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주 기타 임펠리테리의 명반 Stand In Line
속주 기타 임펠리테리의 명반 Stand In Line
  • 이근형
  • 승인 2008.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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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엄 보넷 보컬과의 만남으로 완성 / 이근형



[인터뷰365 이근형] 클래식과 록음악은 어찌 보면 서로 궁합이 잘 맞는 최상의 결과물을 낳을 수 있을 것 같다. 왜냐면 록음악의 선율과 클래식 뮤직이 가지고 있는 웅장한 면모를 더하면 근사한 음악이 하나 탄생할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비단 이런 느낌은 음악을 듣는 리스너들, 우리들만이 느끼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록 아티스트들은 꾸준히 클래식 음악과의 접목을 시도했으며, 바로 앞서 언급한 이유 때문에 록과 클래식의 협연은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딥 퍼플이 2기 초창기 시절 영국의 유명한 오케스트라단과 함께 록 스피릿을 느꼈으며, 역시 잉베이 말름스틴도 클래식의 선율에 많이 기댔다. 최근 들어 서태지도 톨가 카쉬프와 한 몸이 되지 않았던가.


이런 류의 록과 클래식의 접목은, 어느 하나의 완성된 장르가 되어 스피디한 메탈로 변신한 적이 있었다. 지금은 이 장르를 하는 밴드들이 유럽의 언더그라운드 혹은 이미 몇 년 전에 하다가 만, 말 그대로 수명이 다한 것이지만 어쨌거나 록과 메탈의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음악이다. 바로 네오클래식 메탈(Neo-classic metal) 이라는, 이름부터 상당히 ‘먹어주고’ 들어가는 장르다. 이 장르는 웅장한 면모를 더하기 위해 밴드 세션 뒤에다가 현악단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대개는 일렉트릭 기타가 만들어내는 6현의 힘 있는 연주로 온 공기를 잠식시킨다. 그리고 하나 더, 드러머의 파워풀한 비트를 더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어찌보면 그냥 헤비메탈의 일부분 같기도 하다. 그래서 네오클래식 메탈은 여기에 차별화된 모습을 심어놨다.


바로 일명 ‘속주 기타’ 라고 불리는, 기타리스트라면 한번쯤은 꿈꾸는 이상향을 건설한 것이다. 속주 기타라, 그냥 이름만 들어도 대략 머릿속에서 어떤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가. 그렇다. 그냥 간단하게 생각해서 빠른 손으로 네크를 훑으며 속주의 쾌감을 느끼는 것뿐이다. 요즘에 들어서는 속주 기타 하면 구시대적 발상, 그리고 별로 음악성 느껴지지 않는 잔기술로 비춰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분명 1980년대부터 발발한 이 트렌드는 록계에 있어서 상당한 영향력을 남겼다. 첫 번째, 헤비메탈이 추구하는 극도의 카타르시스를 속주 기타가 이끌어줬다. 그리고 두 번째, 앞서 언급했듯이 속주 기타의 화려한 퍼포먼스와 함께 드디어 현악단과의 콜래보레이션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며 록 아티스트들의 꿈이 이뤄졌다.


속주 기타는 사실 이름 붙이기가 애매모호하다. 어느 아티스트 보고 “속주 기타 구사한다”라고 하면, 또 어떤 부류는 그 아티스트를 두고 “이 아티스트는 속주 기타와 전혀 상관이 없다”라고 반박하며 여기서 또 소모적인 논쟁이 일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상당히 속주 기타 아티스트를 구별하는 데 있어 애로사항이 있는데, 이 글에서는 그냥 우리가 아는 상식 하에서 속주 기타의 가타부타를 끌어올리도록 하겠다. 먼저 네덜란드 출신의 에디 반 헤일런(판 할런) 이 속주 기타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스웨덴의 국보급 기타리스트 잉베이 말름스틴도 역시 속주 기타와 관련이 있다. 근데 여기까지 끌어올리고도 아직도 이들이 속주 기타와는 별 관계가 없다고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아티스트를 언급한다면 이제 그런 의혹을 잠재울 수 있겠는가.

