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 성품을 만든다” 사찰음식 전문가 선재스님
“음식이 성품을 만든다” 사찰음식 전문가 선재스님
  • 김우성
  • 승인 2008.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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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거리’보다 중요한 것은 생명존중 / 김우성

 

 

 

 

[인터뷰365 김우성 / 사진 정경미] 해마다 석가탄신일이 되면 불자들은 물론 많은 일반인들이 사찰을 찾는다. 이날 하루만큼은 너도 나도 사찰음식으로 공양을 하면서 부처님 오신 날을 봉축하기 위해서다. 사찰음식은 곧 ‘웰빙’을 떠올리게 될 만큼 건강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찰음식에 이용되는 식재료가 유기농채소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이다.

 

 

공해시대에 완전 무공해 식품을 찾기는 힘들 것이다. 그래도 저공해 식품으로 값비싼 유기농 채소가 각광받는 이유는 날이 갈수록 예사롭지 않은 환경오염 탓일 게다. 선재 스님은 사찰음식에 관한 한 대가라 해도 손색이 없는 사찰음식 전문가이다. 석가탄신일에 즈음해 각종 미디어를 통해 대중들에게 친숙한 선재스님을 전국비구니회관에서 만나 건강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반채식과 사찰음식을 구분 짓는 차이점이 궁금합니다.

채식뿐 아니라 모든 먹는 행위가 생명을 받기 위한 것입니다. 즉 배고프니까 먹고 안 먹으면 살 수 없으니까 먹는 것이지요. 여기에 더해 건강을 받으려고 사람들은 채식, 자연식을 합니다. 그리고 선식(사찰음식)이라 하면 생명도 받고, 건강도 받고, ‘도(지혜)’까지 받기 위한 것입니다. 쉽게 말해 불교에서 오신채(파, 부추, 마늘, 달래, 흥거)를 금하는 이유가 그렇습니다. 오신채를 익혀 먹으면 음심(淫心)이 강해집니다. 또한 날로 먹으면 화를 불러오지요. 수행을 하는 이들에게는 맞지 않는 음식인 것입니다.

 

 

사찰음식의 종류가 얼마나 되나요?

‘종류가 몇 가지다’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육류, 생선, 그리고 오신채를 제외하고는 어떻게 조리하느냐에 따라 수없이 많아질 수 있는 거죠. 거기에 첨가제와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아야 하고요.

 

 

그 중에서도 아직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소수만 알고 있기에 아깝다거나 추천해주실 만한 사찰음식이 있는지요?

무엇을 좋다고 꼽기 보다는 소개를 해드릴 수 없는 음식들이 있습니다. 사찰음식에는 수행식과 일반식이라는 것이 있는데요. 스님들이 수행하면서 먹는 것을 수행식, 신도들이 먹는 일상적 음식을 일반식이라고 합니다. 수행식의 경우 수행자들 각자의 수행에 맞게 재료와 조리가 달라지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는 소개해 드릴 수가 없습니다.

 

 

 

 

 

 

좋은 재료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은데요. 사찰음식에 있어 좋은 재료란 무엇입니까?

첫째로 제철음식이어야 합니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아야 하는 것이지요. 또한 인위적인 가공을 하지 않고 자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좋은 재료입니다.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되었거나 농약 비료 등을 가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것들 말이죠.

 

 

새로 개발하신 사찰음식도 많으시겠습니다.

요즘 아이들이 햄이나 소시지가 없으면 밥을 안 먹지 않습니까. 그런 아이들을 위해 햄, 소시지 대신 두부로 맛을 낸 김밥이라든지, 우엉잡채 등을 새로 고안해 냈습니다. 우엉은 인내심을 키우게 하거든요. 제가 원래 수련원에서 아이들 심성훈련 시키는 일을 했습니다. 문제아라고 일컬어지는 아이들에게 음식으로 마음을 다스리게 하였었는데요. 수련의 성과가 없는 아이들을 유심히 살펴보니 밤에 몰래 나가서 인스턴트식품을 먹고 오는 것이었습니다. 가공된 식품은 몸의 균형을 깨뜨립니다. 몸의 균형이 깨지면 욕구불만이 생기고, 포악해집니다. 음식은 성품을 만듭니다. 맑은 음식을 먹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사찰음식의 세계화를 시도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미국이나 호주 등 해외에 나가 강의를 해보면 채식을 하니 몸이 맑아졌다며 무척 많은 관심을 나타냅니다. UN에서 정한 ‘부처님 오신 날’ 행사를 태국에서 가졌을 때는 제가 쓴 <사회복지 증진을 위한 사찰음식 연구> 논문을 토대로 발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원래 5분 이내로 예정이 되어 있었는데 질의응답 시간이 길어지면서 다른 날로 일정을 다시 잡아 진행했을 정도였습니다. 세계평화를 위해 불교가 무엇을 할 것인가, 그렇다면 한국의 선식이야말로 세계화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입니다. 저의 강의를 듣는 분들 중에는 수녀님도 있고 교회에서 오신 분들도 있습니다. 음식을 통해 종교가 화합하는 셈이죠.(웃음)

