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어서는 월드스타 비, 그리고 정지훈
다시 일어서는 월드스타 비, 그리고 정지훈
  • 이근형
  • 승인 2008.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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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Story로 2년 만 국내 무대 복귀 / 이근형



비, 현명한 조타수를 잃은 결과


[인터뷰365 이근형] 월드 스타’ 비 (정지훈) 의 2007년 7월 미국 공연 취소에 대해서, 일각에서는 심지어 국치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며 깊은 우려 반, 그리고 비난 반으로 그것을 표현했다. 비를 위한 전세기가 마련되고, 성공적인 아시아 투어를 발판삼아 세계무대의 진원지인 미국을 점령하겠다는 비의 야심찬 도전이, 미국의 어느 공연장에서 비의 스케줄이 사실상 없었다고 공연을 불가하는 바람에 산산조각 났다. 물론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 공연이 성공적이었지만, 아무리 공연장 대관 스폰서와 비 측의 실수라 하더라도 물증이 확실치 않은 공연 취소는 비의 네임 밸류를 깎는 일이었다.


두 번째 사건 역시 조금은 어이가 없었다. 비의 영어명인 Rain과 같은 이름을 쓰는 미국 록그룹 레인 (Rain) 이 비를 상대로 “우리 밴드의 이름을 차용한다” 며 법정 싸움을 벌이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다행히도 이 사건은 비 측과 레인 밴드의 원활한 합의에 의해 긍정적인 결과로 마무리 되었다. 근데 솔직히 얘기해서 만약 레인 밴드가 좀 더 강한 목소리로 밀고 나갔더라면, 어쩌면 비는 자신의 이미지 메이킹이나 다름없는 Rain이라는 이름을 세계무대에서 사용하지 못할 뻔했다. 비는 이렇게 2007년 한 해에 자기에게 쏟아진 트러블에 고통 받았고, 공개 사과를 내보내며 움츠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것을 두고 평단에서는 “현명한 조타수를 잃은 결과” 라고 했다. 모두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비는 2002년 데뷔서부터 세계무대의 격상까지 자기 자신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박진영의 JYP 엔터테인먼트와 결별했다. 먼저 비와 박진영 사이와의 계약 기간이 완벽히 끝맺음 되었기 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로는 소니 BMG나 워너뮤직 같은 세계 굴지의 음악 기획사가 비를 영입 하려고 예전부터 계속 러브콜을 보내왔기 때문이다. 또한 JYP 엔터테인먼트는 미국 지사를 두고 있긴 하지만, 원체 회사가 작은 규모이기 때문에 비 같은 슈퍼스타를 키워줄 수 있는 역량이 더는 부족했다. 그리하여 비는 JYP와 계약 해지했고, 현재 비의 명의로 차려진 자회사 제이튠 엔터테인먼트가 비를 관리하고 있다.


그렇지만 박진영은 맨손으로 미국 무대에 노크를 두들기고, 현재 윌 스미스나 알 켈리 같은 세계적인 아티스트들과 연계를 맺고 있는 ‘미국통’ 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가 희생하여 닦아놓은 ‘한국 아티스트가 갈 수 있는 미국 통로’ 를 비에게 전해준 것이고, 비는 성실히 그 길을 따라서 이렇게 월드 스타가 된 것이다. 비가 앞서 언급했듯이 트러블을 겪은 이유? 답은 간단하게 나온다. 영어에 능통하고 공연장 대관 비용이나 각종 스폰서 관리에 밝은 박진영의 도움이 컸더라면 이런 위험 요소는 줄어들었을 것이다. 물론 JYP 엔터테인먼트는 포괄적으로 비와 관련이 있으므로, 비의 미국 공연 취소에 대해 절반 이상의 책임을 졌다.




‘달콤한 열매’ 비의 독립에 대한 단상


비의 미국 공연 취소 책임자와 법정 싸움에 참가하여 비를 보호해줬던 주변인은 JYP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스타엠 엔터테인먼트 등이다. 특히 스타엠 엔터테인먼트는 비의 월드 투어를 주관하며 비의 공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 관리했다. 여기서 JYP와 스타엠 엔터테인먼트간의 미묘한 줄다리기에 대한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언론을 통해 잘 알려졌듯이, 장동건, 김제동 등의 슈퍼스타를 보유한 스타엠 엔터테인먼트는 비를 영입하면서 자회사 연예인의 스타 릴레이에 방점을 찍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고, 그러면서 비의 월드 투어 주관을 독차지하며 비에게 수차례 영입 제의를 벌여왔다. 그러나 현재 비는 제이튠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며 잠시간 연예기획사들의 전쟁에 한 발 물러선 상태다.