바로 미국 코네티컷 주 출신의 말끔한 외모의 소유자 크리스 임펠리테리(Chris Impellitteri) 다. 임펠리테리는 속주 기타의 대명사이니, 그가 속주 기타를 구현하지 않는다고 윽박지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힘들다. 속주 기타를 말하기 위해 반 헤일런, 잉베이 말름스틴까지 거쳤으나 공론이 생기지 않아 결국 임펠리테리 이야기를 꺼냈다. 그만큼 속주 기타와 네오클래식 메탈은 그 형태가 애매모호한 만큼, 표현에 있어서 신중해야 한다. 어쨌거나 임펠리테리는 앞서 언급한 선배들의 뒤를 이어, 클래식적 선율을 지니고 있는 속주 기타를 이어받았다. 그리고 현재까지 속주 기타의 살아있는 화신으로 불린다.




최고의 보컬 그레이엄 보넷과 속주 기타 임펠리테리의 조합


크리스 임펠리테리는 1964년 9월 25일 태어났다. 그는 1987년 자신의 성씨를 밴드 이름으로 만든 다음, 팀 이름과 같은 EP 앨범 Impellitteri를 발매하였다. 이 당시 보컬은, 아반타시아(Avantasia) 밴드로 유명한 미국의 크리스천 메탈 보컬 롭 락 (Rob Rock) 이었다. 롭 락은 임펠리테리 밴드를 탈퇴했다가 재가입해서 그와 함께 명맥을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롭 락의 걸걸하면서도 호쾌한 보컬과 임펠리테리의 전율이 돋는 속주 기타로 Impellitteri EP 앨범은 록계에서 호평을 받게 되었고, 이것을 계기로 임펠리테리는 단순히 기타를 빨리 치는 사람일 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빅 밴드를 이끌 수 있는 리더로서의 자질을 갖추게 되었다.


롭 락은 EP 앨범을 마치고 다른 팀으로 이적했으며, 임펠리테리는 이 시점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통성명 거친 록계의 인사들과 임펠리테리 밴드 재건에 힘을 쓰게 되었다. 여기서 임펠리테리는 엄청난 인물을 하나 만나게 되는데, 바로 그 인물이 누구냐 하면 이미 록계에서는 ‘철혈 보컬’ 로 악명 높은, 그 유명한 레인보우 출신의 보컬 그레이엄 보넷(Graham Bonnet) 이었다. 그레이엄 보넷과 임펠리테리의 만남이라. 사실 왠만해서는 잘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을 것이다. 1987년이 되어서야 데뷔한 임펠리테리와 그리고 사실상 데뷔연도는 1967년인 그레이엄 보넷과는 정확하게 20년 차이가 난다. 이런 가운데, 어떻게 두 사람이 만나게 된 것일까.


여기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알려진 바가 없다. 그냥 어딜 가도 똑같이 하는 이야기는 “록의 영웅 그레이엄 보넷과 차세대 주자 임펠리테리가 만났다”라고 할 뿐이다. 그럼 자체적으로 분석해볼 수밖에 없다. 먼저 그레이엄 보넷은 레인보우 탈퇴 이후 미하엘 쉥커 그룹(MSG), 잉베이 말름스틴의 알카트라즈를 거치며 록 보컬로서 승승장구 하고 있었다. 더해서 고(故) 코지 파웰 등 슈퍼스타들이 함께 한 그레이엄 보넷만의 솔로 앨범도 발매된 이후였다. 임펠리테리는 그 즈음이면 아마 롭 락과 이별을 했었던 때였다고 봐도 무관하다. 그렇다면 이유는 한 가지로 좁혀지는데, 그레이엄 보넷은 이미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있는 록 아티스트와 협연했으니, 이번에는 록계에서 영건으로 떠오르는 임펠리테리와 색다른 도전을 감행했다고 말이다.



