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과 힙합이 난장판을 벌인다 ①
록과 힙합이 난장판을 벌인다 ①
  • 이근형
  • 승인 2008.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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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프 비즈킷의 Break Stuff / 이근형



질문 : 랩 메탈 밴드에게 힙합이란?


[인터뷰365 이근형] 미국의 대표적인 하드 록밴드 에어로스미스와, 뉴욕 출신의 3인조 힙합 그룹 런 DMC가 서로 힘을 합쳐 노래를 만든 지 벌써 22년 정도 지났다. 이들이 없었더라면 애초부터 뉴 메탈이나 랩 메탈이라고 불리는 하이브리드 장르는 정식적으로 음악계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을 것이며, 그들이 없었다고 가정한다면 우리가 지금 듣고 있는 몇몇의 록음악은 아마 지구상의 음악이 아니라 어디 우주 저편에서 생겨난 정체불명의 사운드였을지도 모르겠다.


런 DMC와 에어로스미스의 콜래보레이션은 사실 약속된 플레이는 아니었다. 바로 런 DMC의 주요 멤버인 DJ 런, 그리고 DMC의 평소에 가지고 있던 음악적 진보적인 생각(힙합을 뛰어넘어 타 장르에도 관대한 성향을 보이는 것), 그리고 런 DMC의 1집 Run-D.M.C.를 프로듀싱 해주면서 이들에게 ‘힙합과 록의 접합’을 시도하게 해줬던 선구자 프로듀서 래리 스미스(Larry Smith)가 있었기에 과감하게 힙합과 록이 섞여진 것이다.


누군가의 계시에 의해서, 그리고 랩 메탈이 지구상에 등장한다고 약속된 가정 하에 나온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원래 힙합 아티스트라는 자들 자체가 상당히 능글맞으면서 개방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뉴욕의 길거리에서 힙합을 들고 나온 런 DMC는 과감하게 에어로스미스에게 합동 세션을 시도했고, 그것은 대중음악계의 한 역사가 되었다. 사실 무언가 혁신적인 음악을 해보고자 런 DMC가 1집 수록곡 Rock Box에서 기타리스트 에디 마르티네스를 섭외해보고, 2집은 아예 제목을 ‘록의 제왕 (King Of Rock)' 이라 칭해놓고 힙합 트랙에다가 록 사운드를 삽입하는 식의 ’장난‘을 친 것뿐인데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3집 Raising Hell의 노래 Walk This Way에서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 랩 메탈의 꽃.


에어로스미스의 원곡 Walk This Way를 런 DMC가 힙합 스타일로 몇몇 구절을 바꿔놓고, 거기다가 이 곡의 본 주인인 에어로스미스를 피처링으로 붙여놓는 호기까지 부리며, Walk This Way를 힙합과 록의 신나는 한바탕 잔치로 재탄생 시켰다. 이 곡의 뮤직비디오에서도 역시나 런 DMC가 주인공이다. 에어로스미스가 Walk This Way를 연주하려다가, 옆방에서 그 노래에 맞춰 제멋대로 랩핑을 붙이는 런 DMC를 알아채고는, 에어로스미스 보컬 스티븐 타일러가 광분하여 벽을 부수고 그들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게 전체적인 스토리다. 그리고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록밴드와 힙합 그룹의 세션’ 이 뮤직비디오를 장식한다.



Walk This Way를 라이브 할 때에도, 런 DMC와 에어로스미스는 한 무대 위에서 서로의 역할에 충실하며 탄탄한 팀워크의 세션을 들려줬다. 관객들은 거기서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텔레비전에서 보던 그 장면, 즉 에어로스미스와 런 DMC가 합동 연주하는 것을 실제로 보고 말이다. 가뜩이나 Walk This Way 뮤직비디오는 MTV 등 음악 채널로 전세계에 전파되면서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는데, 그것을 진짜 라이브 무대에서 볼 수 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은 것이다. 지금 우리 세대는 Walk This Way 라이브를 보면 별로 흥분되거나 하지 않는데 말이다. 오히려 “런 DMC와 에어로스미스의 합동 세션이 좀 허술하다. 불협화음 같다” 라며 혹평을 던지지 않는 것이 다행일 뿐이다.


Walk This Way는 힙합, 랩 트랙 최초로 빌보드 차트 상위권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고, 현대 흑인 음악의 대명사인 힙합이 메이저 무대에서도 파워가 강하다는 것을 바로 이 곡이 증명케 했다. 이렇게 되면서 록음악의 기본적인 형태에다가 보컬이 랩을 하는 랩 록, 랩 메탈의 기조가 마련되었다. 물론 Walk This Way가 랩 메탈의 모든 것을 깨우쳐준 성경 같은 존재는 아니다. 이미 1980년대 초부터 미국 서부의 레드 핫 칠리 페퍼스를 비롯한 여러 언더그라운드 밴드가 펑크 메탈(Funk metal) 이라는 이름 하에 비슷한 유의 음악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왜 우리가 런 DMC를 선구자(pioneer) 라고 부르는가. 힙합과 록의 장벽을 깨부수고, 랩 메탈의 근저를 마련한 동시에 상업적 성공을 이뤘기 때문이다. 3집 Raising Hell이 랩 메탈의 교과서라고 불리며, Walk This Way는 그것을 증명해주는 대목이다. 랩 메탈을 메이저로 올려보냈기 때문에 사실상 런 DMC를 ‘랩 메탈의 아버지’ 라 불러도 상관없다.