JYP 엔터테인먼트 역시 아직까지도 자회사의 홈페이지 코너에 비의 이야기를 실을만큼, 비가 계약 해지된 옛 자원임에도 불구하고 미련이 조금 남아있는 듯하다. 물론 겉으로는 비의 탈퇴 이후 원더걸스, 투피엠 (2PM) 등의 후배 가수들이 자리를 메우고 있고, 박진영은 비가 나가자마자 임정희, 지소울 등 미국 무대에서 기량을 닦고 있는 인재들을 보듬는 데 더욱 신경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니까 비의 공백을 신경 쓰지 않는 듯하면서, 뒤에서는 힘을 강하게 주면서 구멍 메우기에 최선을 다한다는 소리다. 그러나 비가 무슨 사건이 터질 때마다 박진영이 책임 있게 대변을 해주는 것을 보면, 비와 JYP의 연관성을 굳이 부인할 필요는 없다.


비의 제이튠 엔터테인먼트 설립과, JYP 엔터테인먼트의 전력 보충, 그리고 언제든지 기회만 닿는다면 비를 정식 영입하기 위해 자본을 두둑히 모으고 있는 스타엠 엔터테인먼트간의 첨예한 대립이 흥미롭다. 비는 이제 음악적, 상업적 가치로 상당한 자질을 갖춘 아티스트이다. 비록 우리나라에 비해서 해외에서 비의 레퍼토리 중에서 제대로 대중들의 머릿속에 각인된 히트곡은 없지만, 비의 공연에서 보여지는 화려한 퍼포먼스와 무대 이벤트는 비 하면 딱 떠올려지는 하나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해외 평단에서는 비의 음악보다도, 수차례 연마된 조직적인 댄스 실력과 흑인 음악 마인드가 충실한 그루브감을 높이 사고 있다. 우리나라 아티스트가 세계무대에서 이 정도 시선을 모으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다. 너무나도 탐나는 존재임에는 틀림없다.




사실 스타엠 엔터테인먼트가 거대 연예기획사이기 때문에 망정이지, 음성적으로 비를 영입하기 위해 거액의 돈을 제시했던 국내 기획사들이 수두룩했을 것이다. 스타엠이 수면에 떠오른 이유는 앞서 언급했듯이 그들이 비의 월드 투어를 주관했다는 점, 그리고 JYP 엔터테인먼트 이후에 가장 적합하고 신빙성 있는 계약 조건을 비에게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비는 한 발 물러서, 일단 제이튠을 설립해서 임시적으로 자기 자신을 관리하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예상이 돌고 있는데, 비는 이미 자신의 능력이 세계 각지에 노출되었기 때문에 제이튠은 잠시간의 방편이고, 소니 BMG나 워너뮤직 같은 세계적 레이블이 자기를 영입할 때 곧바로 적을 옮길 수 있는 자세를 취했다고 볼 수 있다.



비는 퍼포먼스 하나만으로도 ‘세계적’ 이다


소니 BMG가 뉘 집 개 이름 같은 것은 아닐 것이다. 이들은 우리가 소비하는 여러 세계적 아티스트, 밴드를 관리하는, 그러니까 그들의 앨범을 구입해서 포장지를 뜯으면 하단에 탁 박혀있는 굴지의 브랜드나 다름없다. 이들의 이름이 박혀져있는 앨범을 감상해보라. 뛰어난 음악성으로 점철된 아티스트의 음성이 귀를 아름답게 장식할 것이다. 비록 구입한 앨범 중에 졸작도 있을 것이나, 일단 소니 BMG 소속 아티스트는 세계적이다 라고 증명할 수 있는 본보기다. 과연 이런 거대한 레이블에 비라는 퍼즐 한 조각이 잘 맞아떨어질 수 있다?


일단 부정적인 입장이 강한 것만은 사실이다. 첫 번째, 비는 2008년 5집 Rainism까지 내놓은 디스코그래피를 살펴보았을 때, 몇몇 곡들이 히트를 친 것일 뿐이지 앨범 자체가 명작으로 불려지며 ‘내실’ 이 칭찬을 받은 적은 몇 없다. 대중들은 비가 세계무대에서 활보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지만, 결국 비가 우리들에게 들려준 명곡이 무엇이었냐고 스스로 묻는다면 딱딱 답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선글라스 끼고, 섹시한 복장으로 흐물흐물 댄스를 추는 <태양을 피하는 방법>?, 아니면 2004년 연말 즐거운 눈요기가 되었던 It's Raining의 거친 숨소리 추임새? 물론 이런 주장에 대해 반문을 가질 사람들이 있겠지만, 비의 팬이 아닌 대체적인 여론의 마음은 동일하다.


비는 엄청난 자본을 들여가며 2006년 자신의 4집 Rain's World를 내놨다. 그리고 타이틀곡 I'm Coming을 통해 일대 대한민국 가요계를 긴장시켰다. 전쟁의 터전에서 비가 밀리터리 복장을 하고 나와서 절제된 춤사위로 카리스마를 돋보이게 했던 그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되는 이미지이기도 하다. 그러나 I'm Coming은 단발성이 다분한 작품이었다. 초반의 뜨거운 반응은 좋았다 쳐도, 끝이 좋아야 하는데 후반부에서는 결국 우리에게 남은 것은 그의 밀리터리 복장뿐이었다. 그래서 평단에서는 “월드 스타라는 극찬을 받는 비가 겨우 이 정도였나” 하며 강한 비판을 가했다. 비는 그렇게 4집 Rain's World에서 표면적인 화젯거리를 일으켰을 뿐, 결과론적으로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그래서 앞서 말했듯이, 그에게 음악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비판의 눈초리가 가는 모양이다.




