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정종화] 2005년 7월 16일 열렸던 프로야구 올스타전은 인천연고 원년팀 삼미 수퍼스타즈의 초대감독이었던 아시아의 철인 박현식 씨가 시구를 맡았다. 당시 올스타전은 야구 도입 100주년을 맞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야구를 받아들인 구도(球都) 인천의 문학구장에서 개최되었고 그는 거동이 불편한 위암투병의 아픈 몸을 무릅쓰고 기꺼이 마운드에서 ‘인천 야구 대부’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지금으로부터 35년 전, 1973년 11월호의 <야구계>잡지에 필자가 쓴 감독순례 기사를 발췌해 보기로 하겠다.

“아시아의 철인 박현식 감독! 한국야구의 무풍지대에서 황금의 어깨로 그라운드의 불꽃을 휘날린 만인동경의 히어로. 장년기를 맞이한 44세의 박 감독은 앞가슴 88번의 반을 걸어온 구력의 사나이다.

그라운드의 풍설 속에 점철된 그의 이마의 주름살은 마치 112개의 홈런을 친 줄기와도 같이 진한 담홍색으로 화인(火印)되어 있기도 하다.

그 옛날의 히어로는 연륜과 함께 명성의 지난날을 만인의 기억으로부터 잊어지게 된다. 그러나 노병은 사라지지 않은 채 그라운드의 영역에서 호흡하고 있을 뿐이다.”

1929년 평남 진남포 태생인 박현식은 7살 때 가족과 함께 인천에 정착하여 명문 동산고에서 간판투수로 각광을 받은 후 50년대 육군 팀에서 홈런타자로 명성을 날렸다. 선수로는 동산중학교(5년)와 경기고를 거쳐 육군과 조선운수, 농협, 제일은행을 거쳤고 제일은행과 경기고 감독을 역임한 후 대한야구협회 심판위원장과 KBO의 심판위원장으로 야구인생을 불태우기도 했다.

특히 1954년부터 1965년까지 아시아 야구선수권대회 부동의 국가대표 4번 타자로 활약하며 ‘아사아의 철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선수와 코치를 겸하면서 1966년 실업야구 페넌트 레이스에서 제일은행을 우승시키기도 했으며 67년 김일배 감독의 후임으로 지휘봉을 잡고는 타격전법을 개안하여 호쾌한 게임으로 60년대 후반의 명감독으로 부상하였다.

그는 프로야구가 출범할 때 인천야구의 대부답게 삼미 슈퍼스타즈의 사령탑에 앉았으나 성적부진을 이유로 13경기 만에 해임됐다. 이는 역대 최단명 감독으로 남았지만 인천야구에 대한 그의 사랑은 지칠 줄 몰랐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모자를 쓰고 마운드에서 시구식을 한 노장의 잔영이 가시기도 전인 36일 후, 2005년 8월 20일 낮12시 35분에 76세의 야구 거인 박현식은 한국야구의 역사를 안고 별세 했다. “내가 자란 인천의 2만 5천여 팬 앞에서 생애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공을 던진 감격적인 순간이었다”며 눈물을 흘렸던, 한국의 베이브 루스로 불멸의 기록을 남긴 불세출의 선수는 그렇게 우리들 곁을 떠났다.

어제부터 올스타전 투표가 시작되었다. ‘아시아의 철인 박현식’은 이제 그라운드에서 볼 수 없지만 다가올 올스타전에서도 그의 야구혼이 다시금 소생하기를 기대한다.

정종화

press@interview36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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