그래서 랩 메탈 밴드 및 그들의 음악을 즐겨 듣는 이들에게 진지하게 묻고 싶다. 모 오락 프로그램에서 어느 MC가 게스트들에게 짓궂게 질문하는 식으로 말이다. “랩 메탈 밴드에게 힙합이란?” 그럼 당연히 이런 말이 나와야 한다. “힙합은 랩 메탈에게 있어서 자양분이자, 창작의 어머니이자, 그 존재의 이유다.”라고 말이다. 랩 메탈 밴드들이 툭하면 힙합 아티스트와 콜래보레이션을 가지려 하고, 그것들을 증명해주는 것이 랩 메탈 밴드의 앨범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피처링 표기, 그리고 라이브 무대에서 랩 메탈 밴드와 힙합퍼들간의 우정을 과시하는 모습 등에서 앞서 언급한 대답이 증명된다.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이 해체 직전 마지막 무대를 가질 때 사이프레스 힐(Cypress Hill)을 초청했으며, 림프 비즈킷은 자기네들의 뮤직비디오에다가 세계적인 힙합 아티스트들을 대거 출연시켰다. 바로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림프 비즈킷의 Break Stuff 뮤직비디오다.




힙합을 빼놓고 도저히 논할 수 없는 그들의 음악


누구나 다 아는 사실 하나. 지금의 림프 비즈킷을 키운 선배격 밴드인 콘 (Korn) 의 음악은 도대체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헤비메탈 같은 과격한 음악에서? 물론 그 말도 정답이지만, 힙합을 전반적으로 언급해야 옳을 것이다. 콘은 사람의 말초 신경을 건드리는 극단적인 음악인 하드코어를 하기 위해, 그리고 콘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LAPD의 성향이 펑크 메탈이라는 점에서 보았을 때, 그들의 음악의 근저는 힙합이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그러니까 림프 비즈킷이 콘의 손에서 태어났듯이, 그들에게 있어서 힙합은 림프 비즈킷 자기네들만의 노래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꼭 섞어야 하는 필수적인 요소라는 말이다.


림프 비즈킷은 1997년 1집 Three Dollar Bill Y'All을 통해 어두침침하고 과격한 랩 메탈을 선보였다. 근데 아쉬운 점은 이 앨범에서 힙합적 바운스를 느낄 수 있는 노래가 몇 안되었다는 것이다. 하드코어에 좀 더 심혈을 기울였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분명 성공적인 데뷔작으로 기억되었지만, 많이 상업적이진 않았다. 그래서 림프 비즈킷은 2집에서 각성했다. 팀의 프론트맨인 프레드 더스트는 그동안 언더그라운드 무대와 여러 라이브를 거치며 통성명한 힙합 아티스트들을 대거 불러들였고, 그 힙합 아티스트들은 림프 비즈킷의 2집을 만드는데 큰 공헌을 했다. 물론 프레드 더스트가 자기네들의 소속사인 인터스코프 레코즈의 간부 인사로 취임되면서, 그의 네임 밸류가 높아져 세계적 힙합 아티스트들을 손쉽게 모을 수 있었다는 것을 빼놓아서는 안된다.


림프 비즈킷은 2집 Significant Other에서 여러 힙합 아티스트들을 섭외했는데, 직접 녹음에 참여한 아티스트와 뮤직비디오에서 모습을 드러내 한 구절씩 불러준 아티스트들을 모은다면 힙합 마니아들에게는 정말 눈이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닥터 드레 (Dr. Dre), DJ 프리미어, 메소드 맨, 그리고 그 유명한 에미넴까지 동원되었다. 이들은 림프 비즈킷이 조금 더 랩 메탈에 가까워지게 하기 위해서, 그리고 림프 비즈킷을 완전 상업적인 밴드로 만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펼쳤다. 힙합 특유의 끈적이는 터치와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바운스 리듬, 그리고 랩핑의 생명인 가사 라임(Rhyme)까지 그 모든 곳에 아낌없는 지원을 해줬다. 사실 이 Significant Other 앨범의 대표적인 프로듀서는 테리 데이트, 스캇 와일랜드(스톤 템플 파일럿츠의 멤버) 이지만, 분명한 것은 힙합 아티스트 DJ 프리미어가 프로듀서 리스트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며 가장 많은 영향력을 끼친 것이겠다.


피처링 및 프로듀싱 해주는 것들 하나하나가 다 명품이 되는, 힙합계의 살아있는 미다스의 손 DJ 프리미어의 힘이 림프 비즈킷을 세계적인 밴드로 만들어 놓았다. 2번 트랙 Just Like This에서부터 Nookie, 이 글에서 다루는 노래 Break Stuff, Re-Arranged까지 이어지는 숨막히는 익사이팅 레이스가 바로 DJ 프리미어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힙합 트랙의 일반적인 형태처럼 특별한 끝맺음 없이 그냥 하나로 이어지는 트랙들의 구성도, 그리고 일정한 스타카토를 찍어내며 청자의 귀를 꾹꾹 누르는 (마치 랩퍼가 쉴새없이 랩을 던지는 듯한) 멜로디를 예로 들 수 있다. 거기에 아예 대놓고 10번 트랙에다가 힙합 노래 N 2 Gether Now까지 넣어버렸으니, 말 다했다.


결국 힙합 아티스트의 지원에 의해 림프 비즈킷은 Nookie를 빌보드 모던 록 차트 3위로 올려놓고, N 2 Gether Now를 랩 싱글 차트에서 17위까지 끌어올리는 등 대단한 성적을 거두며 1999년을 완전히 그들의 해로 장식해놨다. 지금까지도 림프 비즈킷의 노래를 언급할 때, 바로 2집 Significant Other를 대표적으로 논하는 정도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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