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인터뷰] “100만원 벌면 95만원 저축” 짠돌이 홍경민
[그때 그 인터뷰] “100만원 벌면 95만원 저축” 짠돌이 홍경민
  • 정홍택
  • 승인 2008.10.1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군 입대를 앞둔 6년 전 인터뷰 / 정홍택



인기 스타가 군대를 가는 일이 이제는 당연하지만, 한동안 몇몇 스타들은 군대를 가지 않기 위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가수 홍경민은 그런 소란과는 아예 관계없다. 인기 정상에 있을 때 묵묵히 입대를 했고 소리 없이 군 복무를 마쳤다. 이 인터뷰는 홍경민이 군 입대를 앞둔 2002년 1월 이뤄진 것으로, 얄팍하게 인기를 좇는 스타의 모습이 아니라 묵지근하게 제 갈 길을 가는 26세 젊은이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인터뷰365 정홍택] 60 ~ 70년대 가요계를 장식한 가수 중에 은희가 있다. 청순한 이미지가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청아한 목소리로 ‘꽃반지를 끼고’를 부를 때면 천상에서 비파를 타며 노래 부르는 선녀처럼 아름다웠다. 그윽하고 고즈넉한 한 떨기 백합이 따로 없었다.

가수 홍경민(26)을 마주한 순간 웬일인지 은희가 떠올랐다. 열아홉에 데뷔한 여가수 은희는 다리를 다소곳이 꼬고 앉아 통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아무리 생각해도 홍경민과 닮은 데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없다. 그런데 왜 그랬을까. 홍경민이 비둘기처럼 깨끗한 눈을 지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월드컵 개최 성공 여부에 대해서? 한국팀의 8강 가능성에 대해서? 오사마 빈 라덴 생포 가능성에 대해서? 이런 질문들도 많이 있지만 나는 “살면서 가장 속상한 일이 무엇인가”라고 첫 질문을 던졌다. 너무 선하고 맑아 서글픔마저 안겨주는 눈동자에 그만 매혹된 까닭이다.


“약한 사람 우습게 보는 것이 왕짜증이에요.”


그는 빙그레 웃으며 잽싸게 말을 이어갔다.


“가요계도 마찬가지죠. 인기가 없어 설움에 밥 말아먹는 가수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너무 안됐어요.”


사실 어찌 보면 인간이 동물보다 더 본능적이다. 강자나 돈 많은 사람에게는 굽실굽실대고, 힘없고 빽 없는 사람은 깔아뭉개려는 게 사람의 속성 아닌가. 이런 현실에 그는 분개할 뿐 아니라 안타까움을 감추지 않는다.

‘맹물로 가는 자동차’ 생각만 해도 신났다. 그 때문에 그의 어릴 적 꿈은 과학자였다.



“어리석은 발상이지요. 물에는 수소와 산소밖에 없는 것을 알고 난 뒤로 그런 꿈은 접었습니다.”


정말 그럴까. 아니다. 내가 알기로는 지금 미국의 한 연구소가 자동차 대체연료를 연구중인데, 핵심은 맹물에 약간의 첨가물을 섞는 것이다. 발상이 참 앞서간 그가 진정 원했던 직업은 무엇일까? 과학자, 정치인 어느 것이었을까?


“아뇨. 정치인이 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어요. 제일 관심없는 분야가 정치거든요.”


그런데 그는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다. 기이한 일도 다 있다. 부모나 주변의 강권에 밀렸단다.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그 과를 선택했을 뿐이에요. 솔직히 말하면...”


참 진솔한 청년이다. 슬쩍 듣기 거북한 질문을 찔러봤다.

“짠돌이로 소문났던데, 사실인가요?”


“100만원을 벌면 5만원 쓰고 95만원은 저축해요. 그렇다고 저를 짠돌이로 보면 안됩니다. 그저 돈을 쓸 시간이 없을 뿐이죠.”


바쁜 와중에 간신히 시간을 내서 친구들을 만나면 포장마차로 간다. 꼼장어 안주에 소주 두 어병 마시면 기분이 알딸딸한 게 신선이 따로 없다며 씩 웃는다. 나이트클럽도 서너번 가봤는데 별 재미가 없어 발길을 끊었다.

홍경민은 군 입대를 앞두고 계획이 하나 있다. 금연이다. 그의 하루 흡연량은 두 갑 정도. 고된 훈련을 받으며 담배를 두 갑씩이나 피우는 것은 자살행위라 믿고 있다. 더구나 스물여섯살 ‘늙은 사병’ 으로서 나이 어린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여주고 싶단다. 26개월은 꽤 긴 공백기다. 스타로서는 더욱 그렇다. 한데 그는 일부러라도 2년가량 쉬는 게 자아성숙에 좋다고 여기는지 입영날짜를 담담하게 기다리는 중이다.



“누구나 다 가는 군대인데요, 뭘. 뜻 깊은 26개월이 될 것 같아요.”


비교적 가냘파 보이지만 헤어질 때 악수하는 손은 매우 다부졌다. 외유내강의 이미지가 강한 젊은이다.








기사 뒷 이야기가 궁금하세요? 인터뷰365 편집실 블로그

정홍택
정홍택
press@interview365.com
다른기사 보기


  • 서울특별시 구로구 신도림로19길 124 801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737
  • 등록일 : 2009-01-08
  • 창간일 : 2007-02-20
  • 명칭 : (주)인터뷰365
  • 제호 :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명예발행인 : 안성기
  • 발행인·편집인 : 김두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문희
  • 대표전화 : 02-6082-2221
  • 팩스 : 02-2637-2221
  • 인터뷰365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interview365.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