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과 70대 노인의 전쟁
20대 여성과 70대 노인의 전쟁
  • 김두호
  • 승인 2008.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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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예의지국이 죽었다 / 김두호



[인터뷰365 김두호] “뭐라고 이년아? 못돼먹은 년!”이라고 버럭 소리를 지르는 남자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사람들의 눈길이 쏠렸다. 70대로 보이는 할아버지의 화가 난 표정은 금방 주먹을 날릴 기세였다. 바로 앞에 앉아서 덤벼들듯이 노려보는 사람은 20대로 보이는 여성이었다. 그녀는 날카롭게 응수했다. “왜 욕하고 반말이에요?” 그녀는 기죽지 않았다. 한마디도 지려 하지 않았다.


짜증나고 후덥지근하던 어느 날 지하철 노약자석 앞에서 일어난 풍경이다. 아마도 그 할아버지는 젊은 여성이 당연히 비켜주려니 하고 노약자석에 앉은 여성 앞에 바싹 붙어서서 눈치를 주고 있었던 모양인데 자리를 비켜줄 기미가 안보이자 그녀에게 어떤 언행을 보였든지 시비가 일어난 것이다.

노약자석에 앉는 젊은이들이 지금은 많이 눈에 뜨이지 않지만 그 자리에 앉았다고 욕까지 먹을 일은 아니다. 그러나 젊은 사람은 자리가 비어 있어도 앉지 않는 게 생활예절이고 보기가 좋다. 또 그곳에 젊은 사람이 앉아 있다고 해서 화를 내며 맡아 놓은 자리행세를 하는 어른도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 속으로는 서운하고 밉더라도 어른 예우를 모르는 젊은이로 치부하고 겉으로는 모른 척 넘어가는 것이 보통 많은 어른들의 생각일 것이다.


그런데 지하철은 그런대로 노약자석이 지켜지고 있는 편이지만 버스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 앞머리에 젊은 사람들이 노약자석을 차지하고 앉아 노인 승객이 곁에 서 있어도 모른 척하고 외면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아예 당당하게 비켜주지 않는 것은 뻔뻔하지만 솔직한 모습이고 잠자는 척 눈을 감거나 문자메시지를 날리고 게임을 즐기며 안본 척하는 젊은이의 모습은 비굴해 보이기까지 한다.


나이 70대의 어른들이라면 굶주린 시대를 박차고 일어나 세계 13대 경제대국으로 이끈 산업화 시대의 주역들이다. 그분들이 훌륭한 분들이라는 생각은 차치하고 그렇게 고생하면서 키운 자손들이 지금 기본이 되는 노인 공경사상이나 사회 윤리사상에 둔감하다는 것은 2세, 3세 교육에는 실패했다는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장관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엎치락뒤치락 바뀌고 교육철학도 없는 정치꾼이 국가의 백년대계인 교육정책을 좌지우지 하는 등 교육문화와 사회적 정치적 변화의 연보를 돌이켜 보면 한심한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언제부터인가 이념의 싸움터로 바뀐 교정은 또 어떻게 재단해야 하는가?


학교 교육도 한국이라는 국가적 교육문화의 전통과 정체성이 없지만 돈벌이에 정신을 팔며 살아온 어른들의 가정교육도 이 시대에 이르러 자식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실망을 하며 한탄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지고 있다. 상속재산이라도 있는 집안은 어른의 영정 앞에서부터 재산분쟁이 벌어지고, 병든 부모가 재산이 없다고 자식들끼리 구박을 주고받다가 빈집에서 고독하게 숨지게 하는 가정도 수없이 많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갖추어야할 기본 윤리는 가정교육에서 비롯되고 출세보다 훌륭한 인격의 인간이 되게 하는 것은 학교교육에서 기초를 만들지만 어느 것도 성공하지 못한 나라가 우리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대한민국의 광복 63주년, 민주화나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성공한 나라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명멸해간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힌 권력의 무리층이 내세운 듣기 좋은 포장이지 백년대계 교육의 선진 민주주의는 아직도 갈 길이 멀고 풀어야할 과제가 쌓여있다. 젊은이가 모두 도덕군자가 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생활 예절까지 지키지 않거나 그릇된 이기주의에 물든 모습들은 분명 교육의 실패에서 비롯된 불행이다. 20대 여성을 보고 “못돼먹은 년”이라고 화를 낸 분도 과연 스스로 가정교육의 내력에서 자랑할 수 있는 자부심이 있는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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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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