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산 바쳐 아프리카 알리는 태천만 아프리카문화원장
전재산 바쳐 아프리카 알리는 태천만 아프리카문화원장
  • 김우성
  • 승인 2008.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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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행복수치는 우리보다 훨씬 높습니다” / 김우성



[인터뷰365 김우성]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대륙 아프리카에는 54개국 수천의 종족이 1천 가지가 넘는 공인언어를 사용하며 살아간다. 아시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대륙인만큼 기후 역시 다양하게 분포하는데 이러한 배경만 놓고 봐도 유서 깊고 개성 넘치는 문화를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 인식은 그러하지 못하다. 아프리카라고 하면 막연하게 원시적이고 미개할 것이라는 생각이 앞서는 것이다. 경제적 빈곤에서 오는 선입견이 큰 이유일 것이고 아이들이 읽는 동화 속 식인종도 한몫을 거든다.

이같은 왜곡된 시선을 극복하고 우호를 증진시키려는 목적에서 아프리카문화원은 탄생했다. 경기도 포천시 소홀읍. 의정부 시내에서 광릉수목원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자리한 아프리카문화원은 태천만 원장이 6년간 열사의 대륙을 누비며 수집한 1천여 점의 예술품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당초 태 원장이 사재를 털어 조성했던 이곳은 현재 우리 정부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아프리카 공무원들의 문화탐방코스로 자리 잡았다.


입구에서부터 까만 피부의 직원들이 나와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모습에서 아프리카 문화원에 왔다는 게 실감났다. 이곳에는 코트디부아르 원주민 부족으로 구성된 공연단 ‘아닌카(AANINKA)’ 외에도 철사공예가, 화가, 나무조각가, 돌조각가 등 다양한 예술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외진 곳에 위치한 문화원이라고 해서 어느 정도 진귀한 물품 갖춘 건물 두어 동을 상상했으나, 연못을 중심으로 펼쳐진 조경 너머 땅 속으로부터 지상까지 입체적으로 연결된 박물관과 1천여 명은 거뜬히 수용할 공연장 등 상당한 규모에 감탄부터 흘러나왔다. 건축회사 CEO 출신답게 문화원 조성 당시 모든 작업을 손수 살폈다는 태 원장과의 인터뷰는 집무실과 박물관, 공연장을 오가며 계속됐다.



아프리카에 푹 빠지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14세 때부터 목수일을 한 사람입니다. 당시에는 모두가 못 살던 시절이었습니다. 먹을 것 없고 입을 것 없이 궁핍하게 살다보니 어렸을 때부터 돈을 벌어야겠다는 일념으로 혼신을 다해 살았습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살다보니 어느 날 건축회사 CEO가 되어 있더군요. 평생 공부에 대한 미련이 클 수밖에 없었고 교육사업을 해야겠다는 포부가 있던 차에 1999년 전재산을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학교를 짓기 위해 부지 1만평(3만3천여m²)을 매입했죠. 하지만 인가가 나지 않아 몇 년 동안 발만 동동 구르던 중 이왕에 마음먹은 거 세계적인 유치원이라도 만들자 싶어 계획을 바꿨습니다. 그렇게 유치원 조경을 준비하는 과정에 아프리카 쇼나조각(정과 망치로 돌의 원형을 따라가며 조각하는 미술품)을 접하게 된 겁니다. 가슴이 쩌릿쩌릿했다고 할까요. 조각 자체에 생명을 불어넣은 독특한 느낌이었습니다. 전 예술가도 아니고 공부를 한 사람도 아니지만 그때의 감동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아프리카에 처음 갔을 때, 어땠습니까.

아프리카라고 하면 보통 에이즈, 기아, 동물의 왕국, 무더운 날씨를 떠올리지 않습니까. 쇼나조각을 구하려고 짐바브웨에 갔는데 그렇게 쾌적할 수가 없었습니다. 첫째로 기후에 반했고요. 또 ‘못 사는 곳’이라는 선입견을 일순에 뒤엎어버린 게 그들의 다양한 문화였습니다. 조각품은 과연 상상했던 대로였고요. 이후 3백 차례 이상을 오가며 본격적으로 아프리카의 매력을 알아갔지요.



무수한 에피소드가 있었겠지요?

