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인터뷰] 자기를 드러내지 않는 바른 생활 사나이 한석규
[그때 그 인터뷰] 자기를 드러내지 않는 바른 생활 사나이 한석규
  • 김두호
  • 승인 2008.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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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호는 내 마음의 안식처” / 김두호



[인터뷰365 김두호] 영화배우 한석규는 11월 4일생이다. 1964년에 태어났으니 며칠 후 만 44세 생일을 맞는다. 그는 지금 2006년 6월에 태어난 아들까지 포함해 2남 2녀를 낳고 따뜻한 한 가정의 가장으로 살고 있다.
얼마 전 형사로 출연한 액션영화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관객들에게 큰 반응을 모으지 못했으나 여전히 좋은 영화 연기자로 건재해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는 성과를 남겼다. 1990년대 한석규는 실질적인 톱스타였고 최정상의 대우를 받는 배우였다. 영화 <닥터봉>을 시작으로 <은행나무침대> <초록물고기> <접속> <8월의 크리스마스> <텔미썸딩> <쉬리> 등 대형 흥행작품을 쉬지 않고 쏟아내면서도 기자들 앞에 얼굴 드러내기를 싫어한 것이 그의 특징이었다. 어쩌다 제작 발표회나 개봉 직전에 제작사가 홍보를 위해 회견자리를 마련하지만 단독 인터뷰는 애써 피하며 살았다.
그는 그저 연기생활 밖에서는 평범하고 검소하며 조용히 사는 젊은이로 절제된 생활을 했고 스스로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지킬 줄 아는 배우였다. 실속있는 최고의 스타임에도 불구하고 한번도 화려하게 자신을 과시하고 설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1997년 설날에 개봉한 <초록물고기>가 주목을 받던 시기인 33살 한석규는 어떤 꿈을 꾸고 있었을까? 영화 쪽에서 막 이름이 부풀어 오를 때 서울 광화문에 있는 프레스센터 19층에서 그와 단 둘이 커피를 마시며 인터뷰 한 내용을 보면 어딘가 그의 삶의 한 켠에 우수같은 것들이 쌓여 있다는 느낌과 아주 성실하게 살아가는 생활인의 모습을 돌이켜 보게 한다.



영화배우로는 아직 신인으로 볼 수 있다. 신인으로 신인 감독의 작품만 출연해 2년간 연속 히트 작품을 낸 건 사례가 드물다. 가장 큰 이유를 자신은 어떻게 분석하고 있는가?
영화를 시작하면서 TV드라마와 달리 작품의 성패에는 배우에게도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느낀다. 나는 들어오는 많은 작품을 보며 내게 맞는 옷을 고르듯이 자신있게 할 수 있는 작품을 찾는다. 배역을 개런티보다 더 소중하게 여긴다. 선택을 하면 나의 모든 것을 모두 동원해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영화는 감독이나 배우의 힘만으로도 해결될 수 없는 종합예술이다. 작품이 성공해도 그 공로는 제작에 참여한 모두의 것인데 배우가 지나치게 많은 대접을 받는 것도 공평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 미안할 때도 많다.




듣고 보니 공감이 간다. 기획 제작에서 시나리오 촬영 음악 녹음 미술 조명 분장 등 작품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다. 인기나 책임도 공유해야 하는데 주로 배우와 감독이 작품을 대표하니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TV드라마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렸는데 이제 TV를 외면하는 것은 자신의 의지인가?
지금은 TV쪽에서 이해를 해주고 있지만 처음에는 오해를 많이 샀다. 키워준 곳을 하루아침에 버릴 수 있냐는 것이지만 연기자 입장에서는 영화를 시작했으니 한쪽에만 빠지겠다는 생각이 바람직한 거 같다.


출연제의를 받은 작품 중에 선택한 <초록물고기>는 어떤 점에서 마음에 들었나?

나는 4형제 중 막내아들이다. 이 작품에서 내가 맡은 막동역도 4남1녀 중 막내로 나와 비슷한 인물이다. 사회구성의 소단위라고 할 형제사회도 한 부모의 핏줄이면서 성격이나 생각, 운명도 서로 다르다. 성장경험에 비춰 볼 때 막내는 다른 형들이나 부모의 영향을 많이 받고 성격도 좋은 면과 어두운 면 등 매우 복합적이다. 이 작품의 막동이는 가족을 떠나 험한 세상을 혼자 버텨보려고 몸부림치면서 생명까지 잃게 되지만 결국 사랑의 뿌리인 가족 곁으로 돌아간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형제가 많아서 영화처럼 성장과정의 일화도 많겠다.

어린 시절 서울 종암동에서 살았다. 그때 동네에서 우리 형제들을 깔보는 친구들이 없었다. 누구 한명이 당하면 뭉쳐서 반격을 하므로 막둥이인 나는 보호막이 든든해 어깨 펴고 지냈다. 그런데 이웃에 6형제 가족이 있어서 신경전과 세력다툼이 심심찮게 일어났다.


