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 예술의 달인 ‘톤마이스터’ 이태경
녹음 예술의 달인 ‘톤마이스터’ 이태경
  • 신일하
  • 승인 2008.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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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소리는 우리의 미래를 만든다” / 신일하



[인터뷰365 신일하] 녹음 예술의 달인으로 불리는 (주)서울사운드 이태경 대표는 한국 레코딩 엔지니어 역사의 산 증인이다. 그는 고전․ 대중음악을 넘나들며 주옥같은 명반들을 탄생시킨 녹음예술의 최고수로 평가받는다. 장인 정신으로 절대 음을 찾아 외길을 걸어온 그는 “좋은 소리는 우리의 미래를 만든다”고 강조한다. 국내 최초 마스터링 스튜디오 도입을 했고 녹음 예술의 ‘마지막 귀’이며 ‘톤마이스터’라 칭송되는 이태경사장의 ‘40년 녹음인생’을 들어보았다.


선진국 녹음기술 도입에 큰 역할을 해왔다.

88서울올림픽 개/폐회식 음향 운영 책임자로 행사를 치르고 난 후 느낀 게 많았다. 서울올림픽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기 위해 세계음악시장을 뛰어다니며 배운 노하우를 그냥 썩힐 수 없는데다 나만의 녹음 세계 구축과 음악적 사유의 지평을 넓혀 볼 기회가 온 것 같아 1988년 가을에 국내 처음 디지털 마스터링 스튜디오를 도입해 회사를 설립했다. 디지털 시대를 대비한 새로운 사업의 시작이었는데 LP에서 CD로의 급속한 국내 음반시장의 변환에 우리 회사가 촉매제 역할을 하고 우리나라 CD음질의 세계화를 추구하다 보니 기술을 인정받게 되었다.


CD 마스터링(mastering) 작업이란 생소한 용어로 들린다.

마스터링이란 사운드적인 아이디어를 예술적, 음악적 그리고 기술적 감각을 가지고 실현시켜 주는 마지막 녹음단계를 말한다. 다시 말해 음악 녹음 과정의 최종 마무리 단계의 녹음실 실용 용어로 선진국에서만 시행되는 녹음기술이라 처음 들어보는 음악인을 이해시키는데 힘들었다. 지금은 보편화 된 작업 단계이지만.

마스터링 스튜디오 도입과 정착하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던 것 같은데 마스터링 작업은 꼭 필요한 건가.

무한경쟁의 음반시장에서 히트 앨범을 내려면 무엇보다 마스터링의 작업은 필수적이다. CD시대를 거쳐 디지털 음원시대에 들어와서 뮤지션들은 홈 스튜디오에서 컴퓨터를 이용한 앨범 녹음이 손쉬워졌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 발전의 역기능으로 나타난 음반 음량의 최대화 경향으로 인해 LP시대와 같은 음악 한 곡 속에 들어있는 목소리나 악기 음원간의 밸런스, 음원 컬러 구성에서 오는 음악적 묘미가 크게 감소하는 현상을 빚었다. 또 사운드 질감 면에서 아날로그 시대의 풍부함과 유연성이 사라지고 단지 포장된 기계적인 소리의 음악물로 만들어지는 오류를 범하는 일도 일어났다. 이러한 시대화의 추세에서 오는 사운드적인 오류를 극복하기 위해 마스터링 기술이 상대적으로 요구되었고 놀랍게 발전된 것이다. 지금은 녹음예술작업의 가장 중요한 단계로 자리 잡았다.



음악인들은 마스터링 엔지니어를 음악 프로젝트의 ‘마지막 귀’라 하는데.

마스터링에 들어갈 때 프로듀서와 엔지니어 간의 대화가 필요한 순간이고 특히 엔지니어의 높은 신뢰감이 요구되며 가장 객관적인 리스너(listener) 자리에 엔지니어가 서야 하는 단계라고 본다. 마스터링 엔지니어는 앨범의 모든 면을 자세하게 검토하여 CD를 듣는 사람의 입장과 프로듀서의 입장에서 최상의 방법과 결과를 제시하여야 한다. 또 CD 프로세스 공정에서 상당량 변화하는 음질 밸런스를 미리 예측하여 잡아주는 일도 마스터링 엔지니어의 몫이라 그의 귀야말로 살아있어야 하고 화룡점정의 효능을 발휘해야 되는 것이다.


