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혈액암 투병 안성기 "회복 단계...'한산'도 치료 중 출연"
[단독 인터뷰] 혈액암 투병 안성기 "회복 단계...'한산'도 치료 중 출연"
  • 김두호
  • 승인 2022.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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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365] 배우 안성기, 치료 효과로 우려할 정도 넘어 회복단계
- 운동 중 혼절 응급실 후송 후 항암치료
- 영화 '한산' 출연도 치료 중에 활동해
혈액암 투병 사실을 고백한 배우 안성기./사진=인터뷰365

인터뷰365 김두호 인터뷰어 = 영화 기자들이 일찍이 국내 첫 ‘국민배우’라는 호칭을 기꺼이 이름 머리에 얹어준 안성기 배우의 근황을 두고 최근 조선일보에서 혈액암 투병 중이라는 보도가 나가면서 많은 사람의 시선이 안성기 배우에게 쏠리고 있다.

최근에 흥행영화로 불쑥 떠오른 영화 '한산:용의 출현'에서 작품의 무게를 실어준 광양현감 역을 제대로 연기한 그가 느닷없이 큰 병고에 시달린다는 얘기에 ‘혈액암 투병 안성기, 응원 메시지 봇물’이라는 후속 기사가 잇달아 터져 나왔다.

투병 기사들이 쏟아진 그 날 오전 11시에 안성기 배우는 이사장으로 있는 신영균예술문화재단의 금년도 ‘제12회 아름다운예술인상’ 최종 재단 심사위원회를 주관하고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필자는 재단 상임이사로 설립자인 신영균 원로배우가 재산 기부를 발표한 직후 2011년 창립 임원으로 함께 참여해 12년째 여러 사업을 함께 추진하고 집행해왔다. 암 투병 기간, 지독한 항암치료를 받는 와중에도 한 차례씩 입원 치료가 끝나면 재단의 영화인 자녀 장학사업, 단편영화 제작 지원사업 등 주요 회의와 수여식 일정에 참석해 왔다.

배우 안성기와 필자는 배우와 기자로 오랜 인연을 이어왔다. 2011년 부터는 신영균예술문화재단의 참립 임원으로 참여한 후 12년째 재단의 여러 사업을 함께 해왔다./사진=인터뷰365

필자가 인터뷰365라는 온라인 신문을 발행하고 있지만 한 번도 안성기 이사장의 투병 근황을 전하지 않았던 것은 그가 활동을 멈추지 않고 꾸준히 치료 생활과 바깥 일정을 태연하게 소화하고 병행해 왔기 때문에 그를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애써 걱정거리를 알려주고 싶지 않았던 때문이었다.

이제 많은 사람이 걱정하고 있는 가운데 그를 가까이서 12년간 함께 재단 일을 해온 필자가 재단 회의가 끝나고 기자로 인터뷰를 요청했고, 그는 흔쾌히 자신의 그동안 투병 생활과 현재의 심경을 밝혔다. 

"내일 어떻게 된다 해도 내가 해야 할 일은 연기"

- 투병 소식이 전해진 뒤 다들 우려하고 있다. 언제 증세가 나타났는가?

"2년 전이다. 한남동 동네에 있는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하고 욕탕에 들어가면서 정신을 잃었던 것 같다. 다행히 가까이 있던 분이 신고해 구급차로 후송이 되었고 나는 응급실에서 깨어났다. 몇 군데 큰 병원을 거쳐 그 분야에 저명한 의사를 만나 꾸준히 치료를 받아왔다."

- 언젠가 치료 중인 강남 성모병원에 1억 원을 기부한 뉴스를 보았다.

"혈액내과 조석구 박사가 주치의인데 일단 위기를 넘기고 난 뒤 주변의 불우한 환자들이 친구처럼 다가왔다. 같은 처지의 환자로 치료비가 부족한 분들에게 써주기를 바라면서 내 작은 정성을 보태고 싶었다."

15일 서울 압구정동 CGV에서 개막된 배창호 감독 특별전에 참석한 배우 안성기(사진 가운데). 이날 그의 투병 사실이 알려지며 팬들의 응원 메시지가 이어졌다. 이날 함께 영화계 인사들. (뒷줄 왼쪽부터) 영화 '한산'의 김한민 감독, 배창호 감독, (앞줄 왼쪽부터) '꼬방동네사람들' 이철용 작가 부부, 배우 안성기, 배우 김희라, 영화평론가 김종원, 배우 김수연/사진=인터뷰365  

- 아플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이 이웃 환자였던 것 같은데, 그다음은?

"영화다. 아무리 내일 어떻게 된다 해도 내가 해야 할 일은 연기 활동이다. 출연 중인 작품을 중도에 포기한다는 것은 스스로 받아들일 수 없는, 심리적으로 볼 때 나에게는 병마의 시련보다 더 큰 고통이다."

