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한국 자본, 기술로 만든 <장화홍련전>
최초의 한국 자본, 기술로 만든 <장화홍련전>
  • 김다인
  • 승인 2008.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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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의 <춘향전> 제작에 자극 받은 민족자본 / 김다인



[인터뷰365 김다인] <월하의 맹서> 이후 사람들이 완전한 형태의 영화에 차츰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자 이를 알아챈 일본인이 우리 고전극 <춘향전>을 만들었다.

황금관과 조선극장의 경영주이기도 했던 하세가와는 <춘향전>은 일본인인 자신이 제작해도 관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해 1923년 동아문화협회라는 영화사를 설립하고 첫 작품으로 <춘향전>을 제작했다. 하세가와는 고주(孤舟)라는 국적 불명의 호를 써서 자신이 직접 각색과 감독도 맡았다.

이도령 역은 미남변사 김도성, 춘향 역은 기생 한룡이 맡았는데 허접했지만 선남선녀가 한복을 입고 등장하는 것이 시선을 끌어 흥행에는 성공했다.

일본인이 우리 고전으로 영화를 만들자 이에 자극을 받은 우리 예술인들은 단성사주 박승필을 중심으로 뭉쳐 단성사에 촬영부를 신설했다. 여기서 만든 첫 영화가 1924년작 <장화홍련전>이다. 최초로 한국인의 자본, 기술, 출연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변사 출신 김영환이 각본을 맡고, 박정현 감독, 이필우 촬영. 장화와 홍련에는 소리꾼 김옥희, 김설자. 편집과 자막은 김학진 등이었다. 촬영기재는 일본인에게 빌려서 썼다.

<장화홍련전> 개봉에 즈음해 매일신보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린다.

‘고심끝에 순수한 조선영화극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약 두 시간에 걸쳐 상영중 모두 입을 모아 감탄했다. 약간의 험질이 없는 바 아니오 비록 영화 스케일이 웅대하지는 못하였으나 사진 전편을 통하여 조금도 무리가 없더라-매일신보 1924. 8.19

1924년 9월 단성사에서 개봉한 <장화홍련전>은 여름 의상에 겨울 침구가 사용되는 등 허점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성공, 나운규 등이 탄생할 민족영화적 토양을 만들었다.

한편, 영화의 상업성을 일찌감치 내다본 일본 자본은 부산을 근거지로 1924년 조선키네마주식회사 설립, 일본에서 기술자들 초빙해서 왕필렬의 각본, 감독으로 첫 작품 <해의 비곡>을 만들었다. 주인공은 주삼손이라는 한국 예명의 일본 배우였는데 이후 <장한몽> 등 우리 영화에도 많이 출연했다.

당시 조선키네마에는 영화 한 편 제작비와 맞먹는 3천5백원짜리 프랑스제 촬영기재 발보를 갖추고 있었으며 초빙해온 일인 기술자 월급은 120원, 당시 도지사 월급과 대등한 액수였다.

<해의 비곡>은 불륜을 다룬 내용으로, 매일신보 등은 ‘치졸한 치정극’이라 혹평했음에도 흥행에 성공해 3천원의 흑자를 냈다.

이 영화로 조선 2호 여배우 이채전이 데뷔했다. 이채전은 서울 태생으로 일찍 결혼해 학교 선생을 하던 중 우연히 조선키네마에 입사했다. 미모가 출중하고, 은구슬 목소리에 배운 여성이어서 삽시간에 스타가 돼 이미 스타가 된 이월화와 어깨를 겨뤘다. 하지만 <해의 비곡> 이후 감독 왕필렬과의 스캔들에 휩싸여 별로 활약을 하지 못하고 영화계에서 사라졌다.



조선키네마에는 <월하의 맹서> 만든 윤백남도 입사, <운영전> 만들기로 했다. 윤백남은 당시 인기 절정이었던 이월화나 이채전 대신 신인 여배우를 주인공으로 쓰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윤백남을 눈엣가시로 여긴 왕필렬은 일본 수출 염두에 두고 스타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윤백남의 뜻대로 신인 여배우 김우연을 발굴해서 촬영 시작했는데 윤백남의 여관에 김우연이 드나든 것을 본 매일신보 기자의 기사로 스캔들이 퍼졌다. 윤백남은 나이어린 우연에게 심부름을 시키려 부른 것뿐이라 해명했고, 우여곡절 끝에 촬영을 마쳤으나 일본 수출은 고사하고 2천원의 적자를 봤다. 이에 윤백남은 이경손 등 제자들을 데리고 서울로 떠났고, 회사 내분까지 겹친 조선키네마는 결국 4회 작품 내놓고 망해버렸다.

일본인 자본으로 만든 실패작 <운영전>이 중요하게 언급되는 이유는 이 영화를 통해 개화기 민족영화의 자존심인 나윤규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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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인

영화평론가. 인쇄매체의 전성기이던 8,90년대에 영화전문지 스크린과 프리미어 편집장을 지냈으며, 굿데이신문 엔터테인먼트부장, 사회부장, LA특파원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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