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 정철의 장원급제 답안지
송강 정철의 장원급제 답안지
  • 김두호
  • 승인 2008.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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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올바른 리더십에 관한 명답 / 김두호


[인터뷰365 김두호] 곧 입시 시즌이 돌아온다. 각종 국가 공무원 고시와 기업체 채용 시험도 연말부터 연초에 많이 실시된다. 인재의 등용문이 된 옛날 과거시험의 문제나 모범 답안지는 어떤 내용이었을까? 수험을 앞둔 네티즌들이 잠시 머리를 식혀 가도록 고사(故事) 한 토막을 소개한다.


1562년 조선시대 명종 17년에 별시문과 시험이 시행됐다. 별시문과는 나라에서 인재를 뽑기 위해 치르는 과거시험.

출제된 문제는 “어떻게 하면 선비사회의 풍습이 아름다워지고, 인심이 바르게 되고, 풍속이 돈후해지고, 염치가 행해지고, 다스리는 도가 성대해져 옛날의 융성한 시대와 어울릴 수 있게 되어 군사의 책임을 저버리지 않겠는가? 이 시대의 어려움을 보고 분명히 의분에 북받쳐 한탄스럽게 말할 것이 있을테니 하나도 숨김없이 진술토록 하라”였다. 이를테면 왕의 올바른 리더십에 대한 문제가 출제 된 것이다.

이 시험에 응시해 최고 점수로 장원급제한 송강 정철(‘관동별곡’ ‘성산별곡’ 등 많은 작품을 남긴 가사문학의 대가)의 답안지는 다음과 같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전하께서는 학문을 강구하시어 마음을 바르게 하고, 마음을 바르게 하여 정치를 하시며, 강직하고 명민한 사람을 취하여 보좌하게 하시고, 돈후하고 염치 있는 사람을 표창하여 풍속을 장려하시고, 글재주를 중히 여겨 기량과 식견을 소홀히 하지 마옵소서. 그러면 지조와 절개가 있고 의기에 넘치는 선비들이 조정에 줄지어 모여들어 성군의 밝은 덕교(도덕으로서 사람을 착하게 인도하는 가르침)의 근본을 돈독히 하는 것을 돕고, 군사께서 인도하여 통솔하시는 교화를 베푸는 것을 협력할 것입니다.

이리하여 인심이 바르게 되고, 풍속이 돈후하게 되며, 염치의 도가 자연히 행해지고, 탐욕을 부리는 풍조가 자연히 사라질 것입니다. 크게는 조정 백간, 작게는 지방 감사나 수령, 멀리는 바다 끝 창생(온세상의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똑같이 착한 마음을 일으키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네 가지 폐단의 결과가 비록 달리 나타나는 것 같지만 그 근본은 사습(선비의 풍습)을 바르게 하는데 달려 있고, 사습을 바르게 하는 것은 비록 방법이 많을 것 같으나 근본은 전하의 마음에 달려 있습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전하께서는 이 도를 아는 참된 선비를 널리 찾아 곁에 두시고 의리의 학문을 강구하여 밝히고, 성현의 말씀을 탐구하고 토론하며, 이치를 날로 더욱 밝히고, 의리를 날로 정밀하게 하고, 잡고 지키기를 더욱 굳게 하고 넓혀서 충실하게 하기를 날로 더하옵소서.

그러면 전하의 학문을 밝다고 일컬을 수 있으며, 융성한 옛 시대의 정치와 더불어 아름다움과 짝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지키는 바는 간략하되, 미치는 바는 없다는 것입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전하께서는 깊이 생각하옵소서.


위의 내용은 ‘명문명답으로 읽는 조선과거실록’을 참조한 것이다. 표현 방법과 왕조시대의 사회 인식에 다소의 차이점이 따르지만 현대 사회의 지도자가 갖추어야할 덕목에 대한 질문이 나온다 해도 정철의 답안지 내용은 교본이 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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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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