- 가족들의 충격도 컸을 것이다.

"미국에 사는 큰아들 다빈이는 코로나 사태로 움직일 수 없었고, 아내(오소영 조각가)와 둘째 필립이 가장 힘들었을 것이다."

안성기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장<br>
지난해 제11회 아름다운예술인상에 참석한 안성기. 그는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 투병 중 가장 견디기 힘든 점은.

"먹는 음식이 지극히 제한됐다. 우선 물을 많이 마시지 않고 살았는데 물을 많이 마셔야 하는 것은 고문과도 같았다. 여기에 먹고 싶은 음식을 먹지 못하게 하는 것도 힘든 시련이었다. 신체 활동에 제약이 되는 의사의 행동 규제 요청도 많았다. 그리고 무균실에서 격리되어 혼자 적막한 공간에서 입원 치료를 받는다는 것은 다른 환자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인내가 필요하다."

- 최근 영화 '한산:용의 출현'이 성공했다. 모처럼의 대박이었다.

"기분이 좋았다. 최근에 느낀 가장 반가운 소식이었고 기쁨이었다."

(이 문답이 진행되는 사이에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설립자이며 원로배우인 신영균 회장으로부터 안성기 이사장과 필자에게 전화가 왔다. 신영균 회장은 필자와 대화가 끝나고 안성기 이사장을 바꾸게 한 뒤 “신문 봤어요. 기운 내야 해, 힘내야지. 정신이 제일 중요해. 마음이 약해지만 병을 못 이겨요. 힘내요! 우리 안성기”라는 목소리를 곁에 있는 필자에게까지 들리도록 힘주어 격려했다)

"다음 작품 기대해 달라는 희망사항, 함께 나누고 싶다"

배우 안성기

- 1950년대에 김지미 배우와 데뷔 동기로 아역 시절부터 출연 작품이 아마도 300여 편은 될 것 같다.

"그 정도는 안 되고 200여 편쯤 된다."

- 1980년 이장호 감독의 '바람불어 좋은 날'로 활동을 재개를 하면서 그때부터 기자로 가까이서 지켜보며 한번 물어보고 싶은 질문인데 못한 것 같다. '고래사냥', '투캅스', '깊고 푸른 밤'을 비롯해 최초 관객 1천만 영화 '실미도' 등 그 많은 작품 중 어느 작품이 가장 애정이 가고 잊을 수 없나?

"(그는 매우 깊이 생각하다가 정색을 하며 대답했다) 이준익 감독과 함께 한 '라디오스타'가 잊을 수 없다."

- 이유라면?

"자그마한 이야깃거리를 의미 있고 즐겁고 신명 나게 풀어간 작품이었다. 나는 우울한 캐릭터보다 밝고 희망적이고 재미있는 역할이나 배역이 마음에 들고 늘 하고 싶다."

- 그러고 보니 '라디오스타'에서 공연한 박중훈 배우와는 참 오랜 콤비로, 파트너로 많은 작품을 성공시켰다. 그 중에 '투캅스'는 백미 같다. 두 사람이 형님, 아우 하며 평생 정답게 의리를 나누며 사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게 생각됐다. 또 누구와 깊은 정을 나누는가?

"다들 선후배들이 날 좋아하고 나도 다 좋아해 몇 사람 꼽기가 좀 거북하다. 그냥 만만한 사람이라면 박중훈을 비롯해 김수철, 정우성, 이정재 등이다. 김수철은 '고래사냥' 때 노래보다 연기가 너무 힘들다고 안 보이는 곳에서 자주 울먹울먹해 내가 달래가면서 출연했다."

배우 박중훈과 호흡을 맞춘 영화 '투캅스' 스틸 컷.

- 힘들 때 부모님(아버지는 배우 출신으로 영화사 사장을 역임한 故(고) 안화영 씨다) 생각도 많이 날 것 같다. 

 "물론이다. 어머니는 83세 때 돌아가셨고 아버지도 94세까지 사셨다. 인간은 좋을 때는 잊고 살다가 힘들어지면 부모님을 생각하지 않나. 내가 60대 때는 아직도 갈 길이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했는데 칠순을 맞이하면서 인생이 너무 짧구나, 남은 시간이 길지 않게 보이는 불안감이 다가왔다."

- 지금 불안해하는 영화인과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다음 작품을 기대해 달라는 희망사항을 함께 나누고 싶다. 배우는 관객을 위해 연기로 봉사하고 헌신하는 직업인이다. 영화를 통해 사랑을 주셨으니 영화로 은혜를 갚고 보답하는 길밖에 없다. 우리 사랑하는 관객들에게 감동을 드릴 수 있고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작품을 만났으면 하고 기도한다. (그는 독실한 가톨릭교 신자다)"

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김두호
김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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