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잭슨 무너뜨린 희대의 명반-알이엠의 Murmur
마이클 잭슨 무너뜨린 희대의 명반-알이엠의 Murmur
  • 이근형
  • 승인 2008.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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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터너티브 록의 위대한 시작 / 이근형



[인터뷰365 이근형] 미국의 얼터너티브 록밴드 알이엠(REM) 은 전형적인 칼리지 록(College rock) 형태에서 출발했다. 말 그대로 대학가에서 청춘남녀들을 앞에다가 두고 언더그라운드성 노래를 부르는 록의 형태를 뜻하며, 대개 이런 장르의 형태는 포스트 펑크 혹은 펑크 리바이벌의 모습을 띤다. 말 그대로 피 끓는 청춘의 대학생들이 밴드를 결성해서 노래 부르는 형태(칼리지 록) 인 셈이다. 거기다가 루 리드 (Lou Reed) 가 이끄는 전설적인 아방가르드 록그룹 벨벳 언더그라운드를 존경하면, 근사한 칼리지 록밴드 하나가 완성된다.

그렇게 1980년, 조지아대학교(UGA) 에서 마이클 스타이프(보컬), 피터 벅(리드 기타), 마이크 밀스(베이스), 빌 베리(드럼) 이렇게 4명이 모여 팀을 이루었다. 이 네 명의 조지아대학교 학생들은 앞서 언급했듯이 공통적으로 벨벳 언더그라운드를 존경하고 있었으며, 포스트 펑크 음악에 대해 깊은 조예가 있었다. 여기에 지식의 전당에서 수학하는 사람들답게 학문적으로도 심층적으로 탐구하는 자세를 갖췄으니, 왜 알이엠이 엘리트 록밴드라 불리는지 이해가 잘 될 것이다. 처음에는 다른 이름으로 록밴드를 갖췄으나, 좀 더 특별하게 사람들에게 다가가고자 해서 역설수면(Rapid Eye Movement, REM수면) 이라고 밴드 네임을 정했다. (그러나 마이크 밀스가 회고하길, 그런 뜻으로 보이려고 했던 것은 아니라고)

현재의 알이엠 형태는 여기에서 드러머 빌 베리가 탈퇴한 3인조의 형태를 띠는데, 어쨌거나 지금까지도 2008년 신보를 내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알이엠이라는 밴드 자체가 ‘얼터너티브 록의 위대한 만남’ 인 셈이다. 빌 베리의 탈퇴로 그들의 우정이 조금 빛이 바래졌다고 할 수 있겠지만, 4인조의 완벽한 형태를 띠었을 때에는 그들에게 있어서 음악이란 ‘미래를 바라보고 달리는 자극제’, 그리고 ‘새로운 사운드를 구현하기 위한 노력’ 이었다. 1980년대 당시 횡행했던 팝 뮤직 및 헤비메탈의 홍수 속에서, 알이엠 멤버들은 주류 음악을 등지고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하겠다는 의지가 컸다. 그리하여 나온 것이 그들의 사실상 데뷔 앨범이자 EP 버전 Chronic Town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알이엠의 이야기는 결국 록의 역사에서 “주류 음악을 물리치고 새로운 록의 대안, 즉 얼터너티브 록을 완성시킨 자들이다” 라는 극찬으로 그들의 이름이 올려지게 되었다. 알이엠은 그렇게 블랙 플래그, 소닉 유스 등과 함께 미국 얼터너티브 록의 태동을 알린 자들이며, 주류 음악이 원했던 단발성의 멜로디와 틀에 박힌 패턴을 무시하고 그들만의 음악으로 점철하며, 언더그라운드에서 실험을 거쳐 메이저로 올려보낸 선각자들이기도 하다. 알이엠이 단순히 프론트맨 마이클 스타이프가 동성애자라고 해서, 그리고 Losing My Religion 외에는 특출난 노래가 없다고 무시하는 것은, 곧 얼터너티브 록을 무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슬아슬하면서도 색다른 도전, 소속사와 프로듀서가 도와주다

앞서 말했듯이 알이엠은 데뷔 EP 앨범 Chronic Town으로 록계에 데뷔했는데,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비교적 일찍이 얻은 소속사 IRS 레코즈(International Record Syndicate, 1990년대에 EMI 레코즈에 인수되었다) 와 선각자적 정신에 입각한 프로듀서들의 십시일반이 더해진 것이었다. 1981년 발매된 Chronic Town을 두고 평단에서는 굉장한 기대를 하며, 앞으로 이들이 더욱 더 약진된 모습으로 바뀔 것을 예상했다. 그리고 그것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알이엠은 소속사 IRS 레코즈가 마련해준 노스 캐롤라이나 주의 Reflection Studio에서정식 1집을 만들 준비를 하고 있었고, EP 앨범에서 프로듀싱을 맡아준 돈 딕슨과 미치 이스터가 다시 알이엠을 도와주기로 했다.



