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재즈클럽 야누스와 재즈싱어 박성연의 33년 동고동락
[인터뷰] 재즈클럽 야누스와 재즈싱어 박성연의 33년 동고동락
  • 김다인
  • 승인 2011.11.1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365 김다인】33년을 이어온 재즈클럽 야누스가 생일잔치를 연다.


11월 22일과 23일 국내의 내로라 하는 재즈 뮤지션들이 모여 깊어가는 가을밤 잼 세션을 연다. 아무것도 미리 준비하지 않은 즉흥연주다. 교대역 1번 출구를 나와 신한은행 뒤쪽 지하에 위치한 야누스에서는 이틀 연속 흥겹고 정겨운 재즈 연주가 울려퍼질 것이다.


야누스보다 더 시설도 좋고 이름있는 재즈 뮤지션들이 출연하는 재즈클럽은 많다. 하지만 야누스가 특별한 이유는 그 역사와 역사를 만들어낸 사람에 있다.


야누스는 1978년 이화여대 아래쪽, 정확하게 말하면 신촌역 근처에 자리잡아 그 문을 열었다. 그 옆에는 당시 소극장 붐을 막 일으키던 76소극장이 있었다. 아주 작고 허름한 이층 공간에 재즈를 울려퍼지게 한 이는 재즈 1세대인 재즈싱어 박성연씨였다. 재즈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저 리듬에 이끌려 들어간 야누스에서 그는 환한 얼굴로 재즈 문외한들에게 참을성있게 재즈를 들려줬다. 당시 봉고를 연주하던 유복성씨 등 재즈 뮤지션들이 작은 공연도 펼쳤고 박성연씨는 특유의 허스키 보이스로 ‘물안개’를 불렀다.


연말이 되면 야누스는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소통공간이 됐다. 너도 나도, 서로를 모르는 사람들이 각각, 단지 재즈와 주인장 박성연씨를 매개로 모여들어 재즈로 들으며 술잔을 나눴다. 밤 12시, 해가 바뀌기 직전에 모두들 카운트다운에 들어가 새해가 되면 서로에게 웃는 얼굴로 덕담을 건넸다. 그때쯤이면 박성연씨는 김이 펄펄 솟는 떡국을 내왔다.


신촌 시절 야누스는 재즈를 잘 모르더라도 뭔가 한가락 한다는 사람들, 연극쟁이, 글쟁이, 그림쟁이들이 모여들던 곳이었다. 야누스 안의 공기는 담배로 매캐했지만 모여든 사람들의 면면들은 신선했다.


신촌 시절을 마감한 야누스는 대학로로 자리를 옮겼다. 지하 널찍한 공간에 무대도 마련했지만 왠지 신촌 야누스보다는 썰렁하고 낯설었다. 모여드는 사람들의 면면이 소수정예, 아는 사람들만 알아 찾아오던 신촌 시절이 아니라 다중을 대상으로 폭이 넓혀진 때문이기도 했다. 다시 야누스는 대학로 시절을 마감하고 청담동으로 옮겨졌다. 역시 지하였다. 공간도 넓고 인테리어도 고급스러웠지만 사람들이 많이 찾아드는 것 같지는 않았다. 썰렁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지만 그래도 좋은 와인을 적정한 가격에 권해주고 치즈안주까지 서비스로 주던 기분좋은 매니저가 있었다.


청담동에서 끝날 줄 알았던 야누스의 방황은 교대까지 이어졌다. 역시 지하공간에 자리한 이번의 야누스는 청담동 시절보다 공간은 좁지만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서 왠지 뉴욕의 작은 재즈클럽으로 들어가는 맛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신촌시절 야누스의 느낌과 가장 비슷한 공간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곳에도 언재나 그랬던 것처럼 박성연씨가 반가운 손님들을 맞는다. 건강이 안좋아 핼쓱해진 얼굴이지만 신촌시절에 보여줬던 인간적인 따뜻함, 재즈에의 고집 등은 여전히 그대로인 채다.


한동안 가보지 못했던 교대의 야누스가 33주년 공연을 한다는 메일을 보내왔을 때 그래, 아직 있었구나! 하는 안도감이 먼저 들었다. 야누스가 있던 곳에서 사라질 때마다 혹시 망한 건 아닌가? 하고 인터넷으로 ‘야누스’를 검색해보고 어딘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안도하던 버릇이랄까.


33년 동안 망하지 않고 건재해준 야누스에게, 재즈싱어 박성연씨에게 건배를 한다. 올댓재즈!


김다인

영화평론가. 인쇄매체의 전성기이던 8,90년대에 영화전문지 스크린과 프리미어 편집장을 지냈으며, 굿데이신문 엔터테인먼트부장, 사회부장, LA특파원을 역임

김다인
김다인
press@interview365.com
다른기사 보기


  • 서울특별시 구로구 신도림로19길 124 801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737
  • 등록일 : 2009-01-08
  • 창간일 : 2007-02-20
  • 명칭 : (주)인터뷰365
  • 제호 :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명예발행인 : 안성기
  • 발행인·편집인 : 김두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문희
  • 대표전화 : 02-6082-2221
  • 팩스 : 02-2637-2221
  • 인터뷰365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interview365.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