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에 재발견한 '백재희'의 카리스마 이정재
13년 만에 재발견한 '백재희'의 카리스마 이정재
  • 김두호
  • 승인 2008.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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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없는 절정의 배역, '모래시계' 보디가드 / 김두호



[인터뷰365 김두호] 연기자 이정재와 참으로 오랜만에 마주 앉았다. 스포츠신문의 연예면 데스크에 앉아 일하던 시절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클럽에서 둘이 커피를 마시며 인터뷰를 했을 때가 1995년 초여름 이맘 때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모래시계> 출연 후 인기가 극에 달해 있을 때였다. 그를 얼마 전 ‘배창호 감독 영화 특별전’에서 다시 만났다. 배창호 감독의 영화 <젊은 남자>를 통해 영화배우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그동안 연기자 이정재의 명성은 TV보다 오히려 영화 쪽에서 더욱 꾸준히 빛을 냈다.


요즘 어떻게 지내느냐고 물었다. 여균동 감독의 신작 <1724 기방난동사건>의 출연을 마쳤다고 대답했다. 이정재가 인터뷰365를 모르고 있듯이 기자도 이정재가 최근에 출연한 영화를 모르고 있었다. 배우도, 기자도 뉴스와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어서 서로의 근황을 미처 알지 못하고 있었지만 서로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모처럼 만난 길에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런데 13년 만에 다시 만난 그의 표정에서, 그리고 몸짓, 생각이나 느낌들과 마주치는 순간 ‘그때 그 모습이 지금도 가장 선명하고 멋지게 남아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래시계>의 백재희. 그가 연기자로 남긴 그 캐릭터 하나가 기자의 눈앞에 오랜만에 나타난 실물 이정재의 이미지와 아주 절묘하고 강렬하게 오버랩 됐다.





변한 것이 없어 보인다. 얼굴도 그대로고 체형도 안 변했다. 느낌도 같다.

(그는 악수를 하면서 웃기만 했다. 여전히 말을 아꼈다. 그냥 벙긋벙긋 웃는 모습이었지만 따뜻하게 쏘아주는 눈빛이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과 정감을 느끼게 했다. 그는 실제 별명이 ‘침묵리우스’라고 할 만큼 입이 무겁다)



건강해 보인다. <에어시티>(2007년 MBC 16부작 주말드라마)를 종종 보았다. 국제공항을 무대로 한 촬영장의 특성과 스피디한 사건 전개가 인상적으로 기억된다. 최지우의 액션도 볼만 했다. 그 드라마 출연 후에는 어떻게 지냈나?

지난 4개월간 여균동 감독의 영화 <기방난동사건> 출연으로 바쁘게 보냈다. 재밌는 동작과 대사를 요구하기 때문에 촬영기간 내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지금은 다음 작품을 고르고 있다.



여 감독의 영화는 어떤 작품인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코미디 액션이다. 주먹을 쓰는 건달들이 명월향이라는 기방과 설지라는 기생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나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주인공 천둥으로 나온다.



지금도 사업을 하는가? (그는 언젠가 강남에서 음식점을 개업했었다)

하지 않는다. 그때도 내가 한 것이 아니고 어머니가 경영하셨다.



배창호 감독과 <젊은 남자>로 만나 그 후에도 <흑수선> 등 몇 작품을 더 했다. 배 감독이 안성기와 함께 아끼고 인정하는 대표적인 배우가 이정재인 것 같다.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렇다. 영화를 알게 하고 영화연기에 애정을 갖도록 해 준 분이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다가 ‘특별 영화주간’을 한다는 전화를 받고 반가웠다. 오늘 밤에 배 감독님의 <꼬방동네 사람들>을 모두 관람하고 리셉션에도 참석할 생각이다.





결혼할 나이(이정재는 올해 35살로 무녀독남이다)가 된 것 같은데?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미루지 않겠다.



어떤 인물을 만나고 싶은가?

내 눈높이에 맞는 인물을 기대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것은 여러 부문에서 그렇게 대단하고 큰 욕심의 눈높이가 아니다. 오히려 평범하면서 선량한 눈빛을 가진 사람이다.



이미숙 고현정 오연수 최지우 전지현 등 TV드라마와 영화에서 수많은 간판급 여배우와 파트너로 연기를 했다. 그들 가운데 호감형이 있나?

(그는 버릇처럼 슬며시 웃는 얼굴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리고는 바뀐 연락처를 알려주며 다른 날에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기로 약속했지만 더 이상 특별한 이야기가 나올 것 같지는 않았다.)






오랜만에 만난 이정재는 그처럼 <모래시계>부터 떠오르게 했다. 기자의 눈에 다시 비친 배우 이정재는 여전히 <모래시계>의 백재희였다. 침묵으로 무겁게 잠겨 진 꾹 다문 입술과 차가운 표정 속에서 순간순간 밀려나오는 사나이의 멋진 미션과 인간애. 주연보다 더 빛나는 윤혜린(고현정)의 보디가드 백재희는 연기자 이정재의 대표적인 배역 자리에 아직도 건재해 있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안방극장에 모래태풍을 일으킨 <모래시계>의 최민수(박태수 역) 고현정(윤혜린) 박상원(강우석)을 포함해 작가 송지나, 연출 감독 김종학까지 모두가 <모래시계> 그 후, 그 이상의 작품을 보여준 적이 없는 것 같다.


또 있다. 수많은 지방에서 드라마 촬영지들이 명소처럼 등장하지만 동해안의 이름 없는 조그마한 해변 마을에서 상상할 수 없는 대단위 관광명소로 바뀐 <모래시계>의 촬영장 정동진만큼 아직은 그 이상의 명소가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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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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