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들을 무장해제시키는 '단박인터뷰' PD 김영선
거물들을 무장해제시키는 '단박인터뷰' PD 김영선
  • 김우성
  • 승인 2008.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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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해보고 싶은 인터뷰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 김우성



[인터뷰365 김우성] 이슈의 중심에 서있는 사람들이 입을 연다. 주어진 시간은 15분. 그야말로 시선집중이다. 형식은 만들어간다. 필요하면 달음박질도 하고, 질문한 이의 허를 찌른 답변마저 고스란히 담아낸다. 노래는 필수다.

KBS1TV <단박인터뷰>가 그동안 만나온 사람만도 170여 명. 4.25재보선에서 정치무대로 돌아온 김홍업 의원부터 최근의 거스 히딩크 감독까지, 각계각층이 망라된 인물들이 허심탄회하게 시청자들과 마주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 김영선PD가 있었다.



‘단박인터뷰’로 유명해진 걸 실감하세요?

사실 화면에 나오는 건 저 하나고 단박인터뷰하면 ‘김영선피디’와 동일시되는 부분이 많아요. 하지만 1주일에 세 번, 그것도 당일 인터뷰하고 당일 방송하는 쉽지 않은 상황에서 톱니바퀴 물리듯 돌아가는 팀웍이 없었다면 단박인터뷰도 존재할 수 없었을 거예요. 진행을 맡으라는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갈등이 많았어요. 저를 캐스팅한 제작진마저 불안감이 컸을 정도니까. 완강히 거부했었는데 시간상 쫓기면서 결국 PD의 마음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진행을 잘해보겠다. 스타가 되겠다”가 아니었고 “진행자를 캐스팅해야 하는데 그 카드로 김영선이 올라왔다. 도박인데, 검증된 사람보다는 실패 확률이 높지만 그만큼 가능성도 있다”는 생각이었죠. 그 부분을 제작진이 잘 만들어준 거고요.


기라성 같은 인물들을 상대하는 일이 쉽지 않을 텐데요.

단박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선배가 해줬던 얘기 중에 절실히 와 닿았던 게 ‘너는 사람하고 맞장을 떠야하기 때문에 기가 있어야 한다’였어요. 그래서 지금도 운동을 하고 있죠. 술은 끊지는 못하고 줄였고, 인터뷰 전날은 최대한 약속을 잡지 않아요. 개인적으로는 가슴 아픈 삶이죠. 하하.



낮에는 치고받고 치열했던 사람들도 단박인터뷰에서는 누그러집니다. 의도된 것이겠죠?

의도라기보다는 첨예한 쟁점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는데도 인간적인 면이 묻어나와요. 단박인터뷰 포맷 자체가 뉴스나 대담프로처럼 딱딱하고 정색을 하면서 묻는 게 아니라 화법 자체가 자연스런 대화를 유도하다보니까, 대화를 할 때 딱딱하게 얘기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한 편으로는 사안의 민감성에 집중하기보다 그 사람의 인간적인 측면에 눈길이 가서 과연 그것이 옳은 방향인가하는 고민이 있어요. 아무리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하더라도 그 사람의 위치와 발언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는 기존의 인터뷰, 특히 시사보도성 인터뷰의 룰을 깨뜨린다. 부드러운 인상도 그렇고, 상황에 따라 선생님께 혼나는 학생처럼 뒤로 물러서는가하면 때로는 수줍어하는 식이다. 단박인터뷰 이전 그는 <시사투나잇>에서 마이크 하나 들고 정치인들을 따라다닌 적이 있다. 겸연쩍어하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빙글빙글 웃으면서 쫓아다니는 모습은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단박인터뷰 방송 초기 카리스마 없다, 너무 웃는다, 비굴해 보인다 등등 논란이 있었어요. 하지만 내가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캐릭터를 바꾸기가 어렵더라고요. 지금은 본 모습 그대로 하려고 해요.”



이 인터뷰는 ‘터진다’하고 예상되기도 하나요.