이때, 미국 록계에서 가장 선각자적 정신에 입각하기로 소문났던, 그야말로 실험적인 도전과 음악에 대한 깊은 성찰로 한 이름 날렸던 스티븐 헤이그(Stephen Hague) 라는 프로듀서가 알이엠의 노래를 듣고 선뜻 프로듀서로 일하겠다고 나섰다. 초보 그룹 알이엠으로서는, 자기네들을 도와주겠다고 나선 이런 고마운 사람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앞서 언급했던 돈 딕슨, 미치 이스터, 그리고 새로 가세한 스티븐 헤이그 이렇게 3강 체제로 프로듀서 군단을 꾸렸다. 스티븐 헤이그의 투입은, 문자 그대로 알이엠을 얼터너티브 록의 선구자로 만드는데 8할이 되었다. 스티븐 헤이그는 음악적으로 호기심이 충만했던 알이엠 멤버들을 현명하게 이끌며, 그들이 자유로운 실험을 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먼저 스티븐 헤이그는 드러머 빌 베리에게 “기존의 드럼 악기 외에도 다른 퍼커션을 가져와서 한번 연주해봐라” 하며 두들기면서 사운드를 낼 수 있는 각종 물건들을 빌 베리에게 가져오라고 시켰다. 빌 베리는 그렇게 해서 주변의 사물들을 수집, 타악기로 쓸 수 있는 것을 추려내면서 퍼커션이라는 악기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프론트맨 마이클 스타이프에게는 “보컬 파트 녹음할 때, 컴퓨터샘플링 같은 것도 삽입해보고, 각종 상황극을 만들어봐라” 라고 충고해서, 마이클 스타이프로 하여금 녹음실에 아주 살게 하면서(?) 보컬 파트의 실험에 매진하게 만들었다. 이런 스티븐 헤이그의 지도에 마이클 스타이프와 빌 베리가 흥미를 느꼈었다.

알이엠의 매니지먼트를 맡는 IRS 레코즈 역시 알이엠이 이렇게 실험을 하는 것에 대해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며 그들을 아무 말 없이 도와주었다. 사실 어떤 소속사가, 자기네 아티스트들이 녹음실에서 하라는 음악은 안하고 이상한 실험(?) 만 해대면, 누가 좋아하겠냐 말이다. 그러나 IRS 레코즈는 그 어떤 호통도 치지 않고 알이엠과 스티븐 헤이그가 매일매일 새로운 주제로 음악적 실험을 하는 것에 터치를 하지 않았다. 이런 탁 트인 마음씨와 알이엠이라는 밴드를 진정으로 존중해주는 IRS 레코즈의 아량에, 알이엠이 음악적으로 상당한 결실을 맺었다라고 평단은 말한다. 분명 주류 음악과는 다른 길을 걷는 아슬아슬한 모험이었지만 말이다.


얼터너티브 록의 진정한 정의를 내리다

그렇게 해서 알이엠은 1983년 4월 11일, 그들의 데뷔작 Murmur를 대중들 앞에 내놨다. 하지만 처음에 그들이 Murmur를 내놨을 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비치기도 했다. 먼저 주류 음악 같이 일반적인 패턴으로 앨범을 만들지 않은 점, 그리고 언더그라운드성이 짙은 ‘실험적 태도’ 가 결국은 아마추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이 바로 그것이었다. 물론 이런 우려들은 알이엠의 첫 발걸음을 조금 불안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결과론적으로는 예상 외의 엄청난 성공을 거두며, 말 그대로 전세를 역전시켰다. 그것도 동시대에 앨범을 냈던 마이클 잭슨, 유투 (U2), 스팅의 록그룹 폴리스(The Police) 와 경쟁을 했다면 ‘전세 역전’ 이라는 말이 이제야 믿겨지겠는가.

