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브릿팝의 전쟁, 오아시스 vs 블러
1995년 브릿팝의 전쟁, 오아시스 vs 블러
  • 이근형
  • 승인 2008.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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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를 잇는 영국 록의 양대산맥 / 이근형



[인터뷰365 이근형] 오늘날 전 세계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모던 록, 특히 영국에서 비롯되어 영국 대중 음악의 절대 무적을 과시하고 있는 브릿팝(Britpop : 영국에서 비롯된 록음악을 경멸하는 단어)의 최강 밴드는 과연 어떤 팀일까. 최근 2008년 신작 Viva La Vida를 내놓으며 전 세계 각지 차트에서 1위를 달렸던 콜드플레이(Coldplay)가 당장 생각나겠지만, 역시 이 두 밴드를 논하지 않고는 브릿팝을 설명할 수 없다. 너무나도 영국적인, 그리고 비틀즈의 리드미컬한 음악성을 빼닮은 두 밴드, 오아시스(Oasis)와 블러(Blur)가 정답일 것이다.


오아시스는 세계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유명한 형제라 할 수 있는 갤러거 형제(노엘 갤러거, 리엄 갤러거)가 주축이 되어 운용되는 밴드이고, 블러는 여러 면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펼치는 재간둥이 데이먼 알반(Damon Albarn)이 프론트맨인 그룹이다. 오아시스는 최근 2008년 10월에 내놓을 앨범 Dig Out Your Soul로 다시 한번 전 세계를 ‘오아시스의 물결’로 만들 태세이고, 블러는 최근작 2003년 Think Tank를 내놓은 후 데이먼 알반의 솔로 프로젝트 등의 소식이 연차적으로 들려오는 추세다. 이 두 밴드의 행보야 각자의 일이니 굳이 연관지을 수 없지만, 이 글에서 두 밴드를 사이에 놓고 저울질 하는 이유는 음악 팬들이라면 다들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두 밴드는 영국 록을 대표하는 동시에 라이벌 구조를 이뤘기 때문이다.


오아시스와 블러의 음악은 생각해보면 영국 록 특유의 키치적이면서도 풍자적인 음악관을 가지고 있는 점에서 비슷하게 볼 수 있겠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또 각자의 음악관을 소유하고 있는 신기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블러는 1991년 데뷔 앨범 Leisure 발표 이후, 블러 특유의 청량하면서도 사회를 향해 냉소적인 음악을 만들었다. 그리고 나서 1993년작 Modern Life Is Rubbish부터 시작해서 1994년 3집인 Parklife에서 비로소 음악적 피크를 이뤄냈다. 그만큼 블러는 음악을 만드는 데 있어서 신중했고, 차츰 앨범을 내면서 블러만의 사운드를 연구하는 데 힘썼다.


그런 반면, 오아시스는 그냥 무심코 내놓는 앨범마다 ‘충격적’, ‘위대한’, ‘놀라운’ 등의 수식어가 붙으며 고공 행진한 행운의 밴드다. 1집 Definitely Maybe부터 놀라운 데뷔를 알리더니, 2집(What's The Story)의 Morning Glory로 영국을 들었다 놨다 했다. 오아시스는 아예 대놓고 ‘비틀즈를 따라잡기 위해 무한히 노력하는 중’임을 대중들에게 밝힌다. 비틀즈가 어떤 제약도 없이 명곡들을 만들었던 그 자유로움이 오아시스에게 그대로 전달된 듯하다.

이런 에피소드도 있다. 어 파티에서 비틀즈 출신의 명 보컬이자 베이시스트 폴 매카트니가 갤러거 형제를 만났는데, 매카트니는 자기의 음악과 비슷하다는 평을 익히 알았기에 갤러거 형제에게 스스럼없이 “음악 잘 들었다”고 말을 걸었다 한다. 그런데 이 말에 대한 갤러거 형제의 기찬 대답! “비틀즈 따라잡기 위해서 돈을 엄청 발라버렸어요.”