1982년 미국 암팩스(AMPEX)사가 제정한 골든 릴 상을 수상, 세계적 녹음예술인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까지 이사장이 추구해온 음악 메신저 의식은 남달랐을 것이다.

금년이 어느덧 녹음입문 40주년 되는 해다. 1968년 전 동양방송 기술국에 입사하여 희망대로 녹음 팀에 배속 된 것이 평생을 음악 녹음의 길로 들어서게 만들었다. 그 후 1978년 지구레코드회사로 옮겨 일하다 88서울올림픽 참여 그리고 독립해 현재의 (주)서울사운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앨범 녹음과 마스터링 작업 등을 해왔다. 셀 수없이 많은 녹음작업과 뮤지션들과의 사운드적인 교류에서 나는 한 번도 그것을 직업적인 일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작업을 늘 창조적인 사운드 예술작업으로 여기며 새로운 녹음기술을 찾아 부단히 연구하고 도전적인 실험정신을 잃지 않으려 노력해 왔다.


10년 동안 지구 레코드회사 녹음실장으로 일할 때 당시 톱 가수들의 앨범들이 많이 만들어졌다. 특히 조용필 특유의 음악세계를 승화시킨 히트 사운드를 연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80년대 앨범 제작 분위기는 녹음작업과정에서 엔지니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금보다 훨씬 크던 시절이라 앨범의 사운드를 책임지고 결정해야하는 많은 부담을 안고 작업하였다. 사운드 분위기의 결정을 녹음엔지니어가 최종 해야 될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운드 컬러의 창출을 위해 지구녹음실 10년 재직 기간 동안 세 번의 믹싱 콘솔 교체와 당시로선 세계적인 녹음실에서도 구하기 힘든 파격적 사운드 효과 첨단 장비들과 전자악기를 많이 투입했다. 내가 녹음한 조용필의 1-9집 히트 앨범 뿐 아니라 10년 간 녹음한 모든 앨범에 수록된 곡의 사운드를 들어보면 컬러가 모두 다르고 각기 개성적인 사운드 표현을 엿볼 수 있다.


조용필 이외에 이선희, 심수봉, 전영록, 구창모, 이용, 신중현, 송골매, 벗님들 등 지구가 탄생시킨 대박 가수가 많았다. 그들의 독특한 목소리 음색을 어떻게 만들어주었나.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지.

가수 한 사람 한 사람마다 얼굴이 다르듯 마이크를 통하여 들어오는 목소리에 좀 더 개성적이고 독특한 매력을 만들어 주기 위해 연구와 노력을 하였고 이처럼 만들어진 목소리가 대중에게 좀 더 친근하고 가까이 갈 수 있는 히트 포인트가 된 것 같다. 만들어준 목소리 컬러는 하나의 로고처럼 대중에게 전달되었고 최소한 그들의 녹음을 맡는 동안은 앨범이 늘어나도 목소리만은 같은 컬러에 같은 매력이 담겨서 전달되게 심혈을 기울였다. 그 예로 조용필 1-9집에서나 송골매 앨범 시리즈 사운드, 신중현의 앨범 아름다운강산 또 이선희, 이용, 벗님들, 이필원, 양희은, 전영록, 심수봉, 윤시내, 구창모 등 80년대 히트 가수의 앨범에서 목소리 녹음을 들어보면 언제나 일관된 컬러로 그들만의 호소력 있고 카리스마적인 매력을 풍긴다. 이것이 히트 레코드 사운드 제작에 나만의 노하우라 하겠다. 음악 산업 선진국에서는 유명가수들이 한 사람의 녹음, 마스터링 엔지니어와 평생을 같이 하면서 자기만의 사운드를 연구하고 특히 자신의 매력적인 목소리 컬러링의 관리를 받으며 공존하는 일은 흔히 있는 사례로 알려져 있다.