하도 많아서. (잠시 생각하다가) 아프리카문화원을 조성하면서 동물관도 만들고 싶었습니다. 살아있는 동물을 들여오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이것저것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합니다. 그래서 맹수와 가까이서 사진도 찍을 수 있고 버튼 눌러서 울음소리까지 나게 하면 교육적 효과도 크겠다는 생각에 동물박제 전시관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아프리카의 박제 공장에 가서 닥치는 대로 “코끼리 얼마냐” “표범 얼마냐” 묻기 시작했죠. 두 시간 만에 12억원 어치를 주문하고 언제까지 해줄 수 있냐고 물으니 8개월이 걸린다고 해요. 그 자리에서 10만 달러를 계약금으로 지불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웬걸. 약속했던 8개월이 지나서 전화 해보니 작업을 전혀 해놓지 않았다는 겁니다.


그 쪽 거래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던 건가요?

그 반대였습니다. 아프리카는 원래 한국보다 북한과 먼저 교류를 맺어왔습니다. 그런데 나를 북한사람으로 생각한 겁니다. 계약이라면 모름지기 양복에 007가방 들고 호텔에서 만나는 게 상식이거늘, 등배낭 하나 달랑 메고 걸인과 다름없는 행색으로 나타나 그 자리에서 현금 10만 달러를 꺼내들었으니 이상하게 생각할 만도 했지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그때 준 계약금도 위조달러 아니냐. 우리는 당신에게 만들어 줄 수 없다’고 하는 겁니다.


동물관 조성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였네요.

제 스스로에게 ‘아프리카박물관장 태천만’이라는 직함을 달았던 것도 그때입니다. 그럴싸한 명함도 준비하고 국내 사업승인허가장 등 갖가지 문서를 영어로 번역하여 그길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는 내 PR을 늘어놓으며 “나는 너희나라 동물을 잡아다가 팔아먹는 장사꾼이 아니다. 너희나라에 대한 한국인들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고자하는 교육목적에서 이렇게 왔다”고 했더니 그제야 저를 믿고 하는 말이 “한국 사람들이 성격 급하다는 걸 듣기는 했는데 바로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그 많은 양의 박제를 두 시간 만에 주문하고 가는 사람이 어딨냐”고 실소하더군요. 도대체 그게 왜 문제가 되는지 되물었더니 “코끼리 한 마리를 주문하더라도 코는 밖으로 말리게 할지 안으로 할지, 왼발이 앞으로 갈지 오른발로 할지, 궁둥이는 또 어떻게 할 거며 인상은 부드럽게 할 지 사납게 할 지, 암놈 수놈, 출신국 등등 적어도 보름 이상은 담당자끼리 마주 앉아서 조율을 거쳐야 하는데 두 시간 만에 떠나버린 당신을 온전히 볼 수 있었겠냐. 우리도 잘못했지만 당신도 잘못했다”고 하는 겁니다. 쉽게 생각했던 저에게 한 수 가르쳐준 셈이죠. 그러면서 당신의 진실함은 좋았다고 뒤늦게 얘기해주며 성공적으로 계약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전세계 어디든 진실함은 통하는 것 같아요.(웃음)



아프리카를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새롭게 발견한 매력도 적지 않을 텐데요.

아무래도 사람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프리카에 가면 말 그대로 사람의 순수한 눈빛을 보게 됩니다. 그들은 시기, 질투, 경쟁을 안 합니다. 일례로 상대편 물건이 내 물건만 못하다는 말을 절대 안 하죠. 우리는 ‘내집 물건이 저집보다 이러이러해서 좋다’라는 식으로 다양한 핑계와 조건을 대서 자신의 것을 포장하는 데 반해 그들은 ‘저집 물건은 당신 것만 못하더라’고 얘기해주면 ‘아니다. 저 집 물건도 좋다’고 100명이면 100명 다 그렇게 말합니다. 계절적으로 매서운 겨울이 없기도 하지만 오늘 여기 먹을 것이 없으면 다른 곳으로 옮겨가면 된다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있어요. 시장에 가지고 나온 물건을 못 팔면 온 가족이 굶는다 해도 호객행위를 하지 않는 게 그들입니다.


아프리카를 ‘미래 파트너로서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땅’으로 표현하셨습니다. 어떤 면에서 그럴까요?