맨체스터 노동자 출신 밴드와 런던 출신 중산층 밴드


이렇게 극과 극을 달리는 듯한 양상을 보이는 두 밴드는, 밴드의 결성 지역에서 특유의 지역적 특색이 그대로 묻어난다. 오아시스는 주지하다시피 잉글랜드의 맨체스터 출신이다. 게다가 노동자 출신이다. 노엘 갤러거는 오아시스 밴드에 가입하기 전에 건축 노동 일을 하는 일꾼에 불과했다. 게다가 자기네들의 고향 맨체스터를 너무 사랑해서, 맨체스터 토박이들의 전형적인 코스인 ‘축구팀 맨체스터 시티의 열성 팬’ 이다. 그에 반해 블러는 1989년 런던에서 결성된 밴드다. 전형적인 중산층을 대변하는 엔터테이너들이다. (이들의 4집 The Great Escape의 앨범 재킷을 보라. 잘 정돈한 머리에 유식해 보이는 코디까지...) 물론 이런 점들이 오아시스와 블러를 양극화하는 데 결정적인 요소가 될 수는 없겠지만, 그들이 왜 서로 다른 노선을 걷고, 서로를 헐뜯었는지 참조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블러는 데이먼 알반을 주축으로 음악을 섬세하게 만들고, 고심하고 또 고심하는 끝에 앨범을 내는 듯하지만, 오아시스는 노엘 갤러거가 노트에다가 쓴 가사를 멤버들끼리 멜로디 개발해서 녹음실에서 뚝딱 음악을 만들어내는 듯한 인상을 준다. 안 그래도 블러는 영국 록계에서 ‘브릿팝의 균형을 맞춘 밴드’, ‘모던 록의 새로운 방안과 그리고 클래식’ 이라는 극찬을 받는다. 왜일까 생각해보면, 블러는 특유의 “뿜빠뿜빠” 하는 브라스 밴드의 형태에다가 수위를 넘지 않는 선에서 침착하게 음악을 풀어나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섬세함이 ‘감수성을 극에 달하게 만드는’ 브릿팝의 기준점을 만들어 준 것이다.


그에 비해 오아시스는 앞서 언급했듯이 작사에 천부적 능력을 지닌 노엘 갤러거가 자신이 겪은 일상이나 여러 가지 잡생각 등을 가사로 쓰면, 밴드 멤버들이 노래로 탄생시켜 보컬 리엄 갤러거가 부르는 식이다. 오아시스의 스매시 히트곡 Live Forever는 노엘 갤러거가 공사 현장에서 다쳐 병원에 입원했다가, 영원히 살고 싶은 욕망이 생겨 쓴 가사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니, 비꼬는 듯한 특유의 메시지가 내포된 블러의 히트곡 Charmless Man과는 대조적이다. 그렇다고 블러가 항상 이런 식으로 대중을 향해 비판적 어조를 띠거나 진지한 것만은 아니다. 청춘의 소년, 소녀들이 음란한 여행을 떠난다는 내용의 블러 히트곡 Girls And Boys에서는 오아시스 못잖은 자유분방함이 잘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샹송의 한 소품을 떠올리게 만드는 섬세한 곡 To The End에서는 “역시 블러는 정교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오아시스와 블러의 음악관을 서로 비교해보며 알 수 있는 것은, 각자 최고의 위치에 올라 비슷하면서도 다른 노선을 걸으며 ‘오아시스만의 음악, 그리고 블러만의 음악’을 양산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아시스는 2008년 10월, 3년여만의 신작이 기대되지만, 블러는 멤버들간의 불화 등으로 2003년 앨범 Think Tank 이후로 점점 해체 수순을 밟는 것 같은 양상을 보인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오아시스와 블러 역시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약 13년 전, 두 밴드의 몸집이 매우 강성했을 때, 이들은 전투를 벌였다. 오아시스와 블러는 서로 헐뜯었으며, 그것을 더욱 더 부추긴 것은 영국의 언론이었다. 바로 그 유명한 ‘브릿팝의 전쟁 (The Battle Of Britpop)’ 이다.



