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주산 능선에 늘어선 가야고분들
고령 주산 능선에 늘어선 가야고분들
  • 이 달
  • 승인 2008.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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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야 도읍지, 고립된 문화의 흔적 / 이달



[인터뷰365 이 달] 낯선 길을 가는 것은 기분 좋은 흥분을 동반한다.

태어나 처음 가보는 땅, 고령을 찾아가는 길은 아름다운 구릉지대를 통과하여서 더욱 가슴 설레었다.

이 땅의 곳곳을 두루 다녔다고 생각하였지만 고령일대의 풍경은 정말 생소하고 매력적이었다.

파격적인 산세의 펼쳐짐을 빠르게 스쳐가며. 저 산자락 어느 곳에 기어들어 살았으면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줄곧 한다.

사람이 사는 모습이야 세상 어느 곳 어느 시대나 다를 것 없을 것이니

뭔가 바라는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저 그런 곳에 몸을 넣고 있으면 청량할 것 같다.



한낮에 도착한 고령에서 제일 먼저 만난 것은 한 쌍의 문인석이다.

글쎄 과연 이것을 문인석이라 할 수 있을 것인가... 처음 보는 생소한 문인석에 당황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곳은 옛 가야의 땅. 고립된 역사가 깊은 곳이다.

이런 문인석이 조선시대에 만들어졌다 해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며

아직도 이 고장의 사람들이 평야지대의 사람들과 사뭇 다른 조형감을 가지고 있다해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다.



고령은 가야연맹의 마지막 맹주국인 대가야의 도읍. 당연히 이곳에는 대가야 왕들의 능이 남아있다.

대가야박물관과 대가야왕릉전시관에는 토기류를 제외한 대부분의 유물이 모형이어서, 게다가 허술하기 짝이 없는 것들이어서 유심히 돌아 볼 기운조차 나지 않았지만 사실 고령에 가고 싶었던 이유는 주산 능선에 자리한 고분길을 걸어보고 싶었던 까닭이다.


기왕이면 눈이 내린 겨울날에 방문하고 싶었으나 어찌하여 한여름 떙볕에 찾아왔던가...너무나 너무나 더운 날.



하지만 땀내 배인 짜증은 20여분 오름 길에 금세 날아가버렸다.

주산 정상에 올라, 능선에 줄지어 누운 무덤들을 바라본다는 것은

기꺼이 삼십몇도를 오르내리는 한낮이라도 몇번이고 실행할 만한 일이었다.


도대체 왜. 산자락이 아닌 산 능선에 무덤을 만들었을꼬... 궁금한 마음이 계속 맴돌았지만.

이유야 상관없이 마음을 경건하게 만드는 이 곡선을 보고 있자면

저 멀리 보이는 산까지도 한달음에 달려갈 것만 같다.

주산의 고분들은 자꾸만 자꾸만 어딘가로 오르자고 나에게 재촉한다.

무덤들이 만들어 놓은 저 길 속으로 따라 들어가면 하늘도 아닌 땅도 아닌 어느 곳에 다다를 것만 같은데...



아, 하지만 날은 너무 더웠고 숨어있을 그늘도 하나 없어

얼음냉수를 들고 오지 않았음을 후회하고, 늦가을 어느 날에 오지 않았음을 후회하며

파란하늘 뭉게구름에 넋을 놓으며 오르던 길을 되짚어 내려온다.




친숙하고도 낯선 이름 가야를 느끼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어서, 가야는 나에게서 오히려 더 멀어졌다.

신라도 아니고 백제도 아닌 가야만의 문화색이 분명하다는 것이 예상했음에도 놀라웠고,

익숙하지 않은 것을 온전히 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고.


고대인들의 일상 역시 우리와 전혀 다르지 않았음이라...

정말 놀라운 것은 그것이다. 소유를 갈망하고 권력을 숭배하는 인간의 성질.

인간의 문명이 발달하였다는 것을 나는 인정하고 싶지 않다.

그저 다를 뿐이다. 아주 많이도 아니고 형태와 제도가 약간 다른 정도겠지...

주인의 무덤에 어린 딸과 함께 묻혀야 했던 남자의 마음은 우리의 예상을 벗어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실, 감동이 덜 하였던 것은 삭막한 박물관의 유물보다도 더위 탓이었을 것이다.

잠시 더위를 식혔다 가려고 함양의 상림에 들렸다. 아주 시원하고 멋진 숲이라고 칭송을 들었던지라...

그러나 홍수를 막기 위해 최치원이 조성하였다는 상림은 함양 사람들의 휴식처로 변모하였는지 돗자리 펴고 먹고 쉬는 사람들이 너무 바글대어서 도저히 휴식을 취할 수가 없었다.


뜨거운 햇살에 녹아내리는 연꽃잎을 쳐다보며 돌아 나왔다.

이 숲의 끝까지 가보기에는 너무 지쳐있었고 길이 너무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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