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류 메이커 막심 파케
파리의 한류 메이커 막심 파케
  • 김두호
  • 승인 2011.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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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많은 한국인 피가 내몸에도 흐른다”

【인터뷰365 김두호】우리나라 대중음악을 K-POP이라 부른다. 동남아 국가와 한국인이 많이 살고 있는 미국 도시 정도에서 해외 활동을 해온 K팝 뮤지션들이 지난 2011년 6월 처음으로 유럽의 심장도시 파리로 진격해 들어갔다. 그들은 점령군처럼 파리의 대표적인 공연 무대에 올라가 한류 바람을 일으켰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의 청소년 음악팬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하루 공연 계획이 이틀로 연장됐다. 한류의 파리 상륙은 K팝의 세계화에 근접해 가는 엄청난 변화이며 사건이다.

그 공연의 성공적인 기획과 추진력은 어디서 비롯되고 누구의 역할이 가장 큰 것일까 하고 질문을 하게 되면 아마도 첫머리에 막심 파케(31)라는 프랑스인의 이름을 올려야한다.

그는 한국인으로 태어났지만 2년6개월 만에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로 해외 입양을 떠났다. 불가피한 사정이 있겠지만 태어난 나라에서 버림을 받고 프랑스 가정에서 훌륭하게 자랐다.

프랑스의 수재들이 다니는 명문 그랑제꼴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로 프랑스 기업에서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7살 때부터 컴퓨터를 마음대로 사용하는 컴 신동이었던 그는 이번 공연을 앞두고 코리안 커넥션이라는 합법적인 사회단체를 만들어 K팝의 온라인 붐을 조성하고 공연의 성공 가능성을 미리 예측하고 유도하는 역할을 했다. 수천 명의 코리안 커넥션 회원들이 그를 앞세워 몰려다녔다. 회원들을 모아 한국을 집단 방문할 만큼 그는 코리안 커넥션에서 카리스마의 리드십을 가지고 있다. 회원 수가 현재 4천명을 넘어 섰다.

도도한 예술의 도시 파리에 한류를 상륙시킨 막심 파케가 한국에 와 있다. 그에게 신세를 진 사람들도 그가 서울에 온 것에 관심이 없는 듯 아직 만나 본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고려대 한국어학당에서 단기 과정의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서울에 머무는 동안 그를 뒷바라지 하는 사람은 저가항공 티켓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젯플인터내셔널 원치승 대표인데 그도 막심에 무관심한 한류 사업자들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공적을 인정받고 싶어 한국에 온 것이 아니므로 전혀 서운한 감정이 없다고 하지만 인터뷰365는 미안함과 고마움을 느끼며 31살 청춘의 고지에 있는 한국계 프랑스인 막심의 살아오고 살아 갈 얘기를 물었다.

첫 눈에 봐도 당신은 전형적인 우리 한국인 모습을 느끼게 한다.

당연하다. 낳아주신 부모가 한국인이므로 숨길 수 없는 것 아닌가?

프랑스로 입양한 것은 언제인가?

출생 후 2년 6개월 만에 누이와 함께 입양됐다.

프랑스 부모님과 가족 분을 소개할 수 있는가?

기술 관련 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하신 아버님은 돌아가셨다. 살아계시면 올해 61세 되신다. 어머니는 젊을 때 의상실을 운영하셨다. 나는 18살까지 부모님이 계시는 대서양 연안의 라호셀에서 성장하고 학교를 다녔다. 고속열차 떼제배로 3시간, 파리에서 400㎞ 떨어진 곳이다. 아버지와 의견 차이가 많이 생겨 그랑제꼴에 입학하면서부터 가족 곁을 떠나 독립했다.

그랑제꼴은 프랑스의 영재들이 다니는 명문대가 아닌가?

프랑스의 교육제도는 일반 대학교와 국가에서 각 분야의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그랑제꼴로 분류된다. 일반대는 누구든지 입학할 수 있으나 그랑제꼴은 국립으로 시험이 까다롭다. 나는 어릴 때부터 공부를 잘했다. 컴퓨터는 9살 때부터 분해하고 조립을 할 줄 알고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재능이 따랐다.

그랑제꼴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등을 연구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특기생활의 연장선이었고 희망이었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은?

자동차산업의 재생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기업체인 마이다스에서 프로젝트 책임자로 있다. 나는 그랑제꼴 2학년 때부터 공부와 함께 인턴십으로 일을 해 스스로 독립생활을 해왔다.

한국에 온 것은 언제인가?

지난 8월 23일이다. 고려대에서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

이번이 첫 방문인가?

아니다. 세 번째가 된다. 지난 6월 K팝 공연을 염두에 두고 그보다 두 달 전인 4월에 내가 만든 코리아 커넥션 회원 4천여 명 중 관리요원 55명을 인솔해 사전 답사 차 서울을 방문 했었다. 또 작년 5월에 처음으로 혼자서 한국에 와 작전을 짰다. K팝을 어떻게 알리고 보급하는 지에 대해 내 나름으로 구상을 시작하고 확신감을 가진 때는 그때부터였다.

회원들의 집단 방문에 따른 경비는 누가 지원하는가?

모두 각자 부담이다. 우리 모임은 자신이 좋아서 가입한 사람들이 열성적으로 이끌어 가고 참여하는 모임이다. 함께 서울까지 온 코리안 커넥션 회원들이 이번 파리에서의 K팝 공연의 분위기를 만들고 일으킨 주역들이었다. 또 시위도 참여해 우리의 주장을 성취했고.

무슨 시위인가?

