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 오드리 햅번을 다시 생각한다
5월에 오드리 햅번을 다시 생각한다
  • 김두호
  • 승인 2008.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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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애정신의 표본, 우리 연예계에 간접 영향 / 김두호



[인터뷰365 김두호] 계절의 여왕 5월이 곧 떠나려 한다. 눈길을 20세기 은막으로 돌려보면 5월은 지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살다 간 여배우 오드리 햅번의 달이다. 햅번은 모든 것들이 생동하는 5월, 벨기에에서 영국인 아버지와 네덜란드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났다. 1929년생이니 살아있다면 77살이지만 63살 되던 해인 1993년에 떠났다. 제 65회 아카데미상에서 에이즈 퇴치운동에 앞장 선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진 허숄트 박애주의자상’ 공동수상자로 지명됐으나 시상식 두 달을 앞두고 눈을 감았다. 화려한 박수소리를 미련 없이 버리고 홀가분하게 떠났다.





햅번의 후반의 삶은 질병과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 등지의 어린이들에게 받쳐졌다. 지금 그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 연예인 사회에서도 끊임없이 벌어지는 기부 봉사활동을 비롯한 각종 선행 모습들 때문이다. 햅번은 우리 연예인들에게도 소리 없이 영향을 미친 박애정신의 표본같은 인물이다. 우선 오래전부터 탤런트 김혜자와 배우 안성기는 햅번이 앞장섰던 유엔아동보호기금협회(Unicef) 홍보대사로 참여해 햅번이 봉사 활동을 했던 아프리카 오지를 해마다 찾아가고 있다.





국내 재해 때도 물심양면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연예인들은 중국 쓰촨성 지진 피해도 그냥 넘기지 않고 있다. 중국에서 활동해온 가수 안재욱과 슈퍼주니어-M의 멤버인 한경, 탤런트 출신의 가수 장나라 등은 거액의 기부금을 내면서 피해자 돕기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런 미담은 끝없이 이어진다. 월세집에 살면서 10년간 40여억 원을 기부금으로 내놓은 가수 김장훈을 두고 ‘기부천사’라는 말이 생겨났고, 네팔의 결식아동 돕기에 참여한 최수종 하희라 부부, 곧잘 이웃돕기 일로 화제에 오르는 차인표 신애라 부부 등 각종 크고 작은 봉사활동의 주인공 명단에 이름이 오른 연예인들이 늘어간다.





우리 연예인들이 모두 햅번의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햅번의 봉사정신은 세계 연예인모두의 가슴 속에 귀감으로 살아 있다. 시선을 의식하지 않았고 주어진 의무처럼 흔들림을 보이지 않았던 그녀의 어린이 돕기 발길은 아프리카와 남미지역의 오지에서 베트남 방글라데시 등 아시아 나라까지 옮겨 다녔다. 심한 기근과 내전으로 하루 수천 명의 어린이가 굶어죽는 소말리아에서 파리로 돌아온 햅번에게 프랑스 국영 .TV 카메라가 접근했을 때 햅번은 울면서 말했다.



“아무 것도 더 이상 줄 것이 없어요. 굶어 죽어가는 아이를 엄마가 손으로 쳐서 죽이는 것을 보았어요. 전쟁과 고통을 나는 너무 잘 알아요.”





햅번은 벨기에에서 태어나 런던에서 교육을 받은후 2차세계대전이 시작되자 네덜란드로 이주했다. 전쟁으로 독일군이 점령했을 때 햅번은 한창 꿈 많은 11살 소녀였다.



“나는 도저히 그때를 잊을 수 없어요. 매일 먹을 것이 없어서 엄마와 냄새나는 썩은 감자를 먹었어요. 어느 날부터 그것도 구하지 못했어요. 우리는 잔디밭에 가서 풀뿌리를 캐먹었어요. 그것도 없어졌을 때 우리는 서로 껴안고 죽음을 기다렸어요.”





20세기 최고의 걸작영화 <로마의 휴일>의 신데렐라였던 여배우 오드리 햅번의 어린 시절에 그 같은 처절한 슬픔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파리의 시민들도 처음으로 접하고 감동에 떨었다. 그녀가 혼신을 바쳐 진정으로 사랑하고 돌봐주었던 어린이들의 불행은 그대로가 스스로 겪은 고통에서 느끼는 아픔이었다.



잘 다듬어 진 조각 같이 수려한 이목구비와 바람이 불면 휘어질 것 같은 가냘픈 모습의 여배우. 한때 세계에서 팬이 가장 많았던 햅번은 1951년 단역배우로 은막에 나타나 마릴린 먼로의 위세에도 눌리지 않고 <사브리나> <티파니에서 아침을> 등 15편의 화제작을 남겼다.





흥미로운 것은 그녀가 사랑했던 남자들 중에는 자신보다 어린 남자들도 있었다. 나이가 들어도 젊음을 오래도록 유지했던 그녀는 영화 속에서 이기적인 남자들을 일깨우는 청초한 천사의 이미지를 유지했다. 은막을 떠난 후 눈을 감을 때까지 베푼 헌신의 생애는 결국 무대가 현실로 바뀌었을 뿐 드라마의 연장선에서 보여준 천사의 변함없는 자태였다.



5월은 미얀마와 중국의 자연 재해로 어두운 일도 많았지만 햅번을 생각하면 언제나 가장 희망적이고 따뜻한 꿈의 계절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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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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