이명박 대통령의 한나라당 경선후보시절 경선 룰에 합의를 하고 첫 언론 인터뷰가 저희였어요. 무슨 내용이 나오든지 간에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으니까 섭외해놓고 ‘이거는 됐다’ 싶었고, 심형래 감독 같은 경우에도 섭외를 해놓은 상태에서 인터뷰하기 전날 학력위조 사건이 터졌어요. 다행히 그 분이 인터뷰를 취소 안했죠. 단박인터뷰가 녹화방송이기 때문에 그런 걸 기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요. 본인들이 문제가 될 만한 도발적 답변을 하지 않겠죠. 섭외나 기획에서 판가름이 나는 것 같아요.



가장 기대가 됐던 인터뷰는 뭐였죠?

참 많은데. (한참 생각하다가) 사실 제일 기대됐던 인터뷰는 가수 비였어요. 하하. 팬이라기보다는 궁금한 게 참 많았거든요. 역으로 가장 아쉬웠던 인터뷰이기도 해요. 시간이 너무 짧아서 읽어내는 작업, 교감을 할 수가 없었죠.


그렇다면 가장 긴박했던 인터뷰는요?

이승엽 선수요.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딱 15분이었기 때문에 도대체 방송분량이 나올 수 있을까라는 긴장 속에 인터뷰를 했었는데 그건 시간적으로 쫓겼던 거고, 가장 긴박했던 인터뷰라면 아무래도 이명박 대통령 인터뷰였던 것 같아요. 중간에 못할 뻔했었거든요.


가장 뭉클했던 인터뷰는 언제였나요?

김민기 대표와의 인터뷰였죠. (그는 이미 여러 차례 자신의 애창곡을 묻는 질문에 김민기의 ‘봉우리’를 꼽은 바 있다.)


가장 사심있던 인터뷰는요? 이를테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인연이 있어서 남달랐던 인터뷰 말이죠.

저하고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던 것은 아닌데 어렸을 적부터 박진영씨 팬이었어요. 그래서 사심있는 인터뷰라고 대놓고 공개적으로 얘기할 수 있어요.



가장 김샜던 인터뷰. 차라리 안 하는 게 나을 뻔 했다 싶었던 인터뷰가 있나요?

있긴 있어요.(웃음)


가장 두려웠던 인터뷰를 꼽자면요?

조갑제 대표였어요. 인터뷰하기 전날 잠을 못 잤거든요. 실제로 인터뷰할 때도 말문이 막히더라고요. 뭘 어떻게 질문해야 할 지, 답변의 내용이 너무나 신념에 차있고 확신에 차있고 자신의 논리로 철저하게 무장이 되어있었어요. 일반정서와 다소 동떨어져 있는 부분을 말씀하시잖아요. 인터뷰 내내 ‘아 어떻게 해야하지’라는 생각이었는데 다행히 편집이 잘됐죠.


가장 해보고 싶은 인터뷰가 있으신지요?

이루기 힘든 꿈이지만 저희가 늘 김정일 국방위원장 인터뷰를 신청해놓자고 얘기를 해요. 실제로 외국 언론사들은 다 신청을 해놨거든요. 50여 개 언론이요. 방송 초창기부터의 바람입니다. 한국말로 할 수 있는 인터뷰잖아요. (웃음)


방송국에 들어오기 잘했다고 느낀 순간이 있었나요?

방송일을 하지 않았으면 가볼 수 없었던 곳과 방송일을 하지 않았으면 만날 수 없었던 사람들을 만났을 때. 구체적으로는 남북정상회담 다음해 북한문화유산 시리즈를 위해 북한에 갔을 때와 이라크 아르빌에 갔을 때죠.


방송 멘토가 이영돈PD라고 밝힌 적이 있는데 삶에 있어 멘토는 누군가요.

어머니예요. 어머니는 그냥 주부이세요. 가끔 존경하는 여성상을 물어보는 분들이 있는데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나름대로 커리어우먼이고 사회에서 성공을 했다고 그러잖아요. 그런 것들이 인간적으로 성숙되게 사는 것보다는 쉬운 것 같아요. 인간적으로 잘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어머니의 역할을 보며 느끼는 게 많아요. 남을 배려하고 남을 돋보이게 하면서 산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구나하는 걸요.



“김영선이 말하는 인터뷰는 무엇이다.”

교감. 인터뷰는 마음을 열고 서로에게 서로를 맞춰가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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