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이달] 장항리의 폐사지를 찾아가니, 물길 건너 저 편에 님 기다리는 탑 하나
기다리는 그 님이 혹시나 나인 것 같아 급한 걸음으로 건너 갔더니 키 작은 여인네가 옆자리에
서있네 ^^
행여나 매서운 질투를 받을까봐 동탑에게 먼저 가 인사를 했다. 몸돌은 전부 어디에 감췄는지 한층 위로 지붕돌만 층층이 다섯 개.
원래부터 그랬던 듯 시침떼는 이유는? 아, 혹시 서방님 술 받아 드리느라 하나씩 팔아 넘겼나?
어디서 경망한 소리 지껄이느냐! 누군가 소리를 지른 듯하여, 옆걸음으로 탑을 비껴 뒷자리를 보았더니 흐흥~ 사자 한마리가
시건방떠는 나를 혼내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래? 그렇다면 도전을 받아주지. 나도, 왕년에 한가닥 한 몸이야~ 각오하라구우~
그런데 가까이 와서 보니 하핫! 귀여워서 못 때리겠네?
넌, 누구냐! 누군데 그런 방정맞은 포즈로 덤벼~덤벼~ 하는 거냐!
진짜로. 어느 님의 표현대로 덤벼~ 다 덤벼~ 하고 있는 사자 한마리.
도대체 뭘 지키겠다고 이 난리를 치는 건지...
어쭈~? 얘도 눈을 부릅뜨고 꼬나보는데? 근데 입은 왜 그렇게 옆으로 주왁 찢어지셨어?
너, 원래는 우아한 꽃잎파리 아니었니?
도대체 얘네들이 왜 하나같이 이렇게 독이 올랐을까...
아무리 돌아봐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어 가운데 자리를 보았더니.
쩌억 벌어진 그 자리에 계셔야 할 분이 안 계신다.
대좌에 올라 계실 주인이 안 계시니 요것들이 뿔딱지가 났나부다.
어쩌겠냐, 도저히 여기 모셔둘 수 없어서 안전한 지대로 피신 시킨 것을. 너희들도 박물관 뜰에
따라 갈래?
후훗, 그건 싫은가 보다 대답이 없는 걸 보니. 그래 본래 내 자리가 좋은 법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 해.
당신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햇빛 속에 졸고 계신 두 분에게 물었더니 이분들도 답이 없다...
마른 이끼만 번지고 있구나 주인없는 대좌에는.
참으로 현란한 조각 솜씨다. 어쩌면 돌덩이에다가 저런 짓을 해놨을까.
괴물 입에 걸린 손잡이를 잡고서 두들기면 안에서 누가 문을 열어 줄 것만 같다.
근데 저 잔뜩 멋부린 인왕상들이 곱게 들여보내 줄지가 의심스럽군.
노스님의 호통 같기도, 불상 앞에 놓인 목탁 같기도,
음,,, 입 아프겠다.
기단부도 사라지고 몸돌도 사라지고 지붕돌도 깨지고 부서지고 뭉개진 채로
땅 속에 다리를 파묻고 있는 동탑이 멋진 스카이라인을 뽐낸다.
그래, 너는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처음에는 쌍으로 서 있었을 짝을 잃어
너는 시선 둘 곳 없이 먼 하늘만 바라보는가.
삶과 죽음의 길이 여기 있으매 나는 간다는 말도 못 다 이르고 어찌 가는가
어느 가을 이른 바람에 여기저기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한 가지에 나고서도 가는 곳을 모르는구나!
사천왕사에서 월명대사가 불어주던 피리소리는 여기까지 들렸을라나...
달밤의 빛을 타고 분명 들려왔겠지.
달빛이 아니어도 그림자 따라 다시 만날 수도 있다는 걸 알고도 있었겠지.
월명대사여, 햇빛 부신 그림자 속에서 탑과 탑이 포옹하는 걸
나는 봤다네. 당신은 당신의 누이를 만나 보았는지 궁금하오.
오늘날 대한민국 강남의 엘리트군단을 보는 것 같아
신라의 화랑들을 썩 어여삐 보는 것은 내 아니지만
늠름하게 떨치고 서서 존심을 드높이고 있는 모습은 화랑을 닮았다.
아름다운 청년 그대, 무얼 지키고 있는 거요. 어딜 바라고 있는 거요.
이 세상에는 시선 둘 곳이 없다는 걸 나도 아는데
그래도 한번만 좀 내려봐 주지?
어,어,,,, 눈동자가 잠깐 아래로 움직였는데? 봤나? 못 봤어?
쯧! 나는 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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