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이달] 언제나 영주에 가는 이유는 부석사에 가기 위함이었다.
어느 날은 가슴이 답답하여, 어느 날은 한 생각을 매듭짓기 위해
쉽지도 않은 그 길을 자주 찾았던 것 같다.
지금이야 중앙고속도로 덕분에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 되었지만
오륙년 전만 해도 영주나 풍기 쪽을 찾아가기란 참으로 멀고도 험난한, 그야말로 옹삭스런 길이었다.
그 길을 꺼이꺼이 찾아가는 사이, 애초의 목적은 지쳐버리고
안양루 밑을 걸어 무량수전 앞에 닿을 때쯤이면 그때는 이미
먼 길의 피곤함을 위로받기 위함일 뿐, 달리 어떤 목적은 남아있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번엔 부석사에 들리지 않았다.
안양루 너머로 탁 트인 소백산 구름바다를 내려 보고 싶기는 하였으나
마음 속 살짝 섭섭한 미련조차 성혈사에 당도하여서는 씻은 듯이 사라졌나니
구름에 달 지나가듯 시원스레 내 마음을 씻어준 것은
매끈하게 감동스런 6개의 문짝이었다.
한 폭의 민화를 구경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회화성이 돋보이는 고색창연함에
지나치게 매끈하거나 세련되어 뵈지 않는 어수룩의 미덕까지 갖추고
일말의 조작이나 섣부른 복원의 때가 한 조각도 묻지 않은...
한 폭의 모란도.
한 폭의 장생도.
은은하게 펼쳐지는 연화세계.
부처가 깨달음을 얻고 법문을 설할 때 하늘에서 꽃비가 내렸나니
수직으로 하강하는 꽃들의 잔치는 여전히 생생하고 아름답게 화엄을 펼치고 있다.
나무에 앉아 노래하는 새
구름 사이로 승천하는 용
연화세상을 날고 있는 새
연못 가득한 연꽃 사이에서 먹이 찾는 두루미
연잎에 올라앉은 동자
물 속의 물고기
기어가는 게
문창살 틈에 끼어있는 이야기를 하나씩 헤집으며 찾다보니
누군가 나의 귓볼을 살짝이 잡고 부드럽게 귓속을 후벼주는 것만 같아서
눈이 감길 듯 이상한 세계로 빠질 듯
햇살 좋은 날 나른한 오후 볕을 이불삼아
문창살 아래 엎드려 잠에 들면
참으로 행복한 세상에 잠시 다녀올 수 있을 성싶다.
연꽃줄기 손에 든 동자가 고요히 저어가는 연잎 배에 얻어 타고
저 아마득하고 재미나고 향기로운 세상으로 나들이 갈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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