Murmur의 전체적인 장르는 펑크 록(Punk rock), 포크 록, 그리고 쟁글 팝과 얼터너티브 록이다. 먼저 펑크 록이라 한다면, 1980년대부터 미국 클럽가에서 본격적으로 고개를 들었던 포스트 펑크 스타일, 그리고 펑크에 대한 새로운 해석 등을 뜻할 수 있겠다. 여기에 포스트 펑크와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는 쟁글 팝(Jangle pop) 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Murmur의 대부분 트랙들은 마치 종이 울리듯이 ‘징징징’ 하는 사운드와 함께 전체적으로 ‘통통 튀긴다’ 라는 느낌을 받는데, 바로 이런 것이 쟁글 팝의 기본적인 형태다. 대체적으로 비틀즈의 노래 A Hard Day's Night를 쟁글 팝의 기원으로 보며, 쟁글 팝의 정확한 정의에 대해서는 평단에서도 확연한 선을 긋지 못하는 실정이다.



여기에다가 어쿠스틱 기타 연주가 들어간, 전체적 멜로디가 서정적이고 목가적인 전형적인 포크 록이 삽입되어, 팝 뮤직의 홍수를 이루는 1980년대 음악계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 생각해보시라. 언더그라운드에서 실험적으로 사용되는 포스트 펑크, 그리고 주류 음악과는 그 느낌 자체가 다른(마치 1960년대를 떠올리게 만드는) 쟁글 팝과 포크 록을 하는 밴드가 메이저 무대에 섰다라면 말이다. 돈벌이가 되는 음악을 중요시여기는 관계자들에게는 코웃음만 나오는 상황이겠지만, 그러나 진정으로 선구자적 음악을 아는 사람들에게 알이엠의 등장은 말 그대로 대환영이었다. 이 앨범의 1번 트랙이자 사실상 타이틀곡이나 다름없는 Radio Free Europe은 빌보드 차트 등장 후 78위를 기록하며 선전했다. 첫 데뷔한 밴드의 주류 음악이 아니라는 점을 주목한다면, 78위도 대단한 성과다.

이후 앨범 전체의 노래들이 대중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차차 언론에서 알이엠의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되었고, Pilgrimage, Talk About The Passion 같은 후속곡 격의 노래들이 인기 가도를 타며 알이엠의 데뷔작 Murmur는 빌보드 차트의 상위권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기억 속에 강하게 인식되는 작품으로 이름을 불려지게 되었다. 평단에서는 알이엠이 추구하는 쟁글 팝과 포크 록에 대해 재밌어 하면서도, 또 다른 시선(조금 더 진지한 측면) 에서는 알이엠의 이런 시도에 대해 “음악 역사적 성과” 라는 칭찬과 함께, 후세의 평가가 현재 1983년보다 더 후할 것이라고 예견을 했다. 알이엠의 음악이 그만큼 실험적이었다는 말이었고, 작금 다루기가 조금 애매했다는 뜻과 일치했다.

이런 평단의 조심스런 평가는, 후세에 와서는 ‘역사’ 로 기록되었다. 결국 알이엠의 데뷔작 Murmur는 얼터너티브 록의 위대한 시작이며, 시초 그 자체다. 여기에 대해 몇몇 사람들은 반기를 들며 “어째서 쟁글 팝과 포크 록이 얼터너티브 록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겠느냐” 라고 되묻기도 한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당시 주류를 이루었던 팝 뮤직과 헤비메탈에 대항해서 잔잔한 사운드의, 그리고 언더그라운드 냄새가 물씬 풍기는 쟁글 팝과 포크 록, 그리고 포스트 펑크를 들고 나왔다. 이것을 문자 그대로 풀어본다면 ‘대체 록 뮤직’, 즉 얼터너티브 록(Alternative rock) 이다. 전자음을 중요시여기고, 디스토션을 심하게 가미한 기타 리프가 들어가지 않아도, 그 본론을 짚어본다면 알이엠의 Murmur는 그 자체가 얼터너티브 록의 시작이다. 그리고 메이저 뮤직과 다른 길을 걸으니, 얼터너티브 록이다.


