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산부활 앞장선 주산왕 이정희 11단
주산부활 앞장선 주산왕 이정희 11단
  • 김철
  • 승인 2008.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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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세상에 주산 가르치는 한국 최고수 / 김철



[인터뷰365 김철] “주산 최고수 탄생” “여고 1년생 주산왕 등극” 지난 1979년 우리나라 최초로 이정희 양(당시 서울 동구여상 1학년)이 주산 공인 11단 자격(한국사무능력개발원 주관)을 취득하자 매스컴을 통해 전국이 떠들썩했다. 그 때까지 10단을 보유한 고수들이 있었지만 11단은 처음이었다. 그 이후 지금껏 11단은 전무후무한 기록으로 남아 있다.



지금도 주판 놓는 ‘주산왕’



당시 국내외에서 개최된 각종 주산대회를 석권하면서 ‘주산왕’의 칭호를 얻은 그는 79년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전자계산기와의 시합에서도 승리를 거두어 단연 화제의 인물이 되었다. 그로부터 30여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인터뷰365’ 닷컴에서는 당시에 쓴 기사를 통해 ‘주산왕’ 이정희 씨를 찾는다는 기사를 보도한 적이 있다.



독자의 제보로 다시 만나게 된 주인공은 앳된 모습의 여고생에서 어느덧 중년으로 변해 있었다. 그러나 주산의 최고수답게 컴퓨터 시대에도 여전히 주산에서 손을 떼지 않고 있었다. 주산학원을 열고 전자계산기에 밀려 자취를 감춘 주산을 부활시키는 데 힘을 쏟고 있었던 것이다.



주산에 관한 한 입신의 경지를 넘어선 그의 천재성은 현재도 변함없이 발휘되고 있을까. 하루아침에 주산시대 무림의 고수들을 꺾고 주산의 왕으로 등극한 후 그의 삶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여러 가지로 궁금했다. 서울 동소문동 인터뷰365닷컴 사무실에서 가진 ‘주산왕’과의 대담은 시종 흥미로웠다.



뜻밖의 만남입니다. ‘당신을 찾습니다’라는 보도가 나간 후 하남 성안교회 목사라고 신분을 밝힌 독자로부터 전화가 왔더군요. 이정희 씨는 우리 교회에 다니는 신도라고 말입니다. 주산이 뭔지 모르는 컴 시대에도 주산을 가까이 한다는 사실이 놀랍군요.

목사님으로부터 저를 찾는다는 야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너무 반가웠습니다. 전자계산기와 컴퓨터 시대가 되면서 주산이 실종되었지만 저는 주산을 멀리할 수 없더군요. 초등학교 3학년 때 주산에 입문한 뒤 제 인생과 함께 한 것이 주산이거든요. 물론 직업적으로 잠시 공백 기간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주산을 멀리하지 않았습니다. 주산을 생활화하고 있거든요.





전자계산기보다 주판이 편리하다



그렇다면 옛날의 주산 실력이 그대로 살아있겠군요. 실생활에 어느 정도 활용하는지 궁금합니다.

사람은 평생 숫자를 벗어나서 살 수가 없습니다. 심지어 흔한 약속 날짜와 시간에서부터 가계의 수입과 지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게 숫자와 셈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주산과 암산을 일상생활에 활용하면 한결 편리하지요. 우리 집에는 계산기가 있어도 무용지물입니다. 직업적으로 주산을 필요로 하지 않은 공백 기간을 감안하면 실력은 옛날과 같지 않을지 모르나 복구하는 데 문제가 없습니다.



아이큐 143의 수재형인 그의 암산과 주산 능력은 주산 자격 11단을 취득했을 때 전자계산기를 능가하는 것으로 이미 공개적으로 증명되었다. 당시 가감산과 상업계산 등 여섯 종목을 두고 전자계산기와 시합을 벌인 끝에 승리를 거두어 화제가 되었던 것이다.



주산과 암산으로 닦은 그의 기억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비상하다. 한 번 듣고 난 뒤 직접 걸어본 전화번호는 좀체 잊는 법이 없다고 했다. 그렇게 외우고 있는 전화번호는 몇 백 개가 되는지 본인도 정확히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말하자면 용량을 측정하기 힘든 인간 컴퓨터라고 할 수 있다.



