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9시즌에 대처하는 박지성의 자세
08/09시즌에 대처하는 박지성의 자세
  • 이근형
  • 승인 2008.07.3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상없이 ‘백업요원’ 딱지 떼어내야 / 이근형



[인터뷰365 이근형] 2008년 5월 21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07/08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외신의 전반적인 예상이었던 ‘박지성 선발 출격’을 완전히 빗나가는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바로 중앙 미드필더 오언 하그리브스를 오른쪽 윙 미드필더로 투입시키면서, 백업 명단에서도 박지성의 이름을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날 박지성은 ‘시즌아웃’ 선고나 다름없는 루즈니키 스타디움 좌석에서 게리 네빌과 함께 경기를 관전해야 했다.

때문에 국내 언론은 물론이고 외신에서도 퍼거슨 감독의 선수기용에 물음표를 달았다. 아니, 단순히 의문을 나타낸 것이 아니라 거의 ‘사건수사’ 수준으로 박지성 이 왜 출전하지 못했는지에 대해 분석하기 시작했다.

국내 축구 팬들은 말 할 수 없이 뿔이 났다. 경기 전날까지 박지성의 선발 출장은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벤치조차 지키지 못한 데서 오는 배신감은 극에 달했다. 소신껏 포메이션을 짠 퍼거슨 감독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갔음은 당연하다.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구가하던 ‘옆집 푸근한 아저씨’ 퍼거슨 감독이 하루 아침에 ‘냉혈한’으로 격하되기까지 했다.

하지만 자명한 사실은 오언 하그리브스가 오른쪽 윙 미드필더로서 제 역할을 다했다는 것이다. 그는 그동안 수행했던 홀딩 미드필더ㆍ수비형 미드필더의 탈을 벗어내고 날개 요원으로서의 숨겨진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오언 하그리브스는 주 포지션이 중앙 미드필더이지만, 오른쪽 윙백으로도 호환이 가능한 요원이다. 그래서 그는 맨유의 시즌 후반기 즈음 게리 네빌의 시즌 아웃으로 공석이던 오른쪽 윙백 자리를 웨스 브라운과 함께 번갈아가며 채웠다. 맨유 수뇌부의 평가는 ‘합격’이었다. 하그리브스는 상대편의 왼쪽 사이드를 철저히 봉쇄하면서도 특유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패스로 게리 네빌의 공백을 잘 막아줬다. 또 하나 놀라웠던 사실은, 중원 청소 요원인 그가 프리킥에서 예봉의 발놀림을 자랑하고 오버래핑에도 일가견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랬기에 퍼거슨 감독은 그의 공격력에 조금 더 비중을 둘 수밖에 없었고 박지성이 명단에서 제외되는 게 수순이었다는 게 대체적인 중론이다.


그렇다. 아무리 박지성의 출장 경기가 100퍼센트에 육박하는 승률을 자랑한다 하더라도, 그는 맨유에서 백업 날개 요원이다. 데뷔 첫해인 05/06 시즌 이후 늘 그래왔으며, 앞으로도 그는 백업 요원의 딱지를 좀처럼 떨쳐버리기 힘들 것이다. 최근 맨유의 주 공격요원이자 팀의 살림꾼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세계적 명문 클럽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박지성의 붙박이 주전 격상’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긴 하지만, 뒤이어 들려오는 소식에 따르면 호날두의 선택이 어떻게 될 지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 따라서 호날두의 공백에 따른 콩고물은 기대하지 않는 편이 속편할 듯하다.




박지성을 괴롭혀온 부상, 그리고 자신감 결여


그렇다면 왜? 05/06 시즌까지 34경기에 달하는 경기에 출장하며 ‘준 선발 요원’의 자리를 점한 박지성이 06/07 시즌부터는 점점 중요한 위치를 점하지 못했는지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실 지난 07/08 시즌을 놓고 보면 2007년 11월 박지성의 컴백 경기였던 선덜랜드전을 시작으로 선발 혹은 교체를 번갈아 가며 활발한 모습을 보여준 좋은 시즌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는 사이 박지성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부상에 시달리는 백업 선수’에서 다시금 ‘준 선발 요원’으로 격상되었다. 그러나 넓은 의미에서 볼 때 박지성은 분명 백업에 지나지 않았다.


