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타워 속의 황룡사 목탑
경주타워 속의 황룡사 목탑
  • 이 달
  • 승인 2008.10.0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82m 타워를 관통하는 탑 모양의 터널 / 이달



[인터뷰365 이달] 경주에 갈 때 마다 들리는 곳이 황룡사지인데. 그곳에 머물때마다 하는 짓이 있다.

바로 저 목탑지의 심초석 앞에서 남산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냥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목탑의 자태를 상상하면서 바라본다.

물론. 심초석 위에 세워졌을 목탑의 모습을 제대로 상상하려면 한참 멀찍이 떨어져서 눈을 가늘게 떠야만 한다.

황룡사탑은 엄청난 거인탑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을 기울여도, 그 풍경이 실감나게 그려지지는 않는다.

나는 상상력이 아~~~주 풍부한 인간인데도 말이다.

그래서 도움을 구하려 국립경주박물관에 가본다.

거기에는 멋드러지게 꾸며 놓은 황룡사 복원모형이 있다.




저 찌끄만한 인물들의 크기로 짐작해 볼 적에. 황룡사 구층목탑은 어마어마어마한 탑임에 틀림이 없다.

천오백년 전에 지어진 건축을 얼마나 정확하게 복원했겠느냐고 공연한 트집을 잡으면 안된다.

학자들도 나름대로는 아주 열심히 공부를 하는 ^^ 사람들인지라

우리가 상상도 못하는 집착과 열정으로 디립다 연구를 하신다. 또 근거자료들도 제법 남아있다.


탑 복원에 신뢰를 할 수 없더라도 황룡사 전체 배치의 복원은 조금 더 정확하다

할 것이다.

초석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결코 불에 타지 않는 돌뎅이들 말이다.

더구나 황룡사지는 몽고군에 의해 완전 소실 될 때까지 고려 왕실에서도 중요 사찰로 관리하던 곳이고 그 자리가 늪지였던 탓에 상당량의 유물이 발굴되었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나라에도 일본과 같이 목조 유물들이 많이 남아 있다면.

우리문화를 사랑하는 숱한 답사객들이 석탑에만 그토록 열광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 역시, 돌뎅이가 아닌 목조, 청동 유물들에 더 관심을 가졌을런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남은 것은 그 수가 너무 적다.


황룡사 구층목탑의 원형을 보다 명확하게 짐작 가능케 한 것은 남산 탑골의

부처바위이다.

부처바위 북면에는 커다란 구층 탑이 새겨져 있는데

분명 그것이 황룡사의 목탑을 기록한 것이리라...고 학자들은 단정한다.

탑 양식의 변화와 역사 연대 추정 같은 걸 토탈하야 단정하는 것이니 아마도

믿을만 할 것이다.

그리고 실제 가서 보면 분명 그럴 것이라는 느낌이 있다.

설령 그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것과 아주 비슷한 방식의 탑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부처바위 북면에는 동서로 두 탑이 조각되어 있는데 서쪽의 7층 탑은 혹시 분황사 탑이 아닐까? 라고 생각해본다.

지금은 3층 밖에 남아있지 않지만 본디 분황사탑은 7층 내지는 9층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더구나 탑 아래에는 사자와 물개가 새겨있어 더욱 그런 느낌을 준다.


분황사에는 지금도 사자 한 쌍과 물개 한 쌍이 사방위를 지키고 있는데. 특이하게도 물개에게 조차 꼬리를 달아놓았다.

부처바위 물개도 마치 불꽃처럼 커다랗게 펼쳐진 꼬리를 달고 있다. 그래서 자꾸 그렇게 연관이 지어진다.

물론 황룡사에도 석수가 있었을지 모르지만 지금 남아있는 것은 분황사 뿐이니 말이다.

그리고 분황사는 어디까지나 황룡사를 수호하는 사찰의 임무를 띠고 지어진 절이다.


당연히 황룡사와 쌍으로 묶일만한 뭔가를 답습했으리라.... - 여기까지는 오로지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다. -


분황사탑을 보면 동편에 물개가 서편에 사자가 있는데 부처바위에도 동쪽에는 물개 서쪽에는 사자가 있다.

- 부처바위 동편 성수를 물개라고 보는 것도 어디까지나 나의 생각 ^^; -

분황사에서는 동북과 동남쪽에 물개가 있고, 서북과 서남 방에 사자가 있다.

부처바위는 평면에 두 마리가 마주보고 있다.



암튼. 그러한 상상을 즐기며 황룡사지에 머무는 것은 아주 즐거운 일이다.

그런데.

황룡사 목탑의 실체를 좀 더 정확하게 보여주는 물건이 드디어 경주에 등장하였다.

엑스포 공원에 지어진 일명 '경주타워'인데

이것 역시 아주아주 엄청나서 과연! 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누가 이런 멋진 아이디어를 내었는지 참으로 기특하여서 자료를 한참 뒤졌다.

경주출신의 건축가 이종수 씨가 설계하였다 한다.

타워 옆에 지어진 건물을 비롯하여 드 넓은 마당의 조경 또한 모두 의미가 부여된 것들이다.

주작대로와 계림과 안압지 포석정을 축소하여 배치하였고 육부촌까지 꾸며 놓았다.

타워 옆의 전시관 지붕이 동그란 것은 탄생설화를 형상화 한 것이라 한다...는데 이건 좀 깬다.

꼭 그렇게 알모양으로 들이대야 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래도 전시관 외벽의 56개 유리 분할은 신라 역대 왕들의 재위 순서와 기간에 맞추어 계산된

나름 참신한 디자인이다.



하지만 가장 훌륭은 것은 역시 메인건물인 경주타워이다.

높이가 장장 82m에 달한다. 아파트 30층 높이이다.

그러니까 황룡사 구층목탑의 실제 높이는 225척. 81m로 추정된다.

타워의 외관은 전체 유리로 되어있다. 꼭대기 층은 전망대인데 45초면 엘리베이터로 고속승천 할 수 있다.


이 얼마나 멋진가!

440억을 투자하여 2년 반 동안 공사한 경주시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그리고 경주출신 건축가 이종수 씨에게도.

나는 옛것을 유난히 사랑하지만은 이런 것도 꼭 필요하다고 본다.

제대로 만든 것이라면 말이다.

82m 높이의 타워를 관통하는 탑모양의 터널. 정말 근사하다.

아니, 속이 후련하다.

늘 머리 속으로만 맴맴 상상하던 황룡사탑을 이렇게라도 느껴볼 수 있으니 말이다.









기사 뒷 이야기가 궁금하세요? 인터뷰365 편집실 블로그

이 달
이 달
press@interview365.com
다른기사 보기


  • 서울특별시 구로구 신도림로19길 124 801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737
  • 등록일 : 2009-01-08
  • 창간일 : 2007-02-20
  • 명칭 : (주)인터뷰365
  • 제호 :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명예발행인 : 안성기
  • 발행인·편집인 : 김두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문희
  • 대표전화 : 02-6082-2221
  • 팩스 : 02-2637-2221
  • 인터뷰365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interview365.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