그와 만나기 하루 전에 휴대전화로 기자와 한 번 통화한 적이 있어 혹시 전화번호를 기억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잠시 머뭇거리는가 싶었는데 막힘없이 11자리 숫자로 된 기자의 전화번호를 정확히 외우고 있었다. 주위에 있던 직원들이 혀를 내둘렀다. 주판을 놓는 그의 운주실력은 옛날과 다름없다. 두 손가락으로 초당 10번 이상 주판알을 굴리는 손놀림은 신기에 가깝다.





인간 컴퓨터의 놀라운 전화번호 암기력



인간 컴퓨터라고 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주산을 하면 누구든 암산에 고수가 될 수 있고 기억력도 증진시킬 수 있는지요. 비결이 궁금합니다.

숫자를 그냥 암기하는 데만 급급하면 오래 기억할 수 없습니다. 숫자를 자기가 기억하기 쉽게 형상화시켜서 암기를 해야 합니다. 또 외우고자 하는 숫자를 머릿속에서 주판알로 놓아 암기하기도 합니다. 일일이 설명을 드리기가 곤란한데 제 나름대로 그렇게 합니다. 보통 주산은 5단까지는 열심히 노력하면 누구나 승단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 다닌 제 언니도 5단이었거든요. 그 이상은 아무래도 소질이 있어야 하고 아울러 끈기 있는 도전정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주산의 최고수에 올랐을 때 그의 장래 희망은 흔히 학생들이 꿈꾸는 것처럼 교육자가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교교 졸업 후 바로 금융결제원에 취직이 되면서 학업과 직장생활을 병행했다. 대학에서 중국어와 경영학을 복수전공할 정도로 향학열도 남달랐다. 연산능력이 탁월한 컴퓨터와 전자계산기의 등장으로 일선에서 주산이 퇴장하면서 그의 의욕도 한풀 꺾이는 듯했다. 하지만 그는 굴하지 않았다. 평생을 함께 한 주산을 사장시킬 수 없어 다시 주산에 뛰어들었다.



여고시절 꿈 학원에서 성취



그동안 그는 온라인을 통해 주판으로 암산능력을 기르는 ‘이지셈’ 카페를 운영하고 ‘무한도전’ 같은 TV 프로에도 종종 모습을 드러냈다. 나아가 아예 지난해는 용인 수지에 자기의 이름을 당당하게 걸고 ‘이정희주산암산학원’을 차려 본격적으로 학생들에게 주산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자취를 감춘 주산학원이 다시 문을 연 것은 처음이다. 그것은 민간차원에서 주산교육의 부활을 의미하는 신호탄이기도 했다. 비록 제도권에서 가르치는 교육이 아니라고 해도 교육자가 되겠다는 그의 꿈이 뒤늦게 학원을 통해 이루어진 셈이다.



요즘 세상에 주산학원이라면 선뜻 이해를 하지 못할 것 같은데요. 시중에서 주판을 구경할 수도 없는데 아직 주판을 생산하는 곳이 있습니까. 주산이 어떤 장점을 가지고 있는지요. 반응은 어떻습니까.

첨단 시대에 주산이 쓸모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전자계산기와 컴퓨터를 가까이 할수록 두뇌를 통한 계산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수학능력은 두뇌의 발달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학원을 연 것은 제 전공을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아깝기도 했지만 주산과 암산을 통해 아이들의 학습능력을 돕자는 뜻이 있었지요. 실제로 주산을 배운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의 수학실력은 놀랄 정도로 차이가 납니다.




주산을 향한 끝나지 않은 도전



그는 주로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다니는 수강생의 반응이 기대 이상 좋아 용인에 이어 얼마 전 서울 대치동에도 학원을 냈다고 했다. 수강생들이 사용하는 주판은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일본산 목재 수제품이다. 국내서도 플라스틱 제품이 소량 생산되고 있지만 주판의 원형을 되살리는 뜻에서 수입해서 쓴다는 것이다. 일본은 아직도 민간차원에서 주산이 보급되고 있다고 한다. 그는 고등학교 때 사용하던 주판을 보물처럼 간직하고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수학을 싫어합니다, 수학은 연산입니다. 그만큼 힘든 과목이지요. 주판을 놓으면서 숫자와 친하게 하는 것만도 큰 수확입니다. 일단 친하게 되면 두뇌가 발달하고 메모리 용량이 확장되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주판은 그런 점에서 이 시대는 물론 앞으로도 꼭 필요한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교시절 사진에서 보는 것과 달리 연약한 모습의 그는 주산교육을 위한 다부진 결심을 보였다. 주산왕으로서 실종된 주산을 다시 부활시키는 데 대한 자부심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주산을 향한 그의 끈질긴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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