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올림픽 부럽다” 평창동계올림픽 프레젠터 안정현
“베이징올림픽 부럽다” 평창동계올림픽 프레젠터 안정현
  • 유성희
  • 승인 2008.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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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실패 후 상처 너무 많이 받아 / 유성희



[인터뷰365 유성희] 2008 베이징 올림픽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8월 8일 개막을 시작으로 24일까지 17일 간 열리는 인류 최대의 스포츠 축제인 베이징 올림픽에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 광경을 보면서 지난 해 2014년 평창 올림픽 유치에 실패한 일이 떠올랐다. 당시 우리나라는 8명의 프레젠터를 비롯해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서울올림픽 유치를 확정지었던 바덴바덴의 기적을 다시 한 번 꿈꾸고 있었다.

이윽고 대한민국의 차례가 왔다. 새벽잠을 설치며 TV앞에 모여 있던 국민들은 영어와 불어를 섞어가며 또박또박 평창을 소개하던 미모의 아나운서에게 시선을 빼앗겼다. 호소력 있는 연설의 주인공은 아리랑TV 안정현 아나운서였다. 결국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그가 흘렸던 눈물과 유창한 외국어 실력은 한동안 국민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

베이징 올림픽 개막을 눈 앞에 두고, 다른 사람들보다는 감회가 남다를 안정현 아나운서를 만났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 참여하십니까?

다음 주에 베이징에 가긴 가는데, 베이징 올림픽과는 관련이 없는 개인적인 일이에요.



평창올림픽 프레젠터를 하셨으니 이번 베이징올림픽을 바라보는 시선이 남다를 것 같아요?

부러운 마음이죠. 우리도 평창 올림픽 유치에 성공했으면 좋았을텐데…아쉬운 마음이 들죠.


여전히 동계올림픽 프레젠터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프레젠터를 하게 된 경위가 궁금한데요.

평창동계올림픽위원회 측에서 영어방송인을 물색하던 중 최종적으로 도지사님이 제 관상이 마음에 든다고 하셔서 발탁이 되었다고 해요. 이후 크고 작은 대회 유치 프리젠테이션을 도맡아 하게 됐어요. 영어방송을 하다 보니 큰 무대에서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자연스럽게 늘었던 것 같아요. 어쩌면 평창 동계올림픽 프레젠터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되었던 거죠.


프레젠터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합니까.

올림픽 개최 준비를 하기 위해서는 후보로 지정된 각 나라마다 반드시 프리젠테이션을 해요. 준비과정에는 IOC위원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장점을 그룹별로 묶어 올림픽에 관한 기술적인 측면, 올림픽을 개최함으로써 생기는 파급효과, 평창이 왜 올림픽을 개최해야 하는지에 대한 타당성 등을 설명해야 해요. 이러한 것들 중에서 우리가 올림픽을 치루면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 어떠한 환경에서 해내겠다’는 설명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게 저의 몫이었죠.


동계올림픽 유치에 두 번이나 실패했는데, 세 번째에도 프레젠터로 활약하실 생각이 있는지요.

두 번 실패 후 상처를 너무 많이 받았어요. 처음 2010년 동계올림픽 준비할 당시 프리젠테이션 이틀 전에 공로명위원장님이 떨어질 걱정을 하시길래 “위원장님 걱정 마세요. 저는 지금껏 시험이고 뭐고 한 번도 실패해 본적이 없어요. 꼭 될 거예요.”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어요. 근데 실패했잖아요. 그러다가 두 번째 2014년 동계올림픽 준비할 때는 진짜 다들 될 거라고, 평창이 우세할 거라고 확신했는데 또 실패했어요. ‘이런 일이 나한테도 생기는구나’ 싶었죠. 세 번째 하자면 겁이 나서 못할 것 같아요. 국가적인 일이고, 많은 사람들이 매달려서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내가 참여하는 일이라서 잘되길 바라는 욕심도 있잖아요. 이런 모든 것들이 무참히 짓밟혀서 개인적으로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실패 이제 안해야죠. 두 번했으니까.(웃음)



전세계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프레젠터를 하려면 보통 강심장이 아니면 안될 것 같은데요.

제가 실전에 강해요. 리허설 등의 연습과정도 길지만 연습보다는 실전에서 실력을 발휘하는 편이예요. 작년 동계올림픽 프리젠테이션 당일 오전까지 긴장이 계속됐는데 막상 올라가서 시작하니깐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요. 무대체질인 것 같아요. 하하.



