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덜도 말고, 이번 한가위 같지만 마라
더도 덜도 말고, 이번 한가위 같지만 마라
  • 김희준
  • 승인 2008.09.1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집이 실종된 추석 특집 프로그램 / 김희준



[인터뷰365 김희준] 한가위 휴가가 끝났다. 작년에 비해 절반도 못 미치는 짧은 기간이었다.

고향에 가서건 서울에 그냥 있건, 아무리 추석이라 해도 텔레비전을 끄고 지내는 사람들은 별반 없을 것이다. 특히 집안일을 거의 하지 않는 남자들은 제사를 지내고 상을 물리면 고스톱 아니면 와불처럼 옆으로 누워 텔레비전 보는 것이 주요 일과다.

각설하고, 이번 추석은 연휴기간이 짧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각 방송사마다 겨우 체면치레만 한 것 같다. 아마 토, 일요일이 끼어 더 그런 것 같다.

그런데, 차라리 주말에 하던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그냥 내보냈더라면 나았을 뻔했다. 추석 특집이라고 만든 프로그램들이 거개가 함량 미달이다.

매일 보던 그 얼굴들이 각양각색의 한복을 떨쳐 입고 나왔는데, 아이디어 빈곤의 특집들 가운데는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하거나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하는 것들도 눈에 띄었다.

생각나는 대로 적자면, <좋아서>는 도대체 뭣하러 만든 프로그램인지를 모르겠다. 총각 연예인들의 좋은 아빠 되기가 주제인 모양인데, 급조한 티가 역력해 보는 것이 힘겨웠다.

최강 동안을 뽑는 <동안선발대회>는 우승자의 전력 시비가 붙어 다시금 화제가 됐는데, 현란한 밸리댄스의 전문가를 굳이 우승자로 뽑아야 하는지, 또 하필 추석 때 최강 동안을 뽑는지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린이들이 나와 트로트를 부르는 프로그램도 불안했다. 아직 열 살도 되지 않은 아이가 생목을 꺾으며 트로트를 부르는 것을 보고 일제히 환호하는 어른 연예인들의 모습은 코미디에 가까웠다. 개중에는 물론 트로트를 유난히 잘 부르는 아이가 있을 것이다. 판소리나 민요를 잘하는 아이처럼 말이다. 하지만 어른 화장을 시키고 어른 창법을 가르쳐서 동요를 부를 나이의 아이들이 트로트를 부르는 것이, 추석 프로그램을 만들 만큼 의미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외에도 일반인의 장기자랑을 하는 프로그램에서, 들이대는 컨셉으로 유명한 여자연예인이 남자출연자에게 몸을 밀착해 춤을 추자 그 여자연예인을 밀치고 또다른 들이대기 전문 여자연예인이 춤을 추는 모습은 ‘19금(禁)’을 시키고 싶을 정도였다.

시청률 높은 오락프로그램의 재탕은 여전했다. <무한도전>은 제작진이 생각하는 성공작 ‘돈을 갖고 튀어라’를, <황금어장>은 ‘무릎팍도사 대 라디오스타’라는 간판을 달고 기존 방영분을 재편집해서 내보냈다. <해피투게더> 역시 ‘베스트 오브 베스트’라는 타이틀로 재탕됐다.

그 와중에 스타들의 스포츠댄스 도전을 다룬 <스타와 춤을>은 플로어에서 춤을 추기까지 스타들이 들인 노력과 땀이 보이는 몇 안되는 오락프로그램이었다.

영화를 보면 추석 단골 출연자 성룡이 올해도 어김없이 <러시아워 3>을 가지고 나왔고, 친척들과 점 100 고스톱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야심만만 서비스인 <타짜>도 방영됐다. 이외에 <마파도 2><권순분 여사 납치사건><이장과 군수> 등 주로 코믹한 영화들이 편성됐다. 생각은 단 일분도 하지 말고 감동은 기대도 말고 무조건 웃어라, 이것이 이번 추석 특집 영화 편성의 핵심이었다.

안 보면 그만이지, 왜 투덜대냐고?

고향 갈 차비도 없고 면목도 없고, 인적 뜸한 밖에 나가자니 창피한, 서울에 남은 삼십대 백수들에게 추석 연휴 삼일 동안 유일한 가족은 텔레비전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추석 특집 프로그램에 대해 할 말은 딱 이거다. ‘더도 덜도 말고 이번 한가위처럼은 두 번 다시 방송을 하지 마라.’







기사 뒷 이야기가 궁금하세요? 인터뷰365 편집실 블로그


김희준
김희준
press@interview365.com
다른기사 보기


  • 서울특별시 구로구 신도림로19길 124 801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737
  • 등록일 : 2009-01-08
  • 창간일 : 2007-02-20
  • 명칭 : (주)인터뷰365
  • 제호 :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명예발행인 : 안성기
  • 발행인·편집인 : 김두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문희
  • 대표전화 : 02-6082-2221
  • 팩스 : 02-2637-2221
  • 인터뷰365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interview365.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