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터너티브 록계의 클래식 라디오헤드의 No Surprises
얼터너티브 록계의 클래식 라디오헤드의 No Surprises
  • 이근형
  • 승인 2008.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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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의 노래냐, 러브송이냐 / 이근형



[인터뷰365 이근형]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 인기 상한가를 달리고 있는 김C는 얼터너티브 록을 하는 록가수다. 그러므로 그는 라디오헤드(Radiohead)라는 ‘얼터너티브 록계의 클래식’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 중 하나다. 그가 이끄는 밴드인 ‘뜨거운 감자’의 노래 <봄바람 따라간 여인>은 라디오헤드 1집 Pablo Honey의 수록곡 Blow Out과 구조가 비슷하다고 해서 표절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김C는 스스로 “나는 라디오헤드의 No Surprises라는 곡을 제일 좋아한다”고 밝혀왔다. 김C의 이러한 라디오헤드의 기호, 그리고 No Surprises라는 곡을 좋아한다고 밝히면서 덩달아 No Surprises는 뜨거운 관심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김C뿐만 아니라, 영국 모던 록을 비롯하여 전체적으로 록음악을 좋아하는 마니아들도 라디오헤드의 베스트 곡을 뽑을 때,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아는 Creep과 더불어 No Surprises에 표를 많이 던져주는 편이다. No Surprises는 한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강력한 훅의 멜로디, 그리고 라디오헤드 특유의 우울함과 침체됨이 잘 조화를 이루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노래다. 게다가 너무 곡의 전개가 드라마틱하고 제목에서 느껴져오는 부드러운 뉘앙스(놀라지 말 것, 그 어떤 놀람도 없이 등등으로 해석되는...) 때문에 이 곡이 라디오헤드의 소프트 트랙으로 대부분 알려져 있는 바다.


하지만 라디오헤드의 No Surprises를 두고 말이 많은 편이다. 한쪽에서는 사랑하는 연인들을 위한 노래로, 가사를 단지 비유적으로 작성했기 때문에 어렵게 느껴지는 ‘러브송’ 이라고 해석하는 편이 있고, 또 한쪽에서는 ‘음독 자살을 노래하는 우울한 곡’ 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이 두 주장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으며, 각자의 편에서 각각의 마땅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논쟁이 붙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사를 비유적으로 썼다고 치자면 이 곡은 톰 요크가 지어낸 천재적인 러브송이 되는 것이겠고, 우리가 겉으로 해석했을 때처럼 느껴지는 그 특유의 ‘자아비판적이고 염세적인’ 뉘앙스를 생각해볼 때엔 이 곡은 자살을 노래하는 것이다. 과연 누구의 말이 정답일까.




알 수 없는 앨범 재킷과 심오한 뮤직비디오


먼저 No Surprises에 대한 간단한 프로필을 적겠다. 이 곡은 주지하다시피 라디오헤드의 1997년 3집 OK Computer에 수록된 곡으로 앨범의 10번 트랙을 장식하고 있다. OK 컴퓨터가 나온 지 1년 후인 1998년에 싱글 커트 되었으며, Palo Alto 등 라디오헤드가 정식적으로 내놓지 않은 B사이드 곡들과 함께 싱글로 나와 영국 차트에서 최종 4위를 기록했다. 이 곡은 청아한 실로폰 연주와 섬세한 일렉트릭 기타 연주, 그리고 보컬 톰 요크의 무감각적인 보컬이 합세하며 듣는 이로 하여금 고요 속에 빠지게 하는 특성을 지녔다.


No Surprises의 탄생 배경에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있다. 먼저 제일 유력한 것은, 톰 요크의 개인적인 실화에 근거를 두었다는 것이다. 이 노래의 싱글 앨범 재킷을 보면 난데없이 파란색 자동차가 등장하는데, 여기에 바로 초점을 맞춰야 한다. 톰 요크에게는 막역한 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그는 자기가 몰던 파란색 자동차를 세워놓고 모든 창문을 잠근 다음 차 안에 가스를 틀어놓고 음독 자살을 했다고 한다. 톰 요크는 막역한 친구가 차량 음독 자살을 한 것에 대해 굉장한 충격을 받았고, 결국 그 슬픈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No Surprises의 가사를 써내려 갔다는 것이다. 이 설이 가장 유력한 No Surprises의 탄생 설화이며, 라디오헤드 팬들을 비롯한 많은 소비자들이 인정하고 있는 중론이다.


하지만 톰 요크는 일전에 어느 인터뷰에서 “No Surprises는 자살을 노래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고 한다. 그래서 No Surprises를 자살 노래로만 알고 있던 팬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노래가 자살을 그린 것이라는 주장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것은 바로 가사다.


a job that's slowly kills you (너를 서서히 조여오는 책임)

bruises that won't heal (치유되지 못할 상처들)

you look so tired and unhappy (너는 너무나 지치고 불행해 보여)

I'll take a quiet life (난 조용한 삶을 살게 될 거야.)

a handshake with carbon monoxide (일산화물과의 접촉)

no alarms and no surprises (그 어떤 불안이나 놀라움도 없기를)

silent (고요하기를...)