조용필 히트 앨범 ‘친구여’, ‘여행을 떠나요’, ‘들꽃’, ‘그대발길 머무는 곳에’ 등 노랫말을 쓴 시인 하지영씨가 이사장의 부인으로 알고 있다. 국민가요로 사랑받는 ‘친구여’가 탄생된 에피소드가 있다던데.

‘친구여’는 참 우연하게 탄생한 노래다. 아내가 집안일을 하며 카세트에서 흘러나오는 멜로디를 듣던 중 불현듯 친구와의 순수한 우정을 주제로 한 가사가 떠올라 일을 멈추고 그 자리에서 써내려간 순수하고 서정적인 노랫말이었다. 5집에 수록하려는 이 멜로디에 좋은 가사를 못 찾아 고심하던 조용필과 작곡가 이호준씨에게 다음날 이 가사를 보여 주었다. 원래 사랑을 주제로 취입하려 했으나 이 곡은 아내(하지영)의 노랫말로 친구와의 아름답고 애틋한 우정을 다룬 노래로 반전되었고 호소력 있는 조용필의 목소리로 녹음하여 완성이 된 것이다. 난 아내의 작사 사실을 밝히기가 쑥스러워 대충 필명 하지영으로 LP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친구여’는 그해 연말 KBS가사대상에 생각지 않게 입상, 조용필을 비롯한 관계자가 그제야 작가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고 하지영이란 이름의 작사가도 탄생한 거다.


장남 이현국(32)씨가 영국의 명문 Surrey 대학에서 톤마이스터 과정을 졸업, 런던 메트로폴리스 스튜디오의 엔지니어를 거쳐 한국인 최초의 사운드 레코딩 박사학위를 취득한 걸로 아는데.

한 가문에서 자신이 애정을 가지고 평생 노력한 분야를 다음 세대가 이어 받아 꽃을 피워준다면 그 이상 보람된 일은 없을 것이다. 다행히 아들이 어릴 때부터 녹음예술분야 학문에 관심을 두더니 뜻을 이어받아 녹음예술의 본 고장인 영국에서 사운드 레코딩 전공의 박사학위를 취득해 대를 이어나가 게 되어 늘 마음 뿌듯함을 느낀다.


세계 유명 레코딩 마스터링 엔지니어들이 ‘톤마이스터’(Tonmeister)라 칭해 주는 걸로 아는데 그 의미는.

톤마이스터란 독일어로 레코딩과 사운드의 전문가를 일컫는 말로 명인, 대가를 의미하는 일종의 존칭어다. 특히 톤마이스터는 클래식녹음에 정통한 음악 엔지니어에게 붙이는 권위 있는 호칭으로 지휘자를 마이스터라고 부르는 것과 같이 클래식 녹음 감독을 톤마이스터라 한다.


70년대 국내 민중가요 불법음반의 효시 ‘공장의 불빛’(김민기 작사,작곡)이 이사장의 복원기술을 통해 사반세기만에 빛을 봤다.

녹음과 마스터링을 하다보면 좋은 소리를 추구하게 되는 반면 잡음을 억제시키고 제거해야 되는 일에 많이 접하게 된다, 나는 녹음 입문 초기 때부터 잡음 제거분야에 깊은 관심이 있었다. 결국 음원복원을 위한 기술인데 이 기술의 본격적인 연구는 1988년 (주)서울사운드 초기 시절 영국 CEDAR사의 기술을 도입하여 많은 발전을 이루었고 이미 문화재급 음원의 복원작업이나 세계시장의 구 음반의 복원 그리고 김민기 음반의 복원 같은 뜻 깊은 음원의 CD복원 작업에 많이 참여하였다. 향후 복원기술의 발전은 음악 산업 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본다.



앞으로 계획은.

2000년대 들어서며 대중음악 녹음 작업은 가급적 후배들에게 맡기고 클래식음악 녹음이나 장르를 초월한 여러 가지 형태 앨범의 마스터링 작업에 시간을 보내왔다. 7년 전 창립한 한국음악스튜디오협회의 고문으로 침체된 스튜디오 업계 발전에도 더욱 애정을 기울여야 할 것 같고 특히 레코딩 예술인들의 저작 인접권의 실현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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