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김두호] 지난주로 86회를 방영한 시청율 1위의 TV드라마 <조강지처클럽>은 그 동안 바람둥이 남편들에게 고통을 받으며 살았던 조강지처 김해숙(안양순) 오현경(나화신) 김혜선(한복수)의 한풀이 복수 장면들이 어지럽게 이어졌다. 김해숙은 반신불구가 되어 돌아와 더부살이를 하고 있는 남편 한진희(한심한)를 걷어차 방바닥에 쓰러뜨리며 쌓인 울분을 터뜨리고, 김혜선과 오현경은 호시탐탐 접근해오는 남편들을 내쫓고 내치는 보복으로 설욕을 하는 사필귀정(事必歸正)형 통속 드라마의 마무리 단계를 보여주고 있다.

<조강지처클럽>은 드라마의 묘미인 극적인 반전(反轉)이 없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 어떻게 흘러갈지 시청자들이 모두 꿰고 보면서도 재미를 느끼는 것은 복잡한 갈등구조와 리얼리티의 긴장감보다 드라마를 오락성 허구로 생각하며 부담없이 보도록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데 있다. <조강지처클럽>은 또 드라마의 생명인 여운이 없다. 한 지붕 밑에 한 남자와 두 여자가 살고, 멀쩡한 가족을 버리고 유부남 집에 들어와 사는 여자, 돈 많고 잘생긴 총각과 집 나온 연상의 유뷰녀와의 사랑 등 등장하는 인물 관계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고 사랑하고 싸우는 이야기들도 드라마가 끝나면 감동이나 여운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딱 하나 부럽고 아름다운 장면이 이따금 등장한다. 불륜 아내로 마음 고생을 하며 사는 손현주(길억)와 둘도 없는 친구 손종범(공소장)의 우정이다.

손종범이 손현주에게 보여주는 우정은 헌신적이고 애처러울 만큼 지극하다. 살아가면서 좋은 친구 한 사람만 있어도 외롭지 않다는 말이 그들 사이를 두고 한 말 같이 아름답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아내(변정민=정나미)가 김혜선의 남편 오대규(이기적)와 불륜으로 가정이 파탄났을 때, 자살을 시도하고 방황할 때, 오대규의 아내 김혜선에 대한 사랑으로 고민할 때 손현주의 따뜻한 우정의 길잡이로 손종범이 등장한다. 상처받은 사람끼리 사랑이 싹트고 결혼까지 약속하게 된 손현주 김혜선 사이에 만삭의 몸으로 나타나 고민거리가 된 변정민에게도 손현주를 대신해 걱정을 떠안고 뒷바라지 하는 우정을 보여준다.

그렇게 친구의 고민을 자신의 고민처럼 생각하며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희로애락을 함께 하는 우정이라면 삭막한 세상을 살아도 외롭지 않을 것이다. 진정한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고 베푸는 데 있다면 진실한 우정도 이해관계나 조건을 따지지 않고 친구의 아픔을 함께 아파하며 고통을 들어주는 데 있지 않을까?

손종범과 손현주는 성이 같고 다같이 KBS 출신이지만 나이는 43살인 손현주보다 손종범이 4살 어린 1969년생이다. 손종범은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독립운동가 나석주 역으로 열연했고 <불멸의 이순신> <서울 1945> <이별> 등에서 성격이 강하고 섬세한 연기로 주목을 받아왔다. 손현주는 <조강지처클럽>에서 아주 선량하고 속이 깊은 순정파 남편 역을 맡았으나 <장미빛 인생>에서는 조강지처 최진실을 버리고 바람난 남편으로 출연해 역시 인기 드라마로 끌어올렸다. 모두 문영남 작가의 드라마인데 문 작가의 작품만 9편에 출연한 단골 연기자다.

김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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