Radio Free Europe으로 시작하는 얼터너티브 록의 여행

물론 Murmur 앨범을 돋보이게 했던, 대중적인 요소가 가미된 트랙 Radio Free Europe을 빼놓을 수 없다. 이 노래는 스피디한 기타 리프를 등에 업고 마치 기찻길을 신나게 달리듯이 전개되는 구성력이 일품이다. 그리고 마이클 스타이프의 상당히 펑크적인 보컬(리듬을 신경 안쓰고 부르는 제 멋대로 스타일) 이 펑크 록의 맛을 더욱 살려주며, 정교하게 팀워크를 이루는 리드 기타 / 베이스 듀오 (피터 벅, 마이크 밀스) 의 기타 드라이빙은 환상적이기 그지없다. 주로 알이엠은 Radio Free Europe을 들고 방송 무대에 올라섰으며, 현재 역시 알이엠이 라이브에서 Radio Free Europe을 연주하면 객석에서는 추억 여행을 떠나듯 감상에 빠지며, 행동으로는 심한 슬램(?) 을 벌이기도.

포크 록의 서정적인 요소와 쟁글 팝 특유의 통통 튀기는 멜로디가 일품인 Talk About The Passion은 겉에서 느껴지는 흥겨움에 비해, 감성에 대한 진지한 탐구 모드로 들어가는 가사의 자세가 색다르다. 비교적 조용히 세션을 이끌며 진지하게 가사를 읊는 Perfect Circle의 전개력에서는 포크 록의 따스함이 들어가면서도, 역시나 차분한 마음으로 공부하는 느낌이다. Catapult에서는 다시 Radio Free Europe의 그 펑크 록 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기며, 본 궤도에 오르면 다시 ‘징징징’ 종소리가 울려퍼지는 듯한 쟁글 팝의 형태를 띤다. 발랄한 멜로디의 Sitting Still은 앞서 말했던 Catapult와 비슷한 형태를 띠며, 9-9와 Shaking Through에서는 희한하게도 멜로디는 신나는데 보컬 마이클 스타이프의 음색에서는 어째 또다시 사물을 관망하는 듯한 ‘공부 모드’ 느낌이다.



Murmur의 앨범 전체를 들어보면, 이렇게 Radio Free Europe을 시작으로 해서 알이엠이 우리에게 선사했던 ‘얼터너티브 록의 진수’ 를 끝까지 감상할 수 있다. 물론 도중에는 조용한 가운데 곡을 전개하는 트랙이 몇몇 있어서, 리스너로 하여금 조금 지치게 만드는 느낌도 주지만, 전체적으로 앞서 표현했듯이 포크 록의 감수성과 쟁글 팝의 기상천외한 멜로디가 어우러지며, 알이엠의 노래가 결코 딱딱하거나 실험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증명케한다. 게다가 이들이 칼리지 록밴드 출신답게, 대학가에서 얼마나 많은 세션을 가졌는지 가늠할 수 있는 상당한 ‘팀워크’ 를 Murmur에서 발견할 수 있다. 세션의 어느 파트도 일정한 균형을 벗어나지 않는다. 마이클 스타이프의 음색은 전체적으로 관망하는 듯 하지만, 어떤 노래에서는 펑크 버전을 변신해서 당돌하게 인트로를 끊기도 한다.


마이클 잭슨을 무너트린 알이엠의 데뷔작 신화

알이엠의 데뷔 작품 Murmur는 조금 늦은 감이 있는 요 시기에 비로소 골드를 기록하며 ‘기록상의 명반’ 의 자리에 오르긴 했지만, 이것만으로 Murmur를 평가할 수 없다. 이미 음악 마니아들은 알고 있다. 이 작품이 마이클 잭슨이라는, 희대의 엔터테이너를 무너트린 앨범이라는 것을 말이다. 어디서 많이 들어보지 않았는가. 마이클 잭슨은 어린 시절부터 잭슨파이브로 데뷔해서 천상의 보컬과 막강한 그루브감을 떳떳하게 알리며 대 스타의 길을 걸어왔고, 아직까지도 마이클 잭슨의 아성을 넘보는 팝 가수는 많지 않다. 그야말로 세계 대중음악 역사에서 엘비스 프레슬리, 비틀즈와 함께 영원히 기억될 최강의 아티스트다. 이런 마이클 잭슨의 앨범 평가에 대해, 알이엠이 일종의 딴지(?) 를 걸었다는 이야기 말이다.