No Surprises의 주요 가사를 뽑아봤다. 이 가사를 보면 누구든 이 곡이 자살을 은밀히 암시하는 것임을 눈치챌 수 있다. 톰 요크의 막역한 친구가 차량 음독자살을 했다는 이야기, 그리고 자살이라는데 초점을 맞추면 정확하게 들어맞는 가사 등이 ‘자살을 노래한 것’ 임을 강력하게 뒷받침 해주고 있다. 게다가 이 곡의 뮤직비디오도 이 주장에 쐐기를 박는 역할을 한다. 보컬 톰 요크가 사람 머리 하나 들어갈 정도의 수조 안에 머리를 집어넣고 있다. 그리고 무감각한 표정으로 No Surprises를 노래하고 있는데, 점점 아래서부터 물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금방 톰 요크의 턱을 적시더니, 종국에 가서는 아예 톰 요크가 물속에 푹 잠겨있는 모양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섬뜩하게 만드는 뮤직비디오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톰 요크는 이것을 두고, 원래 사랑에 대한 가사가 하나 있었는데 비유적으로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서 일부러 어렵게 바꾼 두 번째 버전을 정식 녹음했다고 주장했다. 출처를 자세히 알 수 없는, 톰 요크의 ‘No Surprises가 자살이 아님을 증명하는 언급’과 함께 뭉쳐서 자살을 노래한 것이라는 단체에 정확하게 대립하고 있다. 라디오헤드 기타리스트 조니 그린우드 또한 이 곡은 다양한 주제를 가졌다면서 자살 노래에 대한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No Surprises를 두고 자살을 노래한 것이라고 이해해도 무난하다고 다독이는 것이 팬들의 견해다. 결과는 났다.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각자 열린 결말 내지는 다양한 뉘앙스를 찾으면 되는 것이다.



부시 정부 반대 노래로, 그리고 라디오헤드의 클래식으로


라디오헤드는 이 곡을 만든 후, 처음으로 공개해준 사람이 바로 미국의 대표적 얼터너티브 록그룹 알이엠 (REM) 의 보컬 마이클 스타이프다. 마이클 스타이프는 라디오헤드가 갓 만들어낸 No Surprises를 듣고 굉장히 흡족했다며 전해지며, 이후 이 노래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마이클 스타이프뿐만 아니라 라디오헤드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의 주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했다.


이 곡은 정말 다양한 곳에, 다양한 아티스트에, 그리고 다양한 목적으로 쓰였다. 먼저 이 곡의 가사 중에 "Bring down the government (정부를 끌어내리자, 정부를 와해시키자)“라는 대목 때문에, 미국의 조지 W 부시 정권을 비판하는 하나의 캠페인 송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2003년, 앞서 언급한 알이엠의 마이클 스타이프가 앞장서서 이 곡을 부르며 전쟁을 일삼는 보수적이고 융통성 없는 공화당 및 부시 정권에 대해 강한 일갈을 했다. 사실 No Surprises는 정치적인 메시지를 찾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지만, 부시 정권을 축출하자는 내용으로 해석하자면 또 어떻게든 들어맞는 성질을 가지고 있으니 참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단순히 실로폰, 일렉트릭 기타, 드럼, 그리고 보컬로만 이뤄진 No Surprises를 많은 아티스트들, 특히 포크 록 아티스트들이 지금까지 애용해오고 있다. 미국 출신의 포크 록 원맨 밴드 아이언앤와이어(Iron & Wire) 가 이 곡을 불렀으며, 미국 어반 포크 밴드 마운틴 고츠(The Mountain Goats) 또한 이 곡을 부르며 많은 화제를 낳았다. 아일랜드의 포크 스타 루카 블룸(Luka Bloom) 은 2000년 스튜디오 앨범 Keeper Of The Flame에 이 곡을 리메이크하여 삽입했다. 이외에도 다양한 포크 록 아티스트들이 No Surprises를 부르며 청중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세계적인 록그룹 라디오헤드의 힘이 아닐 수 없다.


라디오헤드가 No Surprises를 라이브로 연주하면 팬들은 톰 요크가 이 노래의 가사를 무표정으로 부르는 것에 희열감을 느낀다. 이 노래의 인트로 부분인 실로폰 연주가 나오는 순간부터 객석은 흥분의 도가니로 빠지곤 한다. 높이 올라가는 부분도 없고, 멜로디가 단순하면서도 탄탄하니 라디오헤드의 곡을 연주하는 많은 아마추어들에게 좋은 교과서가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결국 이 곡은 라디오헤드가 결코 Creep이라는 불후의 명곡으로만 평가되서는 안된다는 절대적 위치에 서있다는 증거다. 전체적으로 터프한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강한 OK Computer 앨범에서 중간에 듣는 이를 쉬어가게 해주는 쉼터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정치적 캠페인 송 같이 다양한 장소에서 애용되는 점에서 보았을 때, 라디오헤드의 클래식 중 하나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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