우선 박지성을 지독히도 괴롭히는 ‘부상의 악령’을 이유로 꼽을 수 있다. 박지성은 이 악령 때문에 06/07 시즌 후반기는 물론이고 07/08 시즌 전반기까지 놓치는 불운을 겪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인대 부상은 박지성의 고질병으로 드러났고, 06/07 시즌 후반기에 그간 인대 부상을 고치지 않은 것에 대한 대가로 장기간 미국 원정 치료를 떠나야만 했다.

이후 07/08 시즌 전반기까지 호전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오지 않자, 06/07 시즌 후반기까지 열심히 뛴 것이 물거품이 되지는 않을지, 혹은 다른 팀으로 임대되지는 않을지 걱정 섞인 루머가 돌기까지 했다. 그만큼 박지성의 피지컬적인 면은 타 프리미어리그 선수들에 비해 뒤쳐지는 것이 분명하고, 부상에서 쉽게 회복하지 못한다는 단점 때문에 강한 선수만 다독여주는 맨유의 클럽 분위기에 맞지 않았다.


게다가 박지성은 05/06 시즌 이후부터 자신감이 결여된 플레이를 많이 보여 왔다. 05/06 시즌은 박지성의 맨유 데뷔 시즌인 동시에 이적 직전 PSV 에인트호번 (네덜란드)에서 보여줬던 절정의 플레이가 자연스럽게 연장된 시기였다. 새로운 무대에 대한 자신감이 충만했고, 무엇보다도 비슷한 경력을 지닌 정신적 동료 뤼트 판 니스텔로이(현 레알 마드리드)가 있었기 때문에 유기적인 발맞춤도 할 수 있었다. 처음 빅 리그에 나선 것 치고 빨랐던 데뷔 골, 그리고 폭발적인 스피드와 유기적인 패싱게임으로 곧잘 어시스트를 이끌어내던, ‘박지성다운’ 아름다운 시즌이었다. 거기에 더해 자신과 같은 날개 포지션이라 할 수 있는 라이언 긱스, 호날두 모두 05/06 시즌에 기대 이하의 플레이를 펼쳤던 천운까지 겹쳐졌다.


그렇지만 2006 독일월드컵 폐막 후 시작된 06/07 시즌은 전 시즌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었다. 호날두는 ‘월드컵 루니 조롱사건’ 때문에 각계각층에서 쏟아지는 비난을 악으로 깡으로 이겨내고 엄청난 양의 플레이를 소화했으며, 긱스는 전성기만큼의 위치에까지 올랐다는 호평을 들었다. 박지성의 자리는 점점 좁아져만 갔다. 무엇보다도 06/07 시즌 1라운드 풀럼전에서 후반 교체되어 들어간 박지성은 대담하고도 결정적인 플레이가 아닌, 공을 뒤로 빼거나 미드필드, 공격진에게 연결해주는 간단한 동작으로 일관했다. 물론 뤼트 판 니스텔로이의 레알 마드리드 이적도 박지성에게 영향을 끼쳤겠지만, 자신의 라이벌로 지목되는 선수들의 호성적과 거기에 따른 본인의 소극적 태도가 백업으로 굳히는 요소가 작용했다.