밀도 높은, 스피디한 임펠리테리 식 헤비메탈


팔세토 창법으로 듣는 이의 귀를 사정없이 공격하는 가창력의 달인 그레이엄 보넷, 그리고 듣기만 해도 손가락의 움직임이 얼마나 빠른지 가늠할 수 있는 임펠리테리의 속주 기타의 조합은 말 그대로 환상적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일각에서는 이 두 사람이 빨리 만났으면 하는 바람도 가지곤 하는데(더 많은 디스코그래피를 양산하기 위해서?) 사실 따지고 보면 딱 1988년에 만나 명반 하나 만들어내고 깔끔하게 헤어지는 지금의 현실이 더 매력적이다. 왜냐면 임펠리테리의 음악성은 바로 이 작품 Stand In Line에서 멈춰졌으며, 그레이엄 보넷은 이미 알려졌다시피 록계에서 철새로 통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레이엄 보넷과 임펠리테리의 짧은 만남은 기간부터가 아쉽지만, 어쨌거나 Stand In Line은 헤비메탈의 명반으로 등극하며 지금까지도 록 키드들의 필청 1순위 음반으로 불려지고 있다. 팝 메탈, 스래쉬 메탈, 네오클래식 메탈, 그리고 기본적 헤비메탈 등 다양한 장르를 이 하나의 앨범에서 섭렵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음반이 어디 있으리오. 게다가 거의 모든 트랙이 임펠리테리의 속주 기타를 듣는 이로 하여금 마음껏 즐길 수 있게 만들어 놓았으니, 미친듯이 달리는 스피디한 메탈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Stand In Line만한 작품은 없을 것 같다. 더해서 이미 우리들에게 너무나도 유명한 임펠리테리 스타일의 로맨틱 인스트루먼틀 Somewhere Over The Rainbow까지 있으니 말이다.



1번 트랙 Stand In Line부터 심장 박동 수가 마구 뛴다. 초반에는 잔잔하면서도 비장한 종소리로 시작하다가, 갑자기 임펠리테리가 기타로 하여금 출력 사운드를 무한대로 끌어올리며 밴드의 세션을 본 궤도에 오르게 한다. 여기까지 또 도움을 주는, 바로 후세에 미스터 빅 (Mr. Big) 이라는 미국의 그 유명한 메탈 밴드의 드러머가 될 팻 토피가 엄청난 파워 드러밍으로 일조하고 있다. 3번 트랙 Secret Lover는 곡 중반부에 등장하는 임펠리테리의 광속 기타 연주가 압권이다. 아예 그레이엄 보넷은 앞부분에서 시원하게 샤우팅을 지른 다음, 중반부부터 임펠리테리의 속주 기타가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자리를 빠져준다. 그러면 임펠리테리는 팻 토피의 드럼, 그리고 키보드 및 베이스의 연주와 함께 마치 헬리콥터가 날듯 쉬지 않고 기타 리프를 쏟아낸다.


임펠리테리의 속주 기타를 들으려면 이 곡을 빼놓지 말아야 한다. 8번 트랙 Goodnight And Goodbye다. 이 곡은 그레이엄 보넷이 청명한 보컬로 신나게 불러제끼는 와중에도, 임펠리테리가 쉬지 않고 기타 리프를 날리는 바람에 듣는 이에게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쾌감을 가져다준다. 마치 머릿속에서는 휘몰아치는 바람 속에서 임펠리테리가 비장한 액션을 취하며 기타를 놀리고, 그 옆에서는 짧은 포마드 머리의 그레이엄 보넷이 마이크를 두 손으로 감싸고 카메라 앞에 손가락을 내밀며 애절하게 부르는 모습이 연상되기도 한다. 그만큼 곡의 구성도 및 멜로디가 상당히 블록버스터답다는 것이다. 아예 임펠리테리는 마지막 트랙 Playing With Fire라는 곡에서 자신의 속주 기타를 하나도 빠짐없이 쏟아냈다. 인트로에는 헬리콥터 나는 소리가 들려오는데, 사실 그 헬리콥터 돌아가는 소리와 임펠리테리의 속주 기타는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일 정도로 그 세기가 상당하다.



Stand In Line을 살려주는 두 트랙


물론 앞서 언급했던 노래들은 다 하나같이 출중한 멜로디를 기본적으로 지니고 있다. 하지만 사실 Stand In Line에 비하면 작품성만큼은 그다지 많이 느껴지지 않는 모습이다. 그러니까 무념무상으로 감상하기에는 상당히 좋으나, 굳이 귀를 기울여서 들을 필요는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임펠리테리는 Stand In Line 앨범의 작품성을 드높이기 위해 두 가지 방책을 마련했다. 먼저 첫 번째 방책은 그레이엄 보넷의 입김이 작용된 것이고, 두 번째 방책은 임펠리테리가 고안해낸 아주 신선한 아이디어였다.