주로 국제 빅 스타들이 공연하는 파리 르 제니스 드 파리 공연 장소도 우리가 주선했지만 첫날 공연에 이어 하루 더 연장 공연하는 것을 두고 온라인 캠페인과 동시에 4일간 피켓을 들고 350명의 회원들이 루부르 박물관 앞에서 시끄럽게 시위를 벌였다.

공연이 그렇게 크게 성공하리라고 예상했는가?

물론이다. 온라인을 통해 참가 여부를 확인하고 있었기 때문에 예측이 충분히 가능했다. 우리는 E메일과 유튜브, 페이스북 등 각종 정보 이동통신을 통한 대대적인 공연홍보를 폈다.

코리안 커넥션이란 단체의 발족시기나 회원 성향에 대해 좀 더 소개해 달라.

매우 큰 단체라고 생각한다. 2010년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에 나와 마음이 통하는 10여명과 파리 근교에 있는 우리 집에서 발기하고 공식적으로 등록을 하고 출범했다. 회원은 80%가 프랑스 국적의 청소년들이다. 그 중 75%가 또 여성들이라 참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는데 다만 나보다 대다수 어린 소녀들이라는 점에서 아쉽다는 생각이다. 하하하.

미혼인가?

그렇다.

교제하는 여성도 없는가?

그렇다.

어떻게 보면 이번 파리의 한류 열풍은 당신과 당신의 회원들이 만든 작품 같다.

프랑스한국문화원과 한국관광공사의 도움도 따랐다. 코리안 커넥션이라는 단체를 만들 때부터 K팝 공연을 파리로 유치한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나부터 K팝을 좋아한다. 빅뱅의 노래와 그들의 열성팬이다. 내가 사실 한국을 알게 된 것은 오래되지 않는다. 지도를 펴면 겨우 눈에 들어오는 작은 나라였는데 내가 알고 있는 베트남 친구가 자주 한국 얘기를 해 호감을 가졌다. 우연히 한국문화원을 찾아갔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음악과 드라마 테이프를 건네받아 한국에 애정이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다음에는 내가 좋아하는 빅뱅의 공연을 주선하고 싶다.

이번에 한국에 와서 파리 공연의 주체였던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를 만나면 공연 성과를 두고 서로 즐겁게 나눈 얘기도 많았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을 만났는가? 또 입양하기 전의 가족에 대한 궁금증은 없는가?

공연 관계자들이 내가 온 것을 잘 모를 것 같다. 굳이 만나야할 일도 없다. 지금 나를 후원해주는 젯플인터내셔널 원치승 대표 외에는 별로 만나는 사람이 없다. 공항에 도착했을 때부터 통역 일까지 해주고 있다. 그리고 나를 낳아준 부모님이 어떤 분인지 궁금하지만 아직은 내 마음이 문을 열지 않고 있다. 언젠가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나의 마음 속에는 나를 키워 준 부모님이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가 내게 가장 슬픈 날이었다. 울었다. 많이 울었다.

성장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화를 소개한다면 어떤 얘기부터 하고 싶은가?

지난 것은 모두가 아름답다. 어릴 때 방학이 되어 아버지를 따라 남프랑스 지방으로 여행을 다닐 때가 참 행복했다. 아름다운 추억으로 떠오른다. 아버지는 여행을 안다니셨지만 1년에 한 번씩 가족을 데리고 그런 여행을 즐기셨다.

미래에 대한 계획이나 생각을 듣고 싶다.

아직 말하기가 조심스럽다. 코리안 커넥션과 함께 어떤 일을 할지 뚜렷하게 정해 둔 것은 없지만 아마도 가까운 시간에 또 공연을 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글쎄 빅뱅 콘서트를 내가 유치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 당신이 좋아하고 친밀감을 느낀 것을 모두 소개해 달라.

한국 음식이 대체로 내 입맛에 맞는다. 프랑스와 비슷한 맛의 요리가 많다. 한국 드라마 <식객>을 보면서도 그렇게 생각했다.

<식객>? 그 드라마를 어디서 보았는가?

비행기에서 봤다. 언어가 잘 안 통하지만 영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은 K팝이다. 하하하.

그런데 K팝에 파리의 청소년들이 진정으로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프랑스도 보이즈밴드 걸즈밴드가 있고 팝스타들이 있지만 그렇게 열광적인 바람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팝도 들어오지만 미국 문화나 음악에 대해 프랑스 사람들은 호감을 느끼지 않는다. 그런데 K팝은 미국팝에 유사하지만 아주 신선하게 받아들인다. 다소 신비감마저 느끼는 것 같다.

마돈나 때보다 티켓 판매 속도가 더 빨랐다든가. 프랑스의 유력지 르 몽드와 르 파가로 같은 매체들이 ‘유럽을 덮친 한류’라는 제목을 대문짝만하게 달아 대서특필했는데 앞으로 그런 관심이 더 계속될 것으로 보는가?

우리 회원들의 홍보활동이 큰 매체를 많이 움직였다. 모든 기사 내용이 좋은 평가만 한 것은 아니다. 비판적인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도 공연 열기에 놀란 것만은 사실이다. 몇차례 그런 공연이 계속되면 한류를 보는 시각도 호감으로 바뀔 것이다.

한국을 알고부터 한국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생각하는 지 궁금하다.

따뜻한 인간미를 느끼게 한다. 내 몸에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는 점에 자랑스럽다는 생각도 한다. 간혹 공원 같은 곳을 가보면 아주머니들이 조깅하고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들이 활기를 느끼게 한다.

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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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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