사실 데뷔작으로 따지면 블러가 오아시스보다는 선배이다. 하지만 절묘하게도 두 밴드는 1995년 같은 해에 음악적인 충돌을 예고하는 듯했다. 블러는 1집 Leisure를 시작으로, 2집 Modern Life Is Rubbish, 3집 Parklife를 거치며 앞서 언급했듯이 영국 브릿팝의 기준점을 마련하는데 힘썼고, 오아시스는 1994년 데뷔 앨범 Definitely Maybe를 통해 일찍 스타덤에 올랐다. 두 밴드 모두 당시 영국 모던 록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밴드’로 이름 났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라이벌 구도로 가게 되었다. 노엘 갤러거가 블러의 주요 멤버인 데이먼 알반, 그리고 알렉스 제임스에게 그 유명한 “에이즈나 걸려 죽어라!” 라는 폭언을 한 일은 두 밴드를 더욱 싸움 붙이게 만드는 도화선이 되었다. (물론 나중에 노엘 갤러거가 공식적 사과를 했다)


오아시스는 1집 Definitely Maybe를 통해 음악적 자신감을 얻었고, 노엘 갤러거의 작사 능력은 점점 더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1995년 3월부터 2집 작업에 착수했고, 1995년 10월에 2집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를 내놓기 전 싱글 곡으로 Roll With It을 1995년 8월에 내놓았다. Roll With It을 내놓은 날짜는 정확히 1995년 8월 14일이었는데, 여기서 블러는 오아시스의 코를 건드리는 듯한 인상을 심어주게 했다. 블러 또한 1995년 9월에 내놓을 4집 The Great Escape를 앞서, 싱글 곡으로 Country House를 오아시스 싱글 발매와 똑같은 날짜인 1995년 8월 14일에 발표한 것이다. 오아시스 및 갤러거 형제는 “블러의 전략적인 도발이다.”라며 분노했고, 블러는 마침 때가 맞았다면서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두 밴드의 싸움에 영국의 세계적 음악지인 <뉴 뮤지컬 익스프레스>지가 가름을 부었다. 두 밴드가 같은 연도, 같은 날짜에 싱글을 발매한 것에 대해 “영국 헤비급 챔피언십” 이라 칭하며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이다. 그러면서 <뉴 뮤지컬 익스프레스>지는 오아시스의 Roll With It과 블러의 Country House의 싱글 판매 기록을 계속 주시하면서, 음악 팬들에게 두 밴드가 마치 음악으로 다투는 듯한 인상의 기사를 매번 쏟아냈다. 오아시스와 블러는 이런 대결 구도를 가볍게 보지 않고 전투 태세에 들어가는 등, 두 밴드는 1995년의 화제가 됐다.




싱글 승자는 블러, 앨범 승자는 오아시스


싱글 판매 숫자에 따라 두 밴드의 ‘1995년 브릿팝 전쟁’의 승패가 갈리는 것으로 끝맺음 되었다. 세계적인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결론적으로 27만장의 판매고를 올린 블러의 Country House가, 22만장 가량을 팔아치운 오아시스의 Roll With It을 약 5만 장의 차이를 내며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면서 <뉴 뮤지컬 익스프레스> 가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1995년 가을을 수놓았던 두 거장의 결투는 블러로 일단락 지으는 듯 했다. 하지만 음악 팬들이라면 누구나 다 알다시피, 스튜디오 앨범과 그 이후의 싱글 판매고를 따른 결과론적의 승자는 오아시스라는 것이 자명한 사실이다.