짐바브웨 빅토리아 폭포를 가보면 폭포수 떨어지는 폭이 1.4킬로미터, 깊이가 수 백미터에 이릅니다. 어마어마한 장관이죠. 유럽이나 아메리카에서 그걸 보기 위해 몰려드는 건데 그 세계적인 관광지에 가드레일이 하나 없어요. 흔한 카메라필름, 커피 파는 곳도 없고 돌로 된 계단도 없습니다. 그저 물안개 자욱한 밀림수초를 오가며 관람하는 게 전부예요. 발을 헛디뎌 떨어지기라도 하면 큰일 아니냐고 걱정하면 오히려 그것이 자연의 섭리라고 얘기합니다. 가지 않으면 떨어질 일도 없다는 것이죠. 우리나라 같으면 어땠을까요? 가까이 송추, 일영만 가더라도 식당에 모텔에 복잡하잖아요? 먹고 사는 게 충분치 않음에도 자연을 지킨다는 것. 아프리카에 지금까지도 수많은 동식물이 살고 있는 이유가 바로 자연과 공존하려는 자세가 그들의 몸에 배어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가르쳐도 안 되는 것이지요. 우리가 물질이 좀 부유하다고 해서 그들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정신까지 부유한 건 아니라는 말씀이시죠?

그렇습니다. 행복수치는 아프리카를 못 따라갑니다.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이들의 삶은 백마디 말이 필요 없습니다. 찬란하고 고유한 자연을 보존해준 보답의 차원으로라도 우리의 물질을 나눠주고 그들을 안고 재조명해야 한다는 것이 제가 말하고자하는 바입니다. 현재 추진 중인 사업 중에 아프리카에 축구공 보내는 게 있어요. 그 시작으로 올해 세네갈 코트디부아르 카메룬 말라위 4개국에 축구공 2천개가 보내질 예정입니다. 그렇게 2010년 남아공 월드컵까지 아프리카 각국에 10만개를 보내게 됩니다. 아프리카의 아이들이 정상적인 루트를 밟아 성공할 가능성은 제로입니다. 축구공은 곧 그들에게 다른 세상으로 나갈 수 있게 해주는 통로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것도 윈윈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축구공에 'KOREA'를 새기고 한국의 기업마크를 새겨 놓는다고 할 때 공은 20여 명이 차지만 공을 찰 때마다 수백 수천의 사람들이 지켜보지 않겠습니까.



아프리카하면 침략과 내전의 슬픈 역사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러한 부분이 우리의 정서와 맞닿아 있다고도 보십니까?

현재 아프리카문화원 공연팀이 20여 가지 춤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그 가운데 ‘밀리떼르’라는 이름의 춤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춤이 전통복을 입고 추는 민속춤인데 반해 이 춤은 군복을 입고 제식훈련을 춤으로 승화한 뮤지컬 공연입니다. 그 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우리는 일제의 억압과 핍박 36년이 억울하지만 그들은 100년 동안이나 유럽열강에 의해 유린당했다는 것이죠. 짐승처럼 노예로 팔려가기도 했고요. 그래서일까요. 한국 사람들이 아프리카에 한 번 가면 헤어 나오질 못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마력에 빠져드는 것이지요. 그런 것들이 바로 어떤 동질감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프리카의 대중문화, 이를테면 영화나 드라마, 음악 등의 소개에도 관심이 있으신가요?

왜 없겠습니까. 처음엔 저도 오래된 미술품 위주로만 소개해오다가 아프리카문화원이라면 적어도 아프리카의 모든 것이 이루어져야겠구나하는 생각에 책자, 자료, 영상, CD 등 가능한 모든 것을 활용하려고 합니다.



마음만은 아프리카의 대자연을 향하고 있는 듯 시종일관 태 원장의 표정은 편안했다. 몇 해 전만 해도 그는 누구나 부러워 100억대 자산의 CEO였다. 잘나가던 사업을 과감히 던져버릴 수밖에 없었던, 좀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차분한 어조로 그가 말을 이었다.



“오랜 세월 목수일을 벗어나지 못하던 저에게 건축업으로 성공할 수 있게 큰 도움을 주신 은인이 계십니다. 돈을 벌게 된 후 사례를 하고 싶어 찾아뵐 때마다 거절하던 그 분은 어느 날 저에게 자식 두 명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몸이 불편한 여성을 도우라는 거였습니다. 한 달에 라면 얼마, 용돈 얼마를 줘라. 처음엔 내키지 않았습니다. 받는 사람도 으레 주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고요. 당시엔 그랬습니다. 그렇게 한해 두해가 가면서 ‘주는 기쁨’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됐습니다. 그동안 전쟁터에 싸우는 사람처럼 삭막하게만 살다가 인생의 새로운 재미를 느낀 것이지요. 지금 아프리카에 빠진 것도 어쩌면 도피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남은 인생까지 힘들게 살고 싶지 않아서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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