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미술관은 집 밖으로 나와야 옳다
간송미술관은 집 밖으로 나와야 옳다
  • 김두호
  • 승인 2008.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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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화각 설립 70주년 전시장의 명암 / 김두호



[인터뷰365 김두호] 서울 성북동에 있는 간송미술관이 지난 12일부터 보름 동안 ‘보화각 설립 70주년 서화대전’전시회를 마련하고 있다. 1년에 봄 가을 두 차례 일반 관람객을 위해 마련하는 보름 정도의 짧은 전시기간은 전국에서 몰려드는 인파로 낡고 비좁은 2층짜리 보화각(간송미술관 본관) 건물이 몸살을 앓는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석봉 추사 단원 혜원 다산 영조 신사임당 겸제 정조 혜경궁홍씨 흥선대원군 등 역사책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인물들의 육필 서화를 직접 볼 수 있다는 신비롭고 황홀한 감상의 기대감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무너지기 시작한다.

겹겹이 줄을 서고 에워싼 관람객으로 인해 잠시도 머물면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좁은 공간에서 밀리고 쫓기며 잠깐잠깐 스쳐가듯 보고 2층까지 올라갔다 내려오면 돌아서는 마음이 허전하고 개운치가 않다. 다행히 무료 관람이라 항의까지 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잘 보고 간다는 인사말을 남기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간송미술관이라면 선견지명(先見之明)을 가진 간송 전형필 선생이 일제 강점기에 거액의 재산을 털어 국내외로 흩어진 귀중한 우리의 미술품을 수집해 설립한 최초의 사립 미술관이다. 간송 선생의 훌륭한 정신과 업적, 그리고 남긴 일화는 매년 전시회를 전후해 모든 매체들이 의미있게 다루곤 한다. 감히 간송 미술관에 대해서는 어떤 문제점도 제기할 수 없는 성역이기도 했다.

간송 선생이 타계한 4년 뒤 1966년 보화각이 간송미술관으로 명칭이 바뀌었고 한국민족미술연구소가 부설사업으로 출범해 남긴 업적도 인정을 받고 있다. 간송미술관에는 국립박물관에서도 구경하지 못하는 많은 진품 고미술이 보고처럼 소장돼 있다. 그 가운데에는 이미 <훈민정음> <금동삼존불감> 등 9점이 국보로, <금동여래입상> <백자박산향로> 등 12점이 보물로 지정돼 있다. 그러나 미술관측은 아직도 소장된 많은 작품들의 구체적인 품목과 숫자를 비공개로 하고 있다.



이제 시대도 변하고 1938년에 세운 2층짜리 유서 깊은 보화각도 낡고 좁아 전시장으로는 마땅하지가 않다. 21세기 문화는 공유 개방 참여의 시대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간송미술관은 설립 당시의 자리에서 70여 년간 변함없이 초기의 관리 및 고고한 운영방식을 고수해 오고 있다. 사유재산을 보호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민주국가의 미덕이지만 전설 같은 문화재를 보기위해 몰려드는 관람객을 현재의 관송미술관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차고 힘겨워 보인다.

좀 더 넓고 큰 시설을 마련해 옛집에서 벗어날 때가 온 것 같다. 자력으로 변화할 수 없다면 공익자금이나 정부의 지원을 받아 설립자의 거룩한 유지를 국가적으로 살릴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좀 더 건방진 생각을 하면 현재의 건물은 간송 선생의 기념관으로 남겨두는 것이 뜻이 있다고 본다. 아직도 미술관 한켠에는 생전의 간송 선생이 살던 저택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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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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