블러는 '브릿팝 전쟁‘ 이후 1995년 9월 11일 그들의 4집 The Great Escape를 발매했고, 오아시스는 약 1개월 뒤인 1995년 10월에 2집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를 내놓았다. 여기서부터 ’브릿팝 전쟁 2차전‘ 의 승자는 오아시스로 결론이 났다. 블러는 Country House라는, 전쟁 1차전의 승리자를 통해 다시 한번 영국 모던 록계의 챔피언으로 등극했지만, 결론적으로 The Great Escape 앨범에서는 Charmless Man이라는 곡 하나 외에는 그다지 인상 깊거나, 히트를 친 트랙이 없었다. 그래서 블러의 골수 팬들은 The Great Escape를 논할 때, “오아시스를 이긴 블러의 히트작이지만, 오히려 이전 작품 Parklife보다는 흡입력이 떨어지는” 명작 아닌 명작(?)으로 말하는 분위기다. 그만큼 The Great Escape는 블러의 명반 중 하나이지만, 메가 히트를 칠 정도로 파급력이 부족했다는 소리다.


그런데 오아시스의 2집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는 일단 시작부터 달랐다. 평론가들은 이 앨범을 두고 대중적인 파급력이 예사롭지 않음을 직감했고, 그것은 발매 직후 판매 기록에서부터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2002년 결성된 영국의 차세대 펑크 록밴드 악틱 몽키스(Arctic Monkeys) 가 기록을 갱신하기 전까지, 오아시스가 데뷔작 Definitely Maybe를 통해 “가장 빠른 시간 안에 팔린 앨범” 기록을 세웠는데, 2집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는 그에 못잖게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하면서, 이보다 더 값진 기록을 세우게 되었다. 영국의 각 언론과 뉴스에서는 “오아시스의 2집은 각 가정마다 하나 꼴로 한 장씩은 가지고 있는 셈이다” 라며 보도했고, 그것은 정확한 수치는 아니었지만 대중들이 길거리에서 Roll With It, Wonderwall, Some Might Say를 흥얼거리는 것에서 엄청난 파급력을 알 수 있었다.


이 사건이 오아시스가 Roll With It의 싱글 발매 이후에 일어났는지, 아니면 2집 발매 후에 일어난 것인지 정확한 출처를 알 수 없으나, 2집의 파급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 하나 있다. 트러블 메이커로 소문난 리엄 갤러거가 사고를 일으킨 후 경찰서에 끌려갔는데, 당시 경찰서에 모인 많은 시민들은 일제히 Roll With It을 부르며 ‘열렬히(?)’ 환영했다는 일화가 있다. 어느 노래가 히트가 되어서 모든 사람들의 입에서 흥얼거리게 되는 현상은 사실 일궈내기 힘든 ‘음악적 산물’ 이다. 이런 점에서 보았을 때, 오아시스의 2집은 명반의 자리에 오를 것이 충분했다. 이뿐만 아니다. 주지하다시피 수록곡 Wonderwall은 영국의 국민 가요로 등극했으며, 오아시스 밴드 역사의 절정이자 오아시스 음악의 모든 산물이 집결된 세계적인 송가 Don't Look Back In Anger가 바로 2집의 4번 트랙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결국 오아시스 2집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는 브릿팝을 뛰어넘어 세계 모던 록의 영원한 클래식으로 등극했고, 전 세계적으로도 수많은 판매고를 올리며 ‘영국 가정에서만 하나씩 있는 앨범’이 아니라, 록 키드, 모던 록 마니아, 팝 마니아들의 앨범 진열장에도 하나씩 있는 작품으로 불려지게 되었다. 너무 과장된 표현이지만,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의 앨범 트랙 하나하나 다 오아시스의 히트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이렇게 됨으로써 역사는 결국 ‘브릿팝 1차 전쟁’ 의 승자 블러보다는, ‘브릿팝 2차 전쟁’의 챔피언 오아시스를 더욱 더 값지게 기억하게 되었다. 블러의 팬들에게는 이 결과가 너무나도 야속하게 들리겠지만, 생각해보라. 한 앨범 안에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클래식’ Wonderwall과 Don't Look Back In Anger가 한꺼번에 들어있다는 사실이 결국 부인할 수 없는 승리 요인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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