 

 

건강을 위해서는 육식과 채식을 고루 섭취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한 점의 고기도, 한 마리의 생선도, 한 방울의 술도, 한 쪽의 마늘도 먹어선 안 된다고 부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몸이 아플 때 먹는 것을 병인식(病人食)이라 하여 육식을 먹지 않으면 안 되는 채질이거나 육식을 먹지 않으면 안 되는 병에 걸렸을 때는 과감하게 취하라고 하셨습니다. 단, 원칙을 정해주셨어요. 육식을 할 때는 ‘정육’을 먹어라. 정육이 뭐냐면 깨끗한 고기를 말하는 것입니다. 몸이 많이 아플 때는 삼정육(三精肉)을 먹게 하셨어요. 몸이 많이 아프지 않아도 병을 예방하기 위해서 먹어야겠다하면 종류가 더 불어나서 구정육(九精肉)까지 갑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육을 하는 것이죠. 정육점이라는 말이 불교에서 나간 이름입니다. 깨끗할 ‘정’자를 써서 깨끗한 고기를 파는 곳을 뜻하죠. 요즘같이 항생제를 줬다거나 성장촉진제를 주면 그건 식육이지 깨끗한 고기가 아닙니다.

 

 

 

 

또한 코끼리라든가, 말, 원숭이 같은 것들은 먹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 다음에 육식이 하나면 두 배의 야채를 먹어라. ‘육식은 체내에 오래 머물러서 배설이 어렵기 때문에 만병의 원인이 된다’고 해서 먹고 배설이 되는 그런 식단을 항상 짜주셨거든요. 그밖에 육식이 주식보다 많아서는 안 된다는 것, 금기해야 할 기간 등의 원칙을 정해 놓고 고기를 허용하셨습니다. 파, 마늘 같은 오신채도 마찬가지입니다. 몸이 아플 때, 공해로 인한 질병 등이 찾아왔을 때는 파, 마늘을 넣어서 음식을 만들게 하셨지요. 사람들이 아프다고 찾아 왔을 때 부처님의 1차 치료는 음식입니다. ‘음식을 어떻게 해서 먹어라’는 것이 곧 처방이고 수술은 그 다음입니다. 경전에 보면 음식이 그냥 ‘식’이 아니고 약과 의학이라는 개념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심지어 주방설치도 의학 쪽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불교의학이라는 게 있는데 음식의 종류, 만드는 방법, 음식을 먹으면 어떻게 된다는 것 등을 다루고 있지요.

 

 

외할머니께서 궁중 수라간에 계셨다고 들었습니다. 스님의 사찰음식과 궁중음식과의 연관성이 궁금합니다. 이를테면 활용 여부라든지요.

할머니를 통해서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으며 자랐습니다. 할머니가 불교 신자이셨고 궁에 사시면서도 불교신자가 지켜야 할 것들을 지키며 사셨는데요. 개화기 때 나오셔서 결혼하시고 낳으신 큰 딸이 저희 어머니입니다. 그래서 어렸을 적 어머니가 음식을 만들면 꼭 부처님과 스님들께 공양을 드려야 한다면서 항상 따로 놔두셨다가 절에 가져가시는 걸 보고 ‘스님들이 이러한 음식을 드시는구나’하는 걸 배웠죠. 옛날에 불교가 들어올 때는 임금님이 불교를 믿으셨잖아요. 그러면서 모든 살생도구를 불태우고 사찰을 중심으로 채식문화가 발달하게 됩니다. 그리고 임금님이 절에 불공을 하러 오시면 궁에서 음식을 만들어 공양을 올리는 거예요. 절에서도 임금님 오신다고 하니 음식을 차려놓았다가 궁으로 돌아가실 때 음식을 싸드렸죠. 그러니까 궁중음식과 사찰음식이 왔다갔다하는 것입니다. 오래 전부터 궁중음식과 사찰음식은 서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죠.

 

 

사찰음식의 달인이셨던 노스님(은사의 은사였던 장윤 스님)과 은사님(성일 스님)께 사사하면서 얻었던 가장 큰 가르침은 무엇이었습니까?

노스님도 그렇고 우리 스님도 그렇지만 음식을 버리는 것을 절대 용납 안 하셨습니다. 콩나물 뿌리라든가 무청 자르고 남는 것, 팥 거른 물 등 그 어떤 것도 먹을 수 있는 것은 버리지 말라고 하셨죠. 스님께서 음식을 하시면서 저희들에게 항상 가르치셨던 것이 ‘버릴 생각을 하지 않으면 먹을 궁리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이 음식이 우리 몸에 오기까지 수많은 사람의 손을 거쳐서, 또 땅과 바람과 공기가 어우러져 함께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천원어치다’하는 식으로 값어치를 매길 수 없습니다.