07/08 시즌 후반기처럼만 한다면


만약 박지성이 07/08 시즌 후반기에 보여준 대담한 플레이를 이전부터 일관성 있게 유지해 왔다면, 첼시나 아스날 같은 ‘리그 상위권을 다투는 중요한 게임’에도 모습을 드러내는 등 05/06 시즌과 다를 바 없는 ‘준 선발 요원’의 자리를 지켰을지도 모른다. 2007년 겨울 컴백을 기점으로 07/08 시즌 후반기에 보여준 박지성의 대담한 플레이는 가히 100점 만점이었다. 좌우 윙 미드필더를 가리지 않고 출전해 공격의 대열에 참여하거나, 빈틈을 착실히 채워주는 수비적 역할도 훌륭했다. 특히 07/08 챔피언스리그 8강 AS 로마전 원정 경기에서 골라인의 경계를 무시하고 몸을 던져 헤딩으로 어시스트 하던 박지성의 용맹성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아마 07/08 시즌 후반기는 박지성에게 있어 데뷔 시즌 이후로 가장 많은 극찬을 받았던 때가 아닌가 싶다. 당시 맨유에서도 박지성의 이러한 유기적, 공격적 플레이에 반해 출장 횟수를 점점 늘려주는 보너스를 지급했고, 맨유 선수들 사이에서도 박지성과의 정신적 교감을 통한 발맞춤을 시도했었다. 멀리 찾지 않아도 이러한 긍정적 변화를 알 수 있는 것이 바로 07/08 챔피언스리그 4강 FC바르셀로나와의 2차전이다. 박지성은 안데르송, 스콜스, 호날두 등과 함께 서로 볼을 띄워주며 자리를 마련해주거나, 동료에게 받은 볼을 논스톱으로 연결하여 바르셀로나 골문을 위협하는 등 척척 들어맞는 공격력을 보여줬다. 그간 우리나라 팬들 사이에서 “왜 스콜스는 박지성 선수에게 패스를 안해주느냐”, “루니는 공이 가는데, 왜 박지성에게는 공이 안 가느냐”며 불만이 많았지만, 07/08 시즌 후반기는 이러한 말들을 잠식시키는 긍정적인 시즌이었다.


다행히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을 대하는 태도에서는 긍정적인 영향을 감지할 수 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축구 대표팀 최종 명단이 발표되지 않았을 때, 박성화 올림픽팀 감독은 박지성 선수를 와일드카드의 유력한 후보로 지목하며 그의 베이징 올림픽 합류를 내심 기대했지만 맨유 수뇌부, 특히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의 올림픽 출전에 강한 부정을 드러내며 거기에 따르지 않을 것을 시사했다. 이는 스타플레이어에게서 자주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다. 브라질에서도, 아르헨티나에서도 호나우지뉴(AC 밀란)나 메시(바르셀로나)의 차출에 대해 논란이 많다.

박지성은 현재 맨유의 훈련장인 캐링턴에서 오른쪽 무릎 이상에 대한 치료 및 몸 추스르기에 나섰다. 이에 힘을 더해주는 낭보로 퍼거슨 감독은 시즌 개막전이나 커뮤니티 쉴드(리그 우승팀과 FA컵 우승팀의 대결)에 박지성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자연스레 박지성의 ‘시즌 첫 출발 선발’이 조심스럽게 점쳐지는 모양새다. 확실한 것은 맨유가 남아공 투어를 마치고 다시 잉글랜드로 돌아와봐야 판단할 수 있겠지만, 어쨌거나 박지성에게는 호재다. 멀리 남아공에서 뛰지 않고 몸을 추슬렸으니 컨디션은 일단 기대 이상일 것이다.


맨유는 토트넘 스트라이커 디미타르 베르바토프 영입설, 위건 애슬레틱에서 뛰는 에콰도르 대표 윙어 루이스 발렌시아 영입설 등 공격진의 전반적인 수혈 및 재건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거기에 남아공 투어에서 훌륭한 플레이로 맨유 수뇌부의 눈도장을 받은 몇몇 신인급 선수들이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박지성은 박지성대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결장을 기점으로 선발급 선수들과 꽤 오랫동안 떨어져 지낸 탓에, 경기 감각이 떨어져 있을 수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위험요소는 필수불가결적으로 박지성의 몸에 달라붙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박지성은 특유의 장기를 확실히 보여줘야 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포지션 불문하고 빈틈이 생기면 틀어막아야 하고, 몸을 내던지듯 열정을 다해야 할 것이다. 머지않아 박지성의 개막전 선발출장이라는 굿뉴스가 들려오기를 기대해 본다.






기사 뒷 이야기가 궁금하세요? 인터뷰365 편집실 블로그

이근형
이근형
press@interview365.com
다른기사 보기


  • 서울특별시 구로구 신도림로19길 124 801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737
  • 등록일 : 2009-01-08
  • 창간일 : 2007-02-20
  • 명칭 : (주)인터뷰365
  • 제호 :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명예발행인 : 안성기
  • 발행인·편집인 : 김두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문희
  • 대표전화 : 02-6082-2221
  • 팩스 : 02-2637-2221
  • 인터뷰365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interview365.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