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 연산과 공길의 동성애 코드 (10)
‘왕의 남자’ 연산과 공길의 동성애 코드 (10)
  • 김다인
  • 승인 2008.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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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 박혀있는 알짜상식 풀어내기 / 김다인



#10 장생, 연산과 맞장


[인터뷰365 김다인] 중신회의를 마친 연산은 중신들이 사사건건 자신의 일을 반대한다는 생각에 화가 나있는 상태. 광대들이 연습하고 있는 희락원 마당에 들러 북을 친다. 왕의 갑작스런 행차에 다른 광대들 다들 엎드려 어쩔 줄을 모르는 가운데 장생만이 꽹과리를 들고 박자를 맞춘다. 얼핏 보기에는 장생이 왕에 대한 예를 갖추기 위해 맞장구를 쳐주는 것 같지만 실은 공길을 사이에 둔 팽팽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이 긴장감은 연산이 지르는 한마디와 그에 대한 장생의 반응에서 알 수 있다.



연산 (치던 북을 내동댕이치고) : “공길이는 어디 있느냐?”
장생, 말없이 공길 있는 쪽을 바라보는데 그 눈에는 못마땅함이 가득하다.

이 장면 이후 공길이 왕의 처소에서 술을 먹다 쓰러져 잠든 연산군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는 장면이 나온다.


생각포인트
=이 영화에는 동성애 코드가 ‘드러나’ 있다. 영화 제목이 왕의 남자인 것도 그러하다. ‘왕’이 남성이라는 것을 전제할 때 충분히 연상되는 일이다. 이 영화가 1000만이 넘는 관객을 불러모은 데는 제목이 주는 호기심도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영화에 드러난 동성애 모티브는 창작적인 면이 다분하다. 하지만 그랬을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
동성애는 남성이 남성에게, 여성이 여성에게 호감을 갖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게이 혹은 레즈비언이라 칭한다. 게이라는 용어는 1950년대 서구의 동성애자들의 인권운동 이후 사용된 말로 그들 스스로의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수용 표현하면서 쓰기 시작했다. 특히 여성들간의 동성애는 레즈비언이라 칭했는데 이는 동성애에 빠졌던 그리스의 여성시인 사포가 태어난 레스보스섬의 이름에서 따온 말이다. 동성애는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전혀 없거나 심하면 혐오감까지 갖는 심리로 생물학적 요인, 학습이론,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 이론 등이 적용되어왔으나 정설은 없다.



동성애의 기원은 신화적으로도 풀이될 수 있다. 철학자 플라톤의 저서 <향연>에서 그리스 제일의 희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BC 445~BC 385)가 에로스의 기원을 논하는 가운데 신화를 빌어 말하는 대목이 있다. 신화에 따르면, 최초의 인간은 성(性)이 세 종류-남자와 남자, 여자와 여자, 그리고 남자와 여자였다. 이들은 머리 2개, 팔 다리는 각각 4개씩으로 서로 붙어있었다. 이들 인간의 힘이 강해지자 위협을 느낀 신들이 인간을 반으로 갈라버렸다. 신에 의해 강제로 반으로 나뉘어진 인간들은 잃어버린 자신의 반쪽을 찾아 헤매고, 만나면 헤어지지 않으려 한다는 것에서 아리스토파네스는 에로스와 성의 기원을 찾았다. 이 신화에서 세 종류의 인간 중 동성끼리 붙어있던 인간들, 즉 여성과 여성, 남성과 남성에서 동성애의 기원을 설명하는 이들도 있다.
동성애는 그리스 로마 시대에는 일반적인 성향으로 받아들여졌다. 당시에는 젊은 남성들이 학식높은 연장자의 가르침을 받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동성애가 싹텄다는 것이다. 동성애가 금기시된 것은 기독교의 지배를 받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사회로부터 거부당한 동성애 성향의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숨겨왔으나 20세기 말부터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시작했다. 이후 동성애자들의 권리찾기는 인권운동 차원에서 전개되어왔다. 21세기에 들어와서는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동성결혼의 합법화가 추진됐다. 영국의 유명한 팝아티스트 엘튼 존은 오랜 시간 동안 함께 지내온 자신의 남성 파트너와 공식 결혼을 하기도 했다. 문화적으로는 동성애를 다룬 영화들이 그동안 꾸준히 있어왔으며 최근 아카데미상 작품상 후보작에 오른 이안 감독의 <브로크백 마운틴>이 유명하다.


tip
=커밍아웃
자신의 성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을 뜻하는 말로, '벽장 속에서 나오다(come out of closet)' 에서 비롯된 말이다. 국내에서는 탤런트 홍석천이 커밍아웃하면서 사회적 이슈가 된 바 있다.


‘시네마 스터디’는 국내외 잘 알려진 영화를 텍스트로 해서 그 속에 담겨진 여러 가지 상식 포인트를 찾아내는 작업입니다. 그 포인트는 역사적인 것이 될 수도 있고 문학적인 것이 될 수도 있고 잡학적인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단, 아주 쉽고 재미있게요. 워낙은 중학생들이 재미있게 논술공부를 할 수 있게 하는 방법으로 만든 것이지만, 그냥 영화를 통해 일반 상식 얻기 또는 영화 재미있게 뜯어보기로 여겨도 될 것입니다. 첫 번째 공부는 영화 <왕의 남자>를 텍스트로 합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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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인쇄매체의 전성기이던 8,90년대에 영화전문지 스크린과 프리미어 편집장을 지냈으며, 굿데이신문 엔터테인먼트부장, 사회부장, LA특파원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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