하지만 왜 비가 매디슨 스퀘어 가든이라는 엄청난 무대에서 미국인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타임> 지의 순위 선정에도 올라가고, 그리고 현재 각종 세계적 기획사들이 영입 준비를 하는지 그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 또다시 밝히지만, 비가 세계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의 엄청난 퍼포먼스에 있다. 새삼스럽게 다시 얘기를 꺼내지만, 비는 연습생 시절 탈진할 때까지 춤을 연마했다. 오죽했으면 박진영이 고백하기를 “정지훈이 내 앞에서 춤을 출 때, 정말 미친 듯이 췄다. 그래서 그를 뽑지 않으면 안될 것만 같았다”라고 했을까. 비의 춤 연습 시간은 상상 이상이고, 주변인들이 말하기를 그 정도로 춤 추면 안될 게 없다고 한다. 그만큼 비는 춤에 최선을 다하고, 정말 타고난 춤꾼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게 남지 않는 것이 음악이라 하더라도, 결국에 잔상이 강한 것은 그의 댄스 실력이다. <태양을 피하는 방법> 에서 선글라스를 두 검지로 쏙 빼내서 유연하게 움직이는 춤사위, I Do에서 보여지는 귀여운 몸놀림, 데뷔작 <안녕이란 말 대신> 에서의 두 팔 흔들기 댄스, 그리고 I'm Coming의 그 블록버스터급 매스게임 댄스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강하게 인상이 남는다. 그의 월드 투어 공연을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전체적으로 잘 꾸며진 무대 위에서 비가 그 주변의 화려함을 자신의 댄스로 차차 없애기 위해 온몸을 땀으로 범벅하며 무대를 적신다는 것을 보면, 그의 가장 큰 무기는 댄스다. 아시아에서 온 가수가 춤만큼은 그 누구도 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기에, 세계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는 것이다.



비의 Love Story... 비판의 시선을 자기편으로 돌리기 위해


비는 2008년 10월, 자신의 5집 Rainism을 들고 나왔다. 그리고 그 앨범에 수록된 Love Story를 통해 약 2년 만에 국내 무대로 복귀했다. 그러면서 MBC에서 특별 기획한 비 다큐멘터리 <나, 비, 춤> 을 방영하며 본격적으로 컴백 인사를 가지게 되었다. 비는 Love Story라는 곡에서 구슬픈 보컬로 부르는, 스트링 사운드가 가득 담긴 리듬앤블루스 트랙을 대중들에게 들려주고 있고, 반응이 괜찮게 들려오고 있다. 먼저 월드 스타라는 점에서 점수를 대폭 먹어주고 있고, Love Story 뮤직비디오가 거기에 힘을 보태주고 있다.


Love Story 뮤직비디오는 비의 주인공 출연, 그리고 우리나라 최고 여배우 하지원의 출연이라는 점에서 대중들의 뜨거운 시선을 받고 있는 중이다. 언론에서는 할리우드 영화를 경험한 비가, Love Story 뮤직비디오의 규모를 블록버스터급으로 올린 다음 자기가 세계무대에서 갈고 닦은 연기력 및 국제적 감각을 이 작품에서 뽐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평단에서의 기대치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여기서 무언가 느껴지지 않는가. 그렇다. 비는 세계무대에서 자기가 연예 초년병으로 지내는 만큼, 우리나라에서 정상을 차지한 것을 싹 잊고 다시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비도 알고 있을 것이다. 자기 자신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대부분, 자기 노래가 기억 속에 남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Love Story에서는 비의 보컬 파트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며, 거의 비의 가창력을 시험하는 코스가 다량 함유되어있다. 물론 평단의, 그리고 대중의 평가는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 명확히 등장할 것이다. 비는 여기서 4집 Rain's World의 I'm Coming처럼, 네임 밸류에 비해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는 것을 반드시 피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번 Love Story는 비의 수려한 보컬이 잘 스며들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좀 더 확연한 정규 앨범으로 승부를 거는게 좋았을 것이다. 그래야 껍데기만 남고, 속이 주목받지 못하는 앞선 기억을 지울 수 있다. Love Story 한 곡으로 후한 점수를 받기란 조금 어렵지 않나.


그래서일까. <나, 비, 춤> 이라는 영상물을 통해 여배우 김선아와의 화려한 댄스로 자기의 최고 장기인 춤을 전격 앞세우고, Love Story를 덧붙여 우리나라 대중들의 엄정한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보았을 때, 비가 음악 하나만으로 인정받는 것을 꾀했다기보다는, 좀 더 다양한 의견 수렴과 자기 자신의 최고 장기를 굳히기 위해 춤을 더했다는 뉘앙스가 풍긴다. 좋다. 비판의 세력을 자기편으로 돌리기 위해 비는 이렇게 5집을 내놨고, Love Story에서 비, 그리고 정지훈은 구슬픈 느낌을 잘 캐치한 고난이도의 보컬로 대중들의 귀를 비처럼 적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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