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개봉으로 본 한국 에로영화의 기원
'가루지기'개봉으로 본 한국 에로영화의 기원
  • 김갑의
  • 승인 2008.05.0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극장가 강타한 에로영화 붐의 신호탄 <애마부인> / 김갑의



[인터뷰365 김갑의] 최근 80년대 ‘에로영화’를 연상케 하는 봉태규 주연의 <가루지기>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변강쇠의 모습을 코믹하고도 에로틱하게 그린 이 작품은 옛날 극장가를 들락거렸던 중년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우리 영화에 이른바 에로영화라는 패턴의 영화가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은 거의 70년대 후반쯤이다. 50년대는 건국과 빈곤으로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고, 60년대는 5·16군사혁명 이후의 통제사회였기에 역시 만들 수가 없었다. 당시의 영화정책 목표는 국산영화진흥이었지만 기묘하게도 외화 수입권, 즉 외화수입 쿼터를 따기 위해 국산영화를 제작하는 경향으로 반전되어 에로티시즘의 추구 따위는 아예 뒷전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간혹 에로틱한 영화들이 나오긴 했지만, 당국의 검열 때문에 촬영을 하고도 극장에서는 볼 수 없는 ‘정사장면 촬영연습’으로 끝나곤 했다.



그러다가 70년대 중반부터 고도의 경제성장과 함께 사회전반에 ‘풍요’가 확산되면서 에로틱 영화들이 선을 보이기 시작했고 검열도 다소 완화가 됐었다. 그러나 본격 에로패턴의 영화를 만들고자 해도 여배우가 없었다. 기존의 여배우들은 ‘에로영화’가 천박하다는 이유와 인기하락을 겁내 배역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굳이 에로영화에 출연하지 않더라도 얼굴과 연기력만으로 충분히 스크린을 누빌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한국영화 제작편수의 70%정도가 멜로드라마였고, 멜로드라마는 카메라 워크의 60% 정도가 ‘클로즈업, 바스트’사이즈인데다 간혹 ‘풀쇼트, 롱쇼트’로 카메라가 빠진다 해도 패션의 유행이 지금과 같이 노출성향이기보다는 감추는 성향이 높았기에 종아리 정도가 보일뿐이었다.








에로영화를 제작하려는 이들은 몇몇 소문난 육체파 여배우를 물색했다. 하지만 그녀들의 출연 영화를 보면 고작 수영복차림 정도가 전부였고, 그것도 비키니가 아닌 원피스 수영복이었으니 실제로 그녀들의 몸매가 소문처럼 육체파(?)인지 관객들이 확인하기는 힘든 일이었다. 그렇게 배우 캐스팅에 애를 먹던 중 정인엽 감독이 연출하고, 이문웅 씨가 각본을 쓴 <애마부인, 1982>이 안소영을 과감히 기용하여 흥행가를 강타하면서 본격 에로영화의 붐을 일으키는 신호탄이 됐다. 안소영의 과감한 노출과 농염한 연기는 일약 그녀를 당대 최고의 육체파 여우로 각인시켰다. <애마부인>은 실비아 크리스텔이 주연하여 세계적으로 화제를 일으킨 <엠마뉴엘부인>의 한국형 기획이었는데 시기적절한 모방으로 평가받을만했다. <애마부인>은 뒤이어 같은 제목의 시추에이션 시리즈로 제작되면서 제2, 제3의 안소영을 만들어냈다.



김선경 감독의 <무림대협>으로 데뷔하고, 두 번째 작품인 임권택 감독의 <내일 또 내일>에서 크게 주목을 받음으로써 스타로서의 가능성을 보였던 안소영. 전문적으로 연기를 공부하기도 했던 그녀는 <애마부인>에서 육체파 여우로 대중적 지지기반을 마련했지만 목표는 육체파 여우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닌, 명실상부한 톱스타였다. 하지만 <애마부인>의 성공은 결과적으로 안소영 개인의 목표와 진로에 혼선을 가져왔고, 이후 육체파 여배우의 탈 이미지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오랜 시간 쌓여온 것이든 작품의 대성공이든, 특정한 이미지로 굳어진다는 일이 배우의 연기인생을 얼마나 어렵게 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겠다.






기사 뒷 이야기가 궁금하세요? 인터뷰365 편집실 블로그

김갑의
김갑의
press@interview365.com
다른기사 보기


  • 서울특별시 구로구 신도림로19길 124 801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737
  • 등록일 : 2009-01-08
  • 창간일 : 2007-02-20
  • 명칭 : (주)인터뷰365
  • 제호 :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명예발행인 : 안성기
  • 발행인·편집인 : 김두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문희
  • 대표전화 : 02-6082-2221
  • 팩스 : 02-2637-2221
  • 인터뷰365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interview365.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