 

 

흔히 사찰음식을 좋은 ‘먹을거리’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먹을거리’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생명에 대한 존중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생명관은 피라미드식 생명체계입니다. 신이 인간을 지배하고, 인간은 동물을 지배하고, 동물은 식물을 지배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불교는 그러한 생명관이 아닙니다. 동그란 원을 우주라 했을 때 우주 안에 모두가 공생하는 겁니다. 부처님도 계시고 사람도 있고 동물도 있고 식물도 있고, 바람도 있고 공기도 있고 물도 있고 흙도 있는데, 이런 것들이 같이 간다는 거예요. 부처님의 생명과 똑같이 간다는 것이죠. 그래서 부처님은 “한 방울의 물에도 나와 같은 생명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사람들이 그랬습니다. 부처님 엉터리라고요. 물 한 방울에 무슨 수억의 생명체가 있냐고 말이죠. 그런데 요즘 과학이 뭐예요. 한 방울의 물에도 수억의 박테리아가 살고 있는 게 밝혀지잖아요. 그 한 방울의 물도 생명체라는 겁니다.

 

 

 

 

<유마경>이라는 경전에 보면 유마거사가 어느날 “나 아프다”고 하셨습니다. 그러자 문수보살이 찾아가 질문을 합니다. “생사를 초탈한 거사님께서 대체 왜 아프십니까” 그러자 유마거사가 대답합니다. “중생이 아프니 내가 아프다”라고요. 우주 안의 모든 생명체를 중생이라고 합니다. 유정과 무정을 합한 생명체 말이죠. 여기서 유정은 사람, 동물, 물고기 등과 같이 만지면 느낌이 있는 움직이는 생명체를 말하고 무정은 나무, 풀, 바람, 공기, 흙 등을 말합니다. 모든 생명체가 하나이기 때문에 ‘얘가 아프면 내가 아프다’는 것입니다. 물이 오염되었을 때 그 물을 먹으면 내가 어떻게 되겠어요? 땅이 오염되었을 때 그 땅에서 자란 식물을 먹으면 내가 어떻게 되죠?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겁니다. 물이 오염되고 땅이 오염되는 것은 곧 내가 오염되고 병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음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모든 생명을 나와 똑같이 보고, 그것들이 나와 같이 맑아질 때 내 몸도 맑아질 수 있기에 먹을 것을 위해서 농약을 친다든가 오염을 시킨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음식을 통해 환경운동도 같이 한다는 말이 바로 이것입니다. 먹는 것을 어디로 먹죠?

 

 

입을 통해서요...

부처님은 온 몸으로 먹는다고 하셨습니다. 눈으로도 먹고, 코로, 피부로, 귀로도 먹는다는 것입니다. 아름다운 거 보면 우리 기분 좋아지잖아요. 그런데 아름답지 않은 거 보면 기분 나쁘죠. 기분 나쁠 때 음식 먹으면 어떻게 되죠? 체합니다. 눈을 통해서 먹는 거예요. 또한 이상한 냄새를 맡고 아름답지 않은 소리를 듣게 되면 기분이 어떻습니까? 새집 들어가서 살 때 피부를 통해 독소가 들어오면 가장 피해를 보는 건 누구죠? 자연계와 나는 하나입니다. 다 같이 아프지 않고 맑아야 나도 살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불교에서 지향하는 생명관이고 이러한 생명에 대한 존중을 통해서 우리가 먹을 것을 취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이번 석가탄신일 때 일정이 어떻게 되십니까?

집에 부처님 모시고 있으니까 집에서 기도하고, 점심때는 집에 있는 묵은 김치, 장아찌 다 풀어서 모든 사람들에게 한 끼를 잘 대접해주는 식사 오픈을 합니다.(웃음)

 

 

 

 

 

 

선재스님은 인터뷰가 끝나고 기자와 함께 걸으며 짧은 말씀을 들려주셨다.

“10여 년 전 의사도 포기할 만큼의 큰 병을 이겨낸 적이 있습니다. 이후 다니는 곳마다 많은 사람들이 묻더군요. 뭘 먹어서 병이 나았냐고요. 저는 뭘 먹어서 나은 것이 아닙니다. 먹지 않아야 할 것을 안 먹었을 뿐입니다.”


 

[인터뷰이 나우] 사찰음식을 민간에 널리 알리고 있는 선재스님이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서울 봉은사에서 열린 ‘사찰음식축제’에 참여했다.

 

사찰음식의 모든 것을 선보인 이 축제는 조계종 종단 차원의 첫 사찰음식 행사로 사찰음식 경연대회, 장터, 사찰음식 명인강좌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특히 이번 축제는 단순히 먹거리 축제가 아니라 사찰음식의 역사와 원형을 재현하고 그 가치를 학술적으로 분석하는 데 의미를 두었다.

 

선재사찰음식문화연구원을 운영하고 있는 선재스님은 이번 축제에서 사찰음식 시연과 더불어 ‘명인강좌’를 진행해 사찰음식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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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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