가족의 이야기를 좀 더 해줄 수 있는가?

어느 가정이나 행복이 있으면 크고 작은 불행도 겪게 되고 또 형제들이 다 잘살 수도 없을 것이다. 그저 평범하고 무난한 가정과 가족으로 보면 된다.


<초록물고기>에서 실제 형이 극중에서도 형으로 출연했다는데.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내 스케줄을 도와주고 있는 둘째형(한선규)이 이창동 감독의 센스로 영화에서도 형으로 나왔다. 예능에 소질이 좀 있어서 거절 않고 출연했다.




공연한 문성근 심혜진은 노련한 연기자들이다. 신인으로 위축감은 안 느꼈나?
심혜진 씨는 <은행나무침대>에서 만났지만 연기자를 연기자로 느끼지 않게 하는 천부적인 감각을 가진 배우였다. 문성근 선배도 연기 숨결을 가슴으로 느끼게 하는 분이라 배우며 연기할 수 있었다.


곧 30대 중반이 된다. 언제 결혼하나? 교제중인 연인이나 점찍어 둔 상대가 없는지?
얼굴이 잘생기고 성품도 반듯하고 목소리도 미성을 가져 어디서나 호감을 가진 여자가 많을 것 같다.
나는 독신주의자가 아니다. 절대로 35살(만34살)을 넘기지 않고 결혼할 생각이다.

대답이 좀 애매하다. 하하하. 1년 후쯤 반드시 결혼한다면 정해둔 배필이 있는 건가?
더 이상 대답은 미루겠다. 결혼하게 되면 꼭 소식을 전하겠다. 사실 대학(동국대 연극영화과) 시절에 후배 여학생을 지독하게 짝사랑한 적이 있다. 지금은 남의 아내가 되었지만.


한석규는 그 때 미리 밝힌 것처럼 1년 뒤 1998년 성우 출신의 임명주 씨와 결혼했다. 그가 선택한 아내는 성우생활을 함께 하면서 교제해온 아주 조용하고 청초한 여성이었다. 그가 평소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가정적이고 차분한 성격의 현모양처형 여자였다. 결혼 후 두 사람은 가족계획을 하지 않고 순리대로 세 아기를 낳고,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비둘기처럼 다정한 부부로 조용히 살고 있다.


끝으로 그에게 그 때 그가 오랫동안 즐겨 온 낚시와 관련한 취미생활을 물었다.


“지금은 바쁠 때가 많아 자주 가지 못하지만 소양호는 내 마음의 고향 같고 안식처 같은 곳이다. 소양호를 찾은 지 10년이 넘는다. 소양호 구석구석이 모두 눈에 훤하지만 그중에 통골이라는 한적한 곳을 자주 찾아간다. 답답한 일이 있을 때 낚시가방을 싣고 혼자 찾아가는 곳이다. 어느 날 혼자 낚시하며 어머니와 함께 뽀얀 물안개가 덮인 산자락에서 고사리 산나물을 뜯던 기억이 나서 묘한 향수에 젖기도 했다. 내가 늙으면 나의 자식이 이 자리에 와서 부모 생각을 하며 옛날을 그리워하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낚시는 살아가면서 심신에 쌓인 피로를 풀어주고 많은 생각의 시간을 갖게 하는 취미생활이다.”




한석규는 취미생활도 검소하지만 모든 일상이 사치와는 거리가 멀다. 국산 소형 자동차를 직접 몰고 다니고 한창 인기가 오를 때도 크레도스를 직접 운전 하고 다녔다. 178cm에 64kg의 늘씬한 체형에 언제 보아도 잘 생긴 핸섬한 남자지만 의상은 국산 브랜드나 캐쥬얼 복장을 즐기고 골프채보다 소양호에서 낚시대를 휘두르며 살았다. 화려한 직업생활과 대조적으로 차분하고 조용한 젊은 날을 보냈던 그는 2000년대 들어 한동안 활동을 접고 나타나지 않은 적도 있다. 인기에 매달려 살지 않는 일면을 엿보게 한다.

1991년 KBS 성우로 공채되어 이듬해 MBC 탤런트가 되어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이 연기활동의 첫 작품이다. 이후 영화에서 보여준 그의 이미지와 캐릭터는 아주 다채롭다. 바람둥이 남자, 건달, 세상에서 가장 부드럽고 가슴이 따뜻한 남자, 잔혹한 형사 등 애정 액션 사극 등 작품의 장르를 가리지 않고 배역마다 윤기를 낸 탁월한 명배우였다. 또 그의 느낌이 다른 목소리는 코미디 프로의 단골 소재가 될 만큼 특색이 있다. 왜 그는 충분히 좋은 조건들을 살려 안성기 같은 배우로 인기를 오래도록 유지하려 하지 않았을까?
한석규 황금시대가 막 포문을 열 때 가진 이 인터뷰는 어딘가 연예인답지 않은 일면을 보여준 기회로 기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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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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