반으로 나면 좋으련?”

장생 : “아니 싫다.”

공길 : “그럼 왕으로 태어나면 좋으련?”

장생 : “그것도 싫다. 난 광대로 태어날란다.”




두 광대는 새처럼 솟구쳐올라 하늘 위에 정지된다.


생각포인트

=광대는 유목민이다-‘신유목민론’

영화에서 장생이 가장 자유로워 보일 때는 언제인가. 바로 줄 위에 올라가 세상을 내려다볼 때이다. 줄 위에 올라선 장생은 늘 궁궐의 높은 지붕보다 위치해 있다. 궁 안에 있으되 궁을 초월해있는 공간에 있는 것이다. 반면 연산군은 절대권력을 가지고 있지만 궁 안에 갇힌 자다. 공길의 자해를 본 후 장녹수에게 다시 돌아가는 연산이 문틀을 손가락으로 훑고 지나가는 것에서 마치 죄수가 감옥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장생이 다시 태어나도 광대가 되겠다는 것은 예술가의 자유혼이 권력보다 값진 것이라는 자각을 말한다. 권력을 가진 왕은 갇힌 사람이지만 광대는 자유인이다. 연산군이 궁 안에 뿌리박은 자라면 장생은 하늘을 솟구쳐오르는 자다. 광대 장생은 가고 싶은 곳 어디든지 가서 줄을 타는 ‘유목민’인 것이다. 유목민은 땅에 뿌리박히는 나무가 되기를 거부한다. ‘갇혀진 세계’ 안에서 살기를 거부하고 ‘탈주’하는 인간, 모험하는 인간, 바깥 세계로 나가려는 인간의 본성을 호모 노마드(Homo Nomad 유목하는 인간)라 하고 여기서 발전시킨 ‘유목인론(노마드론)’이다.

최근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것이 ‘신유목민론’이다. 이는 기존의 노마드론에 디지털의 발전을 결합시켜 21세기형 새로운 유목민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들은 휴대전화와 인터넷으로 무장하고 세계 어느 곳, 어느 시간이든 자유롭게 넘나든다. 유명한 GE(제너럴 일렉트릭)사의 회장 잭 웰치는 “21세기는 새로운 유목민 사회다. 나는 칭기스칸을 닮고 싶다”고 피력한 바 있다.

칭기스칸이 누군가. 몽골고원을 말을 타고 호령하며 제국을 세웠던 이다. 광대 장생은 비록 천민이지만 21세기형 인간이 추구하는 유목민, 영혼의 칭기스칸이다.


???돌발질문??? 장생과 공길을 어떻게 됐을까?

공길과 장생이 줄을 타다가 공중으로 뛰어오르는 스톱 모션에서 영화는 끝난다. 결론은 관객들의 몫으로 온전히 ‘열려’있는 것이다. 이 영화의 원전이라 할 수 있는 연극 <이(爾)>에서는 장님이 된 장생과 공길이 앞부분에서 나오는 것처럼 맹인놀이를 하는 것으로 끝난다. 영화에서는 광대패들이 흥겨운 뒷풀이가 크레딧 타이틀을 끌고 이어진다. 눈도 생생한 장생을 비롯해 공길, 다시 살아난 육갑 등이 신나게 풍물놀이를 한다. 클로즈업됐던 이들 모습이 들판 한가운데 난 길로 점점이 작아지면서 영화 제작진의 이름들이 화면에 떠오른다. 과연, 장생과 공길은 어떻게 됐을까.



‘시네마 스터디’는 국내외 잘 알려진 영화를 텍스트로 해서 그 속에 담겨진 여러 가지 상식 포인트를 찾아내는 작업입니다. 그 포인트는 역사적인 것이 될 수도 있고 문학적인 것이 될 수도 있고 잡학적인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단, 아주 쉽고 재미있게요. 워낙은 중학생들이 재미있게 논술공부를 할 수 있게 하는 방법으로 만든 것이지만, 그냥 영화를 통해 일반 상식 얻기 또는 영화 재미있게 뜯어보기로 여겨도 될 것입니다. 첫 번째 공부는 영화 <왕의 남자>를 텍스트로 합니다-편집자주







기사 뒷 이야기가 궁금하세요?
인터뷰365 편집실 블로그

김다인

영화평론가. 인쇄매체의 전성기이던 8,90년대에 영화전문지 스크린과 프리미어 편집장을 지냈으며, 굿데이신문 엔터테인먼트부장, 사회부장, LA특파원을 역임

김다인
김다인
press@interview365.com
다른기사 보기


  • 서울특별시 구로구 신도림로19길 124 801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737
  • 등록일 : 2009-01-08
  • 창간일 : 2007-02-20
  • 명칭 : (주)인터뷰365
  • 제호 :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명예발행인 : 안성기
  • 발행인·편집인 : 김두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문희
  • 대표전화 : 02-6082-2221
  • 팩스 : 02-2637-2221
  • 인터뷰365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interview365.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