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 줄 위에서 일갈하는 장생 (15)
‘왕의 남자’ 줄 위에서 일갈하는 장생 (15)
  • 김다인
  • 승인 2008.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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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 박혀있는 알짜상식 풀어내기 / 김다인



#15 장생, 연산에게 딴지 걸다

[인터뷰365 김다인] 장녹수는 공길에게 향한 연산의 마음을 되찾고자 연산과 자신에 대한 비방문을 공길이 썼다는 모략을 한다. 하지만 공길과 필체가 똑같은 장생이 공길 대신 죄를 뒤집어쓴다. 옥에 갇힌 장생은 처선에 의해 풀려나지만, 궁 밖으로 떠나라는 처선의 충고를 무시한 채 ‘줄 위의 결투’를 한다. 상대는 지존인 왕, 연산이다.



(연산의 처소 지붕 용마루로부터 앞 건물 지붕 위로 긴 외줄이 매어 있다. 그 위로 장생이 올라서 사설을 한다.)

장생 : “세상에서 젤 높은 놈이 사는 궁도 예서 보니 아무것도 아닐세.
내 살다살다 별별 잡놈을 다 봤는데,
이곳에 와서 잡놈 중에 잡놈을 하나 봤지.
내 그놈 하는 짓을 낱낱이 아뢸 테니
샌님네들 한번 들어보실라우?”

(나졸들이 달려오지만 연산, 아무 지시 없이 방문을 열고 장생이 노는 꼴을 지켜본다.)

장생 : “먼저 그놈이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쯤으로 아는데
그래서 예서 죽어나간 목숨이 저기 저 기왓장 수보다 많고!”

(연산, 계속 미소 지으며 보고 있다.)


장생 : “이놈이 기생들의 요분질이 시시해지니
이번엔 사내놈하고 붙어먹는 짓도 서슴지 않는데...”

(연산, 미소를 거두고 장생에게 활을 겨눈다. 공길, 연산을 말린다. 연산, 화살을 쏜다. 장생, 줄 위에서 피한다. 두 번째 화살도 빗나간다. 세 번째 화살이 줄을 맞혀 장생은 줄에 매달리다 결국 떨어진다. 나졸들, 장생을 잡아 결박한다. 연산, 장생을 죽이라 하자 공길이 절절하게 장생의 목숨을 애원한다.)

연산 : “여봐라, 저놈의 눈을 불로 지져라!”

생각포인트
=‘답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 영화의 원작은 연극 ‘이(爾)’다. 연극 제목인 ‘이’는 조선시대 왕이 신하를 높여 부르는 호칭. 연산군은 광대 공길을 ‘이’라는 호칭으로 부르며 아꼈다 한다. 연극 <이>는 <연산군일기> 가운데 ‘공길이라는 광대가 왕에게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고 아비는 아비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 임금이 임금답지 못하고 신하가 신하답지 못하니 비록 곡식이 있은들 먹을 수가 있으랴”라고 했다가 참형을 당했다’는 짧은 기록에서부터 상상력을 발휘해 발전시킨 것이다. 영화에서는 연극 중 공길이 연산에게 했던 고언을 좀 더 강하고 자극적으로 장생의 입을 빌어 하고 있다.
<연산군일기>에서 공길이 연산에게 했다는 말의 원전은 공자의 말씀을 모아놓은 <논어>다. 제나라 임금이 공자에게 ‘정치’에 대해 묻자, 공자 왈, “군군(君君)신신(臣臣)부부(父父) 자자(子子)”라 했다 한다. 왕은 왕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아비는 아비답게, 자식은 자식답게 각자에게 맞게 본분을 다해야 하며, 정치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위치에 맞는 실질을 갖는 것이라고 공자는 말했다. 공자의 말처럼 각자의 위치와 처신에 맞게 행했을 때 그것을 곧 ‘~답다’라고 할 수 있다. 학생은 학생답고 국회의원은 국회의원답고 대통령은 대통령다워야 상식이 통하고 질서와 규범이 제대로 된 사회구조가 형성된다.


‘시네마 스터디’는 국내외 잘 알려진 영화를 텍스트로 해서 그 속에 담겨진 여러 가지 상식 포인트를 찾아내는 작업입니다. 그 포인트는 역사적인 것이 될 수도 있고 문학적인 것이 될 수도 있고 잡학적인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단, 아주 쉽고 재미있게요. 워낙은 중학생들이 재미있게 논술공부를 할 수 있게 하는 방법으로 만든 것이지만, 그냥 영화를 통해 일반 상식 얻기 또는 영화 재미있게 뜯어보기로 여겨도 될 것입니다. 첫 번째 공부는 영화 <왕의 남자>를 텍스트로 합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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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인

영화평론가. 인쇄매체의 전성기이던 8,90년대에 영화전문지 스크린과 프리미어 편집장을 지냈으며, 굿데이신문 엔터테인먼트부장, 사회부장, LA특파원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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