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남자’ 장생과 공길의 있지, 없지 놀이 (3)
‘왕의 남자’ 장생과 공길의 있지, 없지 놀이 (3)
  • 김다인
  • 승인 2008.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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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 박혀있는 알짜상식 풀어내기 / 김다인




#3 장생과 공길의 맹인놀이


[인터뷰365 김다인] 양반 집에서 도망쳐 나온 장생과 공길은 꼭두쇠를 죽이고 들판으로 도망친다. 들판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장생이 문득 막대기 하나를 집어 들고 맹인 소극(笑劇)을 한다.


장생 : 이봐, 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어? (엇갈린다)

공길 : 아, 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지. (또 엇갈린다)

장생 : 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어?

공길 : 아, 너 거기 없고 나 여기 있지.(엇갈리다 만난다)


맹인놀이는 세 가지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우선, 공길에 대한 장생의 마음을 확인하게 한다. 어긋나기를 반복하다 만난 두 사람이 얼싸안을 때 장생의 얼굴이 클로즈업됨으로써 장생이 공길을 동료 광대 이상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 다음으로, 영화 후반부에 대한 복선이 된다. 장생이 연산군에 의해 눈이 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 장면은 ‘표절 시비’를 낳았다. 영화 개봉 후 윤영선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이 장면의 대사가 자신이 쓴 희곡 <키스>(1996년작, 97년 공연)의 첫 부분을 허락없이 인용했다며, 영화 제작사와 감독, 배급사를 상대로 영화 상영 및 DVD 비디오 등 판매금지를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윤교수는 1심에서 패하자 곧바로 항고했다. 이에 대해 11월 19일 서울고법 민사4부는 영화상영금지 가처분 신청 및 문제 장면 삭제 신청의 항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이 대사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는 표현으로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는 창작표현으로 보기 어렵다”며 “희곡에서는 대사가 소통의 부재라는 주제를 암시하고 있지만 영화에서는 상황이 달라 두 대사가 유사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생각포인트

=저작권이란?

저작권이란 문학 학술 또는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창작물인 저작물에 대한 배타적 독점적 권리를 뜻하며,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받고 있다. 저작물에는 소설 시 논문 강연 각본 음악 연극 무용 회화 서예 도안 조각 공예 건축물 사진 영상 도형 컴퓨터 프로그램 등이 있다. 특히 컴퓨터 프로그램 저작물에 대하여는 컴퓨터 프로그램 보호법에서 따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더하여 2차적 저작물(원저작물을 번역 편곡 변형 각색 영상제작 등의 방법으로 작성한 창작물)과 편집저작물(저작물의 편집물로 그 소재의 선택 또는 배열이 창작성이 있는 것) 또한 독자적 저작물로 간주하고 있다.


???돌발질문???

=개그맨 김미려의 ‘사모님’ 유행어에도 저작권법이 적용될 수 있을까?

현재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한때 유행했던 MBC <개그야>의 ‘사모님’ 코너에서 김미려가 유행시킨 “김기사 운전해 어서~”는 각종 오락프로그램은 물론 광고에도 삽입된 바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저작권 보호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정 광고에 김미려 목소리가 삽입된 경우 김미려 측에서 항의했을 경우에만 광고를 중단할 뿐이다. 개그맨의 유행어를 저작권으로 보호하자는 움직임은 오래전부터 있어왔으나 단어와 억양 어투 등 여러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저작권 범위를 규정하기가 쉽지 않으며 따라서 현실적으로 제재할 장치가 없다. 현재 개그맨들은 유행어에 대한 저작권을 보호할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네마 스터디’는 국내외 잘 알려진 영화를 텍스트로 해서 그 속에 담겨진 여러 가지 상식 포인트를 찾아내는 작업입니다. 그 포인트는 역사적인 것이 될 수도 있고 문학적인 것이 될 수도 있고 잡학적인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단, 아주 쉽고 재미있게요. 워낙은 중학생들이 재미있게 논술공부를 할 수 있게 하는 방법으로 만든 것이지만, 그냥 영화를 통해 일반 상식 얻기 또는 영화 재미있게 뜯어보기로 여겨도 될 것입니다. 첫 번째 공부는 영화 <왕의 남자>를 텍스트로 합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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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인

영화평론가. 인쇄매체의 전성기이던 8,90년대에 영화전문지 스크린과 프리미어 편집장을 지냈으며, 굿데이신문 엔터테인먼트부장, 사회부장, LA특파원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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