안정현 아나운서는 1996년부터 아리랑TV의 기자 겸 앵커로 활약해오다 현재는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는 경력 12년차 베테랑 방송인이다. 그는 현재 국내외 각계각층 유명인사들을 인터뷰하는 토크쇼 <하트 투 하트>를 7년째 진행 중이며, 작년부터는 EBS FM 영어회화 프로그램인 <모닝스페셜>을 이끌어오고 있다.



<모닝스페셜>을 진행하신 지 벌써 1년이 되셨죠?

제가 워낙 야행성이라 12시 이전에는 잠들지 않는데요. 생방송을 위해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준비해야 한다는 점이 처음에는 적잖이 힘들었어요. 하하. <모닝스페셜>에 대한 청취자들의 기대치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부담되는 부분도 어느 정도 있었고요. 고민들이 있었지만 ‘한번 해보자’는 생각에 수락하게 됐죠.


토크쇼 <하트 투 하트>가 내년이면 2000회를 넘기는데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게스트는 누군지요.

굉장히 많았죠. 그분들과의 만남을 통해 일의 소중함을 느껴요. 한 분을 꼽으라고 한다면 <컬러 퍼플>의 저자 앨리스 워커를 꼽고 싶어요. 어릴 적 스티븐 스필버그의 <컬러 퍼플>을 보곤 충격을 받었어요. 원작이 책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고는 책으로 읽고 또 한 번 충격을 받았죠. 남부지방 흑인여성들의 힘겨운 삶을 이야기한 저자의 경험이 담긴 책이었어요. 직접 이야기를 해보니 따뜻한 사람이라는 게 단번에 느껴졌어요. 세상에 대한 아량과 사랑이, 옆에 있는 저한테까지 전해져 마음이 아름다워지는 것을 느꼈어요.



쟁쟁한 게스트들을 상대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인터뷰를 한다는 게 스트레스가 쌓일 수도 있는 작업인데, 지금은 어느 정도 노하우가 생겼고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너무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 버렸어요. 다방면에 걸쳐서 상식이 풍부해지는 것도 이 일을 하면서 좋은 점이라 할 수 있어요. 긴장하셨던 게스트 분들이 저와의 대화를 통해 편안해지고, 끝나고 아쉬워 할 때는 큰 보람을 느끼죠. 한번은 가수 스위트 박스를 인터뷰했는데 끝나고 나더니 자기가 해 본 인터뷰 중에 베스트였다고 하더라고요. 굉장히 뿌듯했죠.


출연자에게 민감한 사안을 물어봐야 할 때는 어떻게 하나요?

무조건 웃는 얼굴로 물어봐요.(웃음) 불쑥 물어보면 안 되고 살짝 돌려가면서 답변을 유도하죠. 토크쇼의 성격상 지나치게 논란의 여지가 있는 질문은 피하고 있어요.


여가 시간에 주로 뭘 하세요?

방송일을 하고 있지만 TV를 거의 안 봐요. 라디오를 많이 듣고 인터넷이나 신문을 보죠. 유일하게 TV 시청하는 건 야구경기랑 영화, 미드 볼 때 뿐이에요. 그것도 시간이 들쑥날쑥해서 규칙적으로 챙겨보진 못하고 DVD빌려서 3일 동안 폐인생활하면서 보기도 하고 그러죠.


방송일 외에 계획하고 있는 일이 있으세요?

시켜줄 때까지 방송할래요. 몇 년까지만 해도 ‘이제 곧 나이가 많아질 텐데 누가 써주겠나’ 회의적이었어요. 관리 열심히 해야죠.(웃음) 안정현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나 색깔을 잘 배어나게 만들어서 저만이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성격을 만들어갈 거예요.


사람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길 바라시나요?

화끈한 사람이요. 제 인생모토가 ‘study hard, work hard, play hard’(공부도 열심히, 일도 열심히, 놀기도 열심히)예요.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이 아닌, 하기로 마음먹었으면 완전히 매달려서 백퍼센트 발휘하고, 아니다 싶으면 접고 노는데 집중하죠. 주변에서 ‘일도 잘하지만 놀기도 잘하더라’라는 말을 해주는 게 제일 칭찬인 것 같아요.




안정현 아나운서는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안청시 교수와 민주당 손봉숙 전의원의 장녀다. 엄격했던 부모님은 대학 시절 MT는커녕 친구 집에서 자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다. 심지어 직장 생활을 시작한 이후에도 통금시간이 10시로 정해져 있었다. 그가 완벽함의 원칙을 고수하는 것도 부모님의 엄격한 교육과 무관치 않다.

안정현 아나운서는 바바라 월터스와 다이앤 소여를 닮고 싶다고 했다. 사회 곳곳에서 사람의 향기를 놓치지 않겠다는 그의 각오는 시간이 흐를수록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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