1번 타자, 바로 Since You Been Gone이다.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원래는 영국의 록가수 러스 발라드(Russ Ballard) 의 것이지만, 레인보우가 Down To Earth (1979) 앨범을 통해 이 곡을 리메이크 하면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특히 그레이엄 보넷의 허스키 하면서도 술술 넘어가는 보컬에 이 곡이 궁합 잘 맞았는데, 그래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레이엄 보넷은 레인보우 탈퇴 이후 이 곡을 자기가 가는 밴드마다 불러제끼며 아예 자신의 주 레퍼토리로 만들었다. 그런 그레이엄 보넷의 습성이, 임펠리테리를 살려준 것이다. 임펠리테리 버전 Since You Been Gone (혹은 Since You've Been Gone) 은 레인보우, 알카트라즈 버전과는 조금 다르게 더 헤비하고, 스피디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임펠리테리 버전을 기억한다. 임펠리테리로서는 참 다행이 아닐 수 없다.


2번 타자, 후세의 모든 기타리스트들의 소망이자 지금의 임펠리테리를 있게 해준 신통방통한 인스트루먼틀 트랙 Somewhere Over The Rainbow다. 이 곡은 주지하다시피 영화의 명작 <오즈의 마법사> OST 중 하나이며, 원래 제목은 Over The Rainbow이고 배우이자 가수 주디 갈랜드(Judy Garland) 가 불러서 전 세계인의 가슴을 따뜻하게 보듬어준 명곡이다. 너무나도 대중음악에 있어, OST에 있어서 클래식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귀에 익고, 금방 허밍을 붙일 수 있게 되어있는 이 곡을, 임펠리테리가 인스트루먼틀로 각색해서 톡톡한 수익을 올렸다. 꼭 상업적으로 수익을 올렸다고 말하지 않아도 이 인스트루먼틀 트랙은 그것을 뛰어넘어 록음악 및 속주 기타의 아름다움을 표현했다고 말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광고의 배경음악이나 OST로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Somewhere Over The Rainbow, 그래서 이 곡이 지금은 음악성 떨어진 임펠리테리의 생명을 끝까지 연장시켜주나보다.



한번의 기회에 명작을 만들고 사라진 임펠리테리



그리하여 Since You Been Gone과 Somewhere Over The Rainbow를 앞세운 임펠리테리의 1집 Stand In Line은 폭발적인 호응 속에 1980년대를 관통하는 헤비메탈 및 속주 기타의 명반으로 이름을 아로새겼다. 이 음반을 두고 세계적인 음악 포털 사이트 <올뮤직닷컴> 에서는 별 네 개를 책정하며 고평가 했고, 이런 수치를 따지지 않더라도 일단 록음악 팬들에게 있어서 Stand In Line이란, 팝적인 요소를 잘 살린 충실한 작품이라고 호평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절정의 보컬을 들려주었던 그레이엄 보넷은 결국 1990년에 임펠리테리 밴드를 떠났다. 그래도 어쩌면 다행인 것은, 그레이엄 보넷이 Stand In Line 발표 이후 임펠리테리와 함께 일본 투어를 떠나는 등 약 2년여간의 밴드 생활을 충실히(?) 마쳤다는 것이다. 원래는 그레이엄 보넷 성격상이라면 이런 좁은 무대를 유지시키기가 참 어려웠을지도. 그것은 그레이엄 보넷이 임펠리테리 밴드에 2년여간 재직했다는 것이, 타 밴드에 있었던 때보다도 더 짧았다는 방증을 올려놓으면 착착 말이 잘 맞아떨어진다.


1990년 그레이엄 보넷과 결별한 임펠리테리는 거기서 음악성이 딱 멈추고 말았다. 이후 한 번의 교체 바람이 지나가고 다시 롭 락이 초창기 시절의 우정을 생각해서 임펠리테리에 들어왔다. 그리고 임펠리테리의 2집 Grin & Bear It을 내놨지만, 평단과 대중의 싸늘한 반응을 안고서 그대로 나락으로 추락했다. 그 후부터 아무도 임펠리테리의 작품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되었고, 임펠리테리는 그렇게 무관심 속에서 멤버들의 잦은 교체와 작품성 하락으로 고생길을 걸었다. 어쩌면 이것이 바로 네오클래식 메탈로 대변되는 속주 기타의 한계였을지도 모르겠다. 오로지 스피드만 보고 달린 임펠리테리, 음악성 및 자질이 더 갖춰졌으면 후세의 역사가 어떻게 기록되었을까 짐작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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