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이 생일인 어느 초등생이 본 국립현충원
현충일이 생일인 어느 초등생이 본 국립현충원
  • 황윤서
  • 승인 2008.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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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년 전, 군인 할아버지를 찾아서 / 황윤서



▶ 편집자 주 / 이 글은 공교롭게도 현충일과 생일날이 같은 황윤서 양(상명초등학교 5학년)이 가족을 따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고 할아버지에게 제출한 소감문을 재구성해 정리한 특별기고문이다.



오늘은, 현충일이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내 동생까지 모두 아홉 식구가 서울 동작동에 있는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았다. 나라에서 세운 묘지다. 우리는, ‘황문수의 묘’ 앞에 모여앉아 머리를 숙였다. 할머니는 57년 전에 돌아가셨다는 군인할아버지를 위하여 하느님께 기도를 하셨다. 이어서 할아버지는 ‘황문수 할아버지’에 대한 말씀을 이렇게 해 주셨다.



58년 전, 6월 25일은 일요일이었단다. 할아버지의 숙부이시며 당시 국군이었던 이 어른은 토요일 오후에 휴가를 나오셨다. 충청도 아산의 농가에는 얼마 전에 결혼한 부인이 기다리고 계셨다. 바로 다음날 새벽에 깜짝 놀랄 뉴스가 라디오를 통해 나왔다. “북한 인민군의 남침으로 전쟁이 일어났으니 휴가 중인 모든 장병은 즉시 부대로 돌아오라” 는 긴급명령이었다.



주변사람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이 할아버지는 부대로 돌아가셨다. 본래 성격이 강직하시고 머리가 뛰어나셔서 많은 사람들의 칭송을 받으셨다는 24세의 이 어른은, 부모형제와 새 색시의 걱정을 아랑곳하지 않고 군인답게 부대로 돌아가셨다. (그날, 함께 휴가를 나왔던 친구 한 분은 전쟁의 두려움으로 귀대하시지 않았다고 하셨다.) 할아버지는, 6.25 전쟁이 얼마나 우리나라의 큰 비극이며 무서운 일이었나를 말씀하시려다가, 돌아가신 할아버지 생각에 잠시 목이 메시는 것 같았다.



<육군하사, 황문수, 1951년 4월 28일, 서대문 전투에서 전사>라고 비문에 쓰여 있다. 전쟁 중에 가족들은 공산군 밑에서 군인가족이라 하여 고생을 몹시 겪으셨다. 부산까지 밀려갔던 국군이 다시 올라올 때 이 어른은 몇 십리 옆을 지나가시며 종이 한 장을 아는 사람 편에 보내셨다. “전쟁을 끝내고 속히 가서 뵙겠습니다.”





그길로 국군은 빼앗긴 서울을 다시 찾기 위하여 ‘탈환 작전’을 감행하였다. 이때 할아버지는 서대문 전투에서 전사하셨다. 25세의 아까운 나이로 어른의 부인은 몇 년 후 재가하셨다. 그러니 직계 자손은 아무도 없다. 57년 전의 일이고 지금 살아 계시다면 82세라고 하셨다. 해마다 현충일이면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이곳을 찾아오신다.



오늘 아침은, 국립현충원을 찾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아 새벽부터 서둘렀다. 그러나 내 생각보다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우리 집 사정처럼 직계자손이 없이 부모나 형제뿐인 묘들이 많고 세상을 떠나는 유족들이 많으니 점점 참배하는 사람들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도 하지만, 또 하나는, 요즘 젊은이들이 조상이나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갈수록 부족해진다고 아쉬워하셨다.



나는, 초등학교 5학년 12살이다. 우연한 일이기는 해도, 오늘이 내가 세상에 태어난 생일날이다. 생일을 잊어버리지 않는다면 내가 살아있는 동안 내 생일날인 현충일도 잊어버리지 않고 계속 생각하며 살 것 같다. 이 말을 할아버지가 나에게서 가장 듣고 싶어 하시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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