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에 둥지 틀고 갤러리 오픈한 ‘흙 장난쟁이’ 권귀옥
남산에 둥지 틀고 갤러리 오픈한 ‘흙 장난쟁이’ 권귀옥
  • 신일하
  • 승인 2008.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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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 쉼터 공간, MBC <네버엔딩스토리> 통해 공개 / 신일하



[인터뷰365 신일하] 권귀옥은 1970년대 빅스타였다. 1970년 MBC 공채 탤런트로 연예인이 됐으나 유머 감각이 뛰어난 그녀는 곧 여자 코미디언으로 무대를 옮겨 인기를 모았다. 지금의 신봉선 보다 더 바쁜 희극인이었다. 코미디 프로는 물론 각종 대형 라이브 쇼와 TV 연예프로의 주역으로 한 때 이름을 날린 김미화 만큼 분주하게 연예활동을 했다. 1976년에는 MBC 코미디 부문 최우수연기상을 받았다. 58살 초로의 나이. 미국에서 살다가 돌아와 서울에 살고 있는 그녀는 도예로 볼 수 있는 흙공예 작가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코미디 프로에 나간 지 오래 됐고 지난 97년 미국에서 귀국 후 드라마만 쭉 해왔는데 아직도 ‘코미디언 권귀옥’으로 대하니 속상할 때가 많아요. 그냥 탤런트라 불러주면 좋겠는데..”



자칭 ‘흙 장난쟁이’ 권귀옥이 서울 남산에 둥지를 틀었다. 남산 3호 터널 앞에 갤러리 ‘권귀옥의 흙장난’(서울시 중구 남산동 1가 그랜드 필드 빌딩)을 차렸다며 전화가 와서 찾아가니 그녀의 색다른 별명 ‘미스 가래톳’답게 바쁜 일과에 파묻혀 지내고 있었다.



“한번은 청담동 카페에 갔다가 놀랐어요. 예약을 하지 않아 못 들어간다니. 우리 같은 ‘쉰세대’는 매상도 올려주지 않으면서 왁자지껄 떠들고 오래 앉아있어 종업원이 눈총을 준대요. 우리 세대가 즐길 탈출구가 없나 생각하다가 ‘7080의 쉼터’를 차린 거예요”



갤러리가 아니고 쉼터라니. 갤러리하면 관람객이 정중하게 작품을 음미하는 곳인데 ‘쉼터’인 걸 강조한다. 자신의 도예를 감상하고 손님들이 부담 없이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하더니 입으로 즐길 거리도 있단다. 메뉴는 커피와 와인. 계산은 따로 하지 않고 입구에 있는 시주함 같은 통에 내고 싶은 만큼 넣어주면 된다. 그 돈으로 자신이 후원회 회장으로 있는 수양부모협회 기금에 사용된다고. 와인은 손님들에게 대접한다.



“내가 호주 홍보대사잖아요. 대사관에 얘기했더니 호주산 유명 와인을 저렴하게 공급해줄 수 있다 해서 갖다 놓았는데 아주 반응이 좋아요”



손님이 와인을 음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주문도 받고 있단다. 그리고 저녁 식사를 못하고 온 손님에겐 갤러리 앞에 바지락 손칼국수집이 있어 그걸로 특별(?) 서비스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갤러리라기보다 이색 쉼터라고 설명한 그는 요즘 MBC TV 휴먼다큐 프로 <네버엔딩스토리>(방송 6월11일)를 촬영 중이라고 하면서 “방송되면 남산 중턱에 명소로 등장할 거다”며 까르르 웃었다.





“이걸(갤러리) 차렸더니 ‘대표’란 칭호가 또 하나 생겼네요. 휴먼 다큐 <네버엔딩스토리>를 통해 도예 작업과정과 수양부모협회 후원회 회장으로 하는 일 등 모든 걸 보여 줄 거예요”



이름 앞에 ‘도예가’ ‘사회운동가’ ‘코미디언’ ‘탤런트’의 수식어가 붙는 권귀옥은 문화일보에 두 차례 기고한 ‘살며 생각하며’란 에세이가 인기를 끌어 출판사와 월간지 등으로부터 원고 청탁이 쇄도하지만 도예작업으로 바빠 사양하고 있다. 그가 도예를 시작한 건 사연이 있다. 결혼하러 미국에 갔다가 실패하여 운명의 장난으로 딸 하나만 얻고 돌아온 뒤 너무 고독하고 시련이 많아 극복하는 길을 모색했고,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찾다보니 그것이 흙장난이었다는 것.



“흙은 생명을 잉태하는 모태이자 모든 만물이 스러지는 회향처라고 봐요. 그런 흙이 나를 묵묵히 가르쳐 주는 게 많았기 때문이죠. 원시인이 그저 흙으로 기물과 장식품을 만들듯이 나는 흙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선물을 만드는 거예요. 그러다보니 형식과 기법을 모두 무시, 내 맘대로 흙을 주무르는 겁니다”



흙 예찬론을 펼치며 자신을 ‘도예작가’ 보다 ‘흙 장난쟁이’라 설명한 그는 토, 일요일은 갤러리 문을 닫고 도예를 굽기 위해 가마가 있는 한양여대에 간다고 했다. 하지만 겸허한 마음의 자세에 비해 그의 도예 작업은 수준급이다. 물레를 전혀 쓰지 않고 반죽 등 손으로만 흙을 만져 하기 때문에 작업은 구도자의 부단한 마음 정진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도예로 보여준 명화 작업은 호평을 받았다. ‘고통 시리즈’ ‘청계천 시리즈’ 등 테마가 있는 명화를 일일이 손으로 빚기에 장인다운 인내가 요구되는 작업이다. 또 하나 남다른 건 그릇(도자기)을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다. 300년을 넘게 쓸 그릇(여러 도예인이 만든 자기)을 가졌기에 일체 만들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사람에 대한 사랑, 때론 고통을 뾰족한 흙 놀이로 삭혀왔어요. 가시밭길 끝에 오아시스를 꿈꾸며. 그동안 마음의 번뇌가 흙을 만지게 했죠. 삶에 휘몰리는 순간순간에 흙을 만집니다. 우울증을 인정하고 치료의 방편으로요”



2006년 10월, 경향갤러리에서 처음 가진 전시회에서 그는 이와 같이 실토하며 남다른 도예의 혼을 불태우기도 했다. 갤러리를 혼자 꾸리다 보니 실내 인테리어는 물론 고가구점을 찾아 소품 구입하는 일까지 일일이 뛰어다녀야 했다는 권귀옥은 실내에 토방도 마련, 혼자 있는 시간이면 그렇게 흙 반죽에 빠지며 유유자적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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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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