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가운데서 시골길을 걷다 -삼청공원
서울 한가운데서 시골길을 걷다 -삼청공원
  • 김우성
  • 승인 2008.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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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춘 고즈넉한 산책길 / 김우성



[인터뷰365 김우성] 도심 한가운데 위치해 있으면서도 도시답지 않은 고즈넉한 풍경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곳이 있다. 이국적인 카페와 아기자기한 아이템, 그리고 옛날 한옥 등이 어우러져 독특한 느낌을 자아내며 데이트나 사진 촬영 코스로 큰 인기를 얻게 된 서울 삼청동이다. 행정구역을 떠나 통상적으로 삼청동이라 하면 경복궁 동쪽 청와대 입구에서부터 금융연수원을 지나 성북동으로 넘어가는 언덕 초입에 이르기까지, 외곽으로는 화동 정독도서관 일대까지를 포함한다.



최근 이곳에는 프렌차이즈 요식업소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삼청동 본연의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한 주말만 되면 자동차와 사람이 얽혀 북적대는 통에 모처럼의 여유를 즐기는 게 쉽지 않아졌다. 하지만 조금만 더 부지런을 떨어 발걸음을 옮기면 시냇물이 흐르고 산새가 지저귀는 녹음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다.



삼청공원은 북악산 자락 약 38만m²의 면적 위에 조성된 산속의 공원이다. 물이 맑고 숲이 맑아 사람의 마음이 맑아진다고 해서 삼청이라고 불리게 된 이곳은 경복궁 북동쪽 북악산 동쪽기슭의 능선을 따라 서울 성곽 산책로가 개설되어 있다. 이용객들은 삼청동 감사원 아래쪽에 마련된 입구로 가장 많이 진입하지만 성북동 쪽에서도 진입이 가능하다.



공원이라고는 해도 등산 예비단계쯤에 해당할 만큼 제법 산을 오를 수 있게 되어있다. 부담스러운 정도는 아니다. 입구에서부터 천천히 걸어 올라가도 정상 말바위까지 30여분이 채 안 걸린다. 더군다나 이용객들의 편의를 고려해 최근 나무로 된 계단으로 새단장을 끝낸 터라 격하지 않은 운동을 요하는 이들에게는 안성맞춤 건강 코스다.



공원 정상의 말바위는 북악의 산줄기에서 동쪽으로 좌청룡을 이루어 내려오다가 산줄기의 끝에 있는 바위라 하여 말바위라 부르게 되었다. 소나무 숲길을 따라 말바위에 오르면 주변의 성곽과 서울의 도심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절경이 펼쳐진다. 태조5년 축성된 서울성곽(사적 제 10호)은 북악산, 낙산, 남산, 인왕산의 능선을 따라 축조되었으며 약 17km에 이른다. 이렇듯 말바위는 우리역사를 직접 체험할 수도 있는 곳이어서 명당중의 명당이라 할 만하다.



삼청공원은 생태연못 조성과 다양한 수생식물 양서류 방사로 생태계가 회복되어 철새, 딱따구리, 너구리 등이 관찰되는 생태체험장이기도 하다. 실제로 공원에서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딱따구리 소리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또한 공원 내 야생화 단지와 생태연못 일대에는 고추밭, 표주박, 메밀 등을 식재하여 도심 속 시골 풍경을 조성해 놓았다.



삼청공원은 시간이 멈춘 곳이다. 똑같은 배드민턴장이라도 새벽녘 셔틀콕 소리 요란하게 열심히 라켓 휘두르는 모습보다는 늦은 오후 배드민턴장은 비워둔 채 한 쪽 벤치에 몸을 누이고 얼굴 위로 쏟아지는 햇살을 받아들이는 모습이 더 어울릴 법한 곳이다. 이따금 맨발로 숲길을 거니는 사람들도 마주칠 수 있다. 가족, 연인과 손을 잡고 고요한 적막을 누리는 사람들에게서는 하나같이 느긋하고 편안한 표정이 읽혀진다.



삼청공원은 시간을 두고 천천히 다가갈수록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이다. 도심의 일상에 지쳐있는 이들에게는 갈증 끝의 맑은 약수물 한잔으로 대표되는 소박한 기쁨을 안겨줄 것이다. 다만 생명의 마지막 보루라 할 수 있는 이곳을 온전히 보존하기 위한 이용객들의 수준 높은 시민의식도 함께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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