이것의 발단은 세계적인 음악지 <롤링스톤> 의 칼럼에서부터 시작된다. <롤링스톤> 은 이례적으로 알이엠의 데뷔작 Murmur에 별 다섯개라는 호평가를 내리며, 좋은 어조로 칼럼을 썼다. 그것은 <롤링스톤> 지의 대부분 기자들의 마음과 동일했다. 하지만 엄연히 알이엠의 작품 Murmur는 언더그라운드성 냄새가 물씬 풍기고, 분명 동시대에서 히트 가도를 달리고 있는 마이클 잭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마이클 잭슨은 1982년 겨울에 내놓은 6집 Thriller 활동을 1983년 하고 있었고, 역시 비슷한 시기에 아일랜드 슈퍼밴드 유투, 그리고 스팅의 폴리스가 록계를 지배하고 있었다. 각각 유투는 War, 폴리스는 Synchronicity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냥 이렇게 유투의 앨범 무엇무엇, 그리고 폴리스의 앨범 무엇무엇 이렇게 나열하면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도대체 얼마나 알이엠이 대단한 성과를 거뒀기에 이러는가” 하고 갸우뚱할 것이다. 그러나 그 내막을 알면 정말 엄청나다. 먼저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아는, 마이클 잭슨의 최고 명반 Thriller는 Beat It, Thriller, Billy Jean 등 마이클 잭슨의 메가 히트곡들이 줄줄이 들어있는 작품이다. 더해서 이 앨범에는 희대의 기타리스트 에디 반 헤일런(판 할런) 이 세션을 도와준 작품이다. 유투의 War는 Sunday Bloody Sunday, New Year's Day라는 유투의 최고작들이 들어있고, 스팅의 폴리스 앨범 Synchronicity에는 우리에게 있어 피디디(P.Diddy) 의 리메이크작 I'll Be Missing You의 원곡으로 잘 알려져있는 Every Breath You Take가 들어있다. 말 그대로 신출내기 알이엠이 뛰어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이 작품들 모두 알이엠의 Murmur와 비교해서 상업적으로 비교할 수 없는 우위를 점했으니, 일단 판매고에서 드러나는 성적은 이들 작품의 가벼운 압승이다. 하지만 세계 대중음악계를 주물럭거리는 평단 <롤링스톤> 의 평가는 달랐다. 매해마다 <롤링스톤> 은 <올해의 앨범> 을 선정하는데, 이것이 기록으로 쌓이게 되면 곧 그 시대의 팝 역사를 정리할 수 있는 요긴한 데이터가 되기 때문에, 아티스트들은 은근히 신경 쓰인다. 1983년, 모든 이들은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흥행몰이를 했던 마이클 잭슨의 Thriller가 <1983년 올해의 앨범> 상을 받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평가는 비단 대중들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평단에서도 마찬가지로 책정되었다. <롤링스톤> 지는 그런 바깥의 떠들썩한 예상을 생각지 않고, 오로지 음악적인 성과물에 대해 잣대를 내렸다. 그렇게 해서 <1983년 올해의 앨범> 의 수상자는?




알이엠의 Murmur가 수상하였다. 이 소식이 전 세계로 알려지면서, 음악계는 돌연 충격에 빠졌다. 마이클 잭슨 역시 이런 결과에 대해 갸우뚱 했을 터. 아니, 세계적으로 빵빵 터트려주며 신나게 춤췄던 괴물 같은 히트곡 Billy Jean으로 대변되는 마이클 잭슨의 작품 Thriller가 어찌 알이엠의 데뷔작 Murmur에서 질 수 있겠느냐 말이다. 주변에서는 <롤링스톤> 의 평가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며 반문을 여기저기 제기했고, 그렇지만 <롤링스톤> 지는 결과를 번복하지 않고 그대로 1983년의 주인공을 알이엠에게 선사했다.

스튜디오에 박혀서 실험적인 도전으로 일관했고, 그 누구도 이것이 성공적이라고 평가하지 않았다. 게다가 주류 음악에서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얼터너티브 록이었다. 그렇지만 평단은 얼터너티브 록의 위대한 시작에 일조해주는 평가를 내려줬고, 그렇게 해서 세계 음악계는 찬란한 얼터너티브의 시대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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