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 조선 왕 앞에 펼쳐진 패왕별희(11)
‘왕의 남자’ 조선 왕 앞에 펼쳐진 패왕별희(11)
  • 김다인
  • 승인 2008.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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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 박혀있는 알짜상식 풀어내기 / 김다인





#11 아수라장이 된 ‘패왕별희’식 공연

[인터뷰365 김다인] 환관 처선이 건네준 중국 야사를 다룬 그림책을 가지고 노는 마당. 장생, 공길 등 광대들은 중국 경극 분장과 복장으로 등장한다. 챙~챙~챙 하는 경극 특유의 음악에 맞춰 극이 시작된다. 황제가 사랑하는 왕비를 다른 후궁들이 모함해서 사약을 내리는 장면.


장생(중국 황제 역) : “아니 되오 아니 되오 어찌 사랑하는 여인에게 사약을
내리라 하십니까?”
(결국 사약을 받게 되는 태후.)
공길(태후 역) : “황제가 친히 내게 약을 내리시니 어찌 받지 않으리오.
아들아! 다행히 목숨을 보전하거든 나를 황제가 거동
하는 길 옆 에 묻어 황제의 행차를 보게 해다오,
아들아~”

공길, 사약을 마시고 쓰러진다. 이를 보고 있던 연산, 달려가 공길을 안는다.
연산 : “어머니, 어머니!”




생각포인트
=외디푸스 컴플렉스
연산과 녹수, 연산과 공길의 관계를 주도하는 것은 모성이다. 녹수가 연산을 휘어잡을 수 있는 힘 가운데 하나가 어미 역할을 한 점이다. 지존인 왕을 아이 다루듯 하며 자신의 치마폭에 감싸는 것이다. 공길이 차마 연산을 떠나지 못하는 것도 모성적인 연민 때문이다. 술을 먹고 잠든 연산군의 눈가에 흐른 눈물을 공길이 닦아주는 장면이 이를 뒷받침한다.
남자아이가 아버지를 적대시하고 어머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갖는 것을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그리스 신화를 빌어 ‘외디푸스 콤플렉스’라 칭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외디푸스는 숙명적으로 테베의 3대 왕인 아버지 라이오스를 살해하고 자신의 친어머니와 결혼해 자식까지 낳은 인물. 뒤늦게 사실을 알고는 어머니인 왕비 이오카스테는 자살하고 오이디푸스는 스스로 눈을 찔러 장님이 되어 속죄의 길을 떠난다.
이에 반해 여자아이가 어머니를 적대시하고 아버지에 대해 애정을 품는 것을 정신분석학자 융은 ‘엘렉트라 콤플렉스’라 명명했다. 이 역시 그리스 신화에서 아가멤논왕의 딸인 엘렉트라가 아버지를 죽인 자신의 어머니와 그 애인에 대해 복수한 것에서 유래했다.

tip
=폐비 윤씨
연산군의 생모이자 성종의 두 번째 왕비인 폐비 윤씨는 질투가 심하다 하여 폐위되어 궁에서 쫓겨난 후 사약을 받고 죽었다. 성종은 윤씨 일을 차후에는 거론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긴 바 있어 아무도 그 일을 입에 담지 못했다. 성종의 맏아들인 세자 융은 자라서 즉위, 연산군이 될 때까지 이 일을 알지 못했다. 폐비 윤씨 사건을 연산이 알게 한 사람은 당시 척신세력 중 한 사람인 임사홍이었다. 성종 때 사림파 신관들에 의해 탄핵을 받아 귀양을 간 적이 있던 임사홍은 윤씨 사건을 연산군이 알게 될 경우 윤씨의 폐출을 주도했던 훈구 세력과 사림 세력에게 동시에 화를 입힐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것이다. 임사홍은 연산군 재위 말년에 채홍사로서 악명을 떨치기도 했다. 윤씨의 폐출 경위를 알게 된 연산군은 성종의 후궁인 귀인 정씨 ·엄씨가 생모를 모함해 내쫓았다고 해서 두 후궁을 직접 죽여 들에 버리게 했다. 또한 할머니인 인수대비를 구타하여 죽게 하고, 윤씨의 폐위에 찬성하였다 하여 수십 명을 살해하고, 이미 죽은 한명회 등을 부관참시(관에서 꺼내어 시신을 토막내는 극악한 형벌)했다. 이 일을 소설화한 것으로 유명한 것이 박종화의 소설 <금삼의 피>다.

=경극(京劇, Beijing Opera)
중극의 경극을 본딴 공연은 이미 슬쩍 등장한 바 있다. 광대들 오디션 때 경극 분장을 한 놀이꾼이 등장하는 것이다. 본격적인 경극을 공연하는 이 장면은 중국의 첸 카이거 감독, 장국영 주연 영화 <패왕별희>를 연상시킨다. 문제는 영화중에 등장한 것 같은 경극 형식이 연산조 때 있었는가다. 중국에서 경극이 성행한 것은 18세기로 알려져 있는데, 이 영화의 배경은 16세기 초다. 경극, 발원지가 중국 북경이라 해서 ‘북경오페라’(京劇, Beijing Opera)라고 불리는 이 극 형식은 1시간 내의 짧은 연극 형식으로 서사적인 표현양식을 택하고 있다. 독특한 분장과 의상으로 인물의 신분이나 직업 등을 나타낸다.


‘시네마 스터디’는 국내외 잘 알려진 영화를 텍스트로 해서 그 속에 담겨진 여러 가지 상식 포인트를 찾아내는 작업입니다. 그 포인트는 역사적인 것이 될 수도 있고 문학적인 것이 될 수도 있고 잡학적인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단, 아주 쉽고 재미있게요. 워낙은 중학생들이 재미있게 논술공부를 할 수 있게 하는 방법으로 만든 것이지만, 그냥 영화를 통해 일반 상식 얻기 또는 영화 재미있게 뜯어보기로 여겨도 될 것입니다. 첫 번째 공부는 영화 <왕의 남자>를 텍스트로 합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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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인

영화평론가. 인쇄매체의 전성기이던 8,90년대에 영화전문지 스크린과 프리미어 편집장을 지냈으며, 굿데이신문 엔터테인먼트